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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 중동에 부는 경제개발 바람과 다자주의
[글로컬 오디세이] 중동에 부는 경제개발 바람과 다자주의
  • 성일광
  • 승인 2022.07.20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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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_성일광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책임연구원
UAE 및 걸프국가와 이스라엘 영역. 사진=구글맵

중동에 경제 협력을 위한 다자주의 바람이 불고 있다. 올해 초 인도, 이스라엘, UAE와 미국은 중동판 쿼드(Quad)를 만들어 서로 경쟁하지 않고 역할 분담을 통해 경제 협력을 다지고 있다. 작년엔 인도, 이스라엘과 UAE가 3각 협력에 합의하고 3자 간 협력 사업을 모색했다. 실제로 이스라엘 업체 에코피아(Ecoppia)는 인도에서 생산한 자사 제품을 UAE로 수출하는 3각 협력 사업을 시작했다. 에코피아는 노동력과 물자원 소모 없이 태양광 패널을 청소하는 자동화 로봇을 개발했다. 모래바람이 심한 중동 지역 태양광 패널 청소에 꼭 필요한 제품이다. 

2018년 EU와 일본은 포괄적 전략 파트너십 계획에 합의하고 에너지, 무역, 우주 탐험과 환경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여기에 UAE도 동참하고 있다. 유럽-걸프-아시아 국가가 참여하는 흥미로운 실험은 프랑스와 일본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두바이 메트로와 트램를 운영하기로 합의하면서 현실화됐다. 

이러한 걸프 지역의 새로운 바람은 다양한 차원에서 일어나고 있다. UAE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선두로 한 걸프국가가 화석연료에 기반한 경제를 탈피하기 위해 추진한 산업 다각화는 이미 20년 전에 시작되었다. 다각화는 비석유 분야인 금융 서비스, 그린 에너지, 헬스케어, 물류운송과 관광산업 집중 투자라는 큰 변화를 불러왔다. 

통상과 노동 정책은 물론 세제개편까지 전방위적 변화가 감지된다. 2020년 GCC 국가는 쿠웨이트의 제안을 받아들여 공동 식량 공급망을 구축했다. 2021년 UAE는 외국인이 자국 내 상사를 100% 소유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었고 오만은 GCC 국가로는 처음으로 2023년 고소득자에게 소득세를 부과할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이후 UAE는 외국인 노동자 고용을 늘리기 위해 법제도를 연속적으로 완화했다. 음주행위의 비범죄화, 미혼 남녀 동거 허가, 장기거주 비자 발급과 시민권 제도 개편이 단행됐다. UAE는 또 작년 자국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경제 개발 계획 “50년 프로젝트”를 선언했다. 인도, 인도네시아, 튀르키예, 영국, 이스라엘, 케냐, 한국, 에티오피아 8개 국가와 체결한 포괄적 경제 동반자 관계를 통해 신흥시장 접근을 확대하고 글로벌 교역과 투자의 관문으로 입지를 다지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이다.

UAE는 또 중국, 영국, 네덜란드, 이태리, 러시아, 폴란드, 룩셈부르그,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와 인도네시아 상위 10개국 시장 수출을 10% 증가시킨다는 ‘10×10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이러한 수출 드라이브 정책은 2030년까지 해외직접투자(FDI)를 1,500억 달러까지 늘리고 GDP를 두 배 증가시켜 8천만 달러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야심찬 목표 달성을 위한 것이다.

지난 20년간 걸프국가의 정책은 이데올로기 중심에서 실용적인 체계로 변환하고 있으며 경제가 외교와 안보 전략을 아우르는 경향을 보여왔다. 이런 변화의 절정은 2020년 UAE와 바레인이 이스라엘과 체결한 아브라함 협정에서 명확하게 드러났다. 팔레스타인 문제에 함몰돼 관계 개선을 미뤄왔던 두 국가가 이스라엘과 전격적으로 정상화에 합의하고 공식적인 교역을 시작한 것이다. 
중동지역 다자주의는 경제 영역에 한정되지 않고 방산 분야까지 확대되고 있다. 최근 이란과 이란이 지원하는 예멘의 반군 후시의 드론과 미사일 공격에 호되게 당한 UAE와 사우디는 이스라엘과 통합 방공망 체계를 세우기로 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중동 방공망 체계에 쿠웨이트, 바레인, 요르단과 이집트까지 동참할 것으로 알려져 역내 역학관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하다. 이스라엘과 아랍 간 방산 협력이 활기를 띨 것이고 이란이 느끼는 위협은 증가할 것이다. 

중동에 부는 경제 개발 바람과 다자주의는 한동안 지속될 것인 만큼 우리 역시 기회를 만들어 다양한 경제 협력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한국-UAE-이스라엘 3국이 신재생 에너지와 우주, 해양, 극지와 같은 경제 영토 개발을 골자로한 청색경제(Blue Economy) 분야에서 협력을 모색한다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다. 3국이 공동으로 '청색경제 R&D 기금'을 조성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탄소중립, 그린 에너지, 에너지 안보, AI와 로봇 솔루션 분야 협력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성일광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책임연구원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에서 중동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한국 이스라엘 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는 『Mamluks in the Modern Egyptian Mind: Changing the Memory of the Mamluks, 1919-1952』 (Palgrave MacMillan, 2017)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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