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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 왜 이탈리아는 Korean Wave에 열광하는가?
[글로컬 오디세이] 왜 이탈리아는 Korean Wave에 열광하는가?
  • 김정하
  • 승인 2022.06.30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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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_김정하 부산외대 지중해지역원 HK연구교수
이탈리아 음식(사진 위), 전통 한식(아래). 사진=pexels(위), 픽사베이(아래)
이탈리아 음식(사진 위), 전통 한식(아래). 사진=pexels(위), 픽사베이(아래)

최근 한국문화의 글로벌화는 그 끝을 모를 만큼 상당한 기세로 확대되고 있다. 이제는 ‘세계 속의 한국’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을 정도이다. 오늘날 Korean Wave는 K-Beauty, K-Food, K-Calligraphy, K-Taekwondo, K-Fashion, K-Art, K-Paper, K-Dance, K-Modern Performance 등 문화 전반의 구석구석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음악계의 전설이 돼가고 있는 BTS의 활동은 우리가 다민족 글로벌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인식하게 해준다. 

이탈리아의 프라토(Prato)에서는 얼마 전부터 K-Pop을 전문적으로 들려주는 K-Tiger라는 라디오 방송이 시작됐으며 이를 계기로 매년 한국말로 노래하고 춤을 추는 젊은이들의 행사가 열리고 있다. 이탈리아 젊은 세대의 바람은 매년 창원에서 열리는 K-Pop World Festival에 참가하는 것이라고 한다. 토리노에서도 과거 한국의 어린아이들을 입양한 이탈리아 부모들이 이타코(Itako)를 설립하여 이탈리아 내 한국문화의 확산에 일조하고 있다. 

K-Wave는 시대 유행의 모습으로 시작되었지만, 이제는 국가적 외교의 차원(Window of Korea)에서 양국 간 전략적 파트너쉽 관계를 고양시킨다는 구체적인 목표로 발전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는 이탈리아 서적 유산의 복원을 위한 재료로 한지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탈리아-한국의 양국 간 문화 공감 및 글로벌화의 또 다른 출구는 두 국가 모두에 공통적인 문화의 상상력과 창조성이 마주하는 식문화(Gastronomy)이다. 이와 관련해 세계적인 명성의 이탈리아 요리사인 파브리치오 페라리(Fabrizio Ferrari)는 한국 식문화 재료와 특히 건강하고 독창적인 한식(Hansik)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양국 간 음식문화의 상호보완적인 글로벌화에 매진하고 있다. 

그럼 양국의 역사와 문화는 어떤 점에서 서로를 필요로 하는 것이며, 특히 상대적으로 우리의 전통에 낯설어하는 이탈리아는 한국의 어떤 정체성 요인들에 빠져드는 것일까? 

글로벌화의 여정에서는 신비의 세계를 가리키던 동양의 이미지가 이미 퇴색된 지 오래됐다. 과거라 해서 이 모두가 전통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그 자체의 의미에서 이러한 불일치성은 더욱 심하게 나타난다. 이탈리아와 한국의 역사적 관계 구도는 지난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화와 정치, 경제와 사회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각자의 문명권에 침잠돼 있었다. 불과 100년이 조금 넘은 두 국가의 관계 구도는 문명 성숙도, 상대에 대한 영향력, 문화 유동성의 차원에서 큰 반향을 불러올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러한 관계의 특징은 최근 들어 서로의 차이에 근거한 관계의 역동성을 크게 높이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몰랐기에 신기하고 호기심 가득해진 관계이기보다는 각자의 문화전통에 있어 서로를 위한 문명 거울로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문명 이론에 있어 유럽 문명의 이탈리아와 극동 문명의 한국은 이성과 감성, 문명 원심성과 문명 구심성, 변화 지향성과 안정 지향성 등 사실상 동전의 양면과 같았다. 많은 측면에서 서로 달랐기에 달라 보였지만 실상은 같은 동전의 상반성이었다. 

이탈리아는 풍부한 상상력과 숙성된 오감(五感)의 문화전통을 자랑한다. 역사적으로 지역 간 차이는 차별성(Discrimination)과 다양성(Diversity)의 의미에서 상당하다. 차이의 두 요인은 상호 간 관계 작용에서 가변적 균형의 지향성을 가진다. 차이의 정도가 변화의 폭(다양성)과 깊이(차별성)를 결정하는 만큼, 이탈리아 문화의 역동성은 현재도 진행 중이라 할 것이다. 가변성은 이 세상의 그 누구도 홀로 존재하지 않으며 혼자만의 생노병사(生老病死), 원형이정(元亨利貞)의 궤적을 지향하지 않는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듯이, 공동체의 역사도 내외(內外)간의 관계에서 사회성(Sociality)을 바탕으로 성립한다. 다만 공존의 유형과 가변적 균형을 달리하고 있을 뿐이다.

한국과 이탈리아의 관계는 현대문명의 관계성 차원에서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 서로를 필요로 하는 관계, 서로를 보완해 줄 수 있는 관계, 즉 서로를 자신의 발전에 필요한 동반자로 확신하고 있다. 관계 확신은 모든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성립하는 것이 아니다. 그 어느 때보다 자국의 문화적 중흥과 국력 증진에 목말라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이 다양한 관계망의 구성원들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숙지하고 있다. 한국과 이탈리아 모두는 자국의 발전을 위한 동반자의 역할을 기대한다. 그래서 이탈리아이고 그래서 한국인 것이다. 

 

김정하 부산외대 지중해지역원 HK연구교수
한국외대 이탈리아어과를 졸업하고, 이탈리아 시에나국립대학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세 문헌학과 이탈리아 중세사를 전공했으며 최근에는 지중해 문명교류를 연구하고 있다. 『지중해 다문화 문명』, 『지중해문명교류사전』 등을 쓰고 『치즈와 구더기』, 『밤의 역사』 등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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