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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 ‘유럽과 러시아의 북극’ 새로운 갈등의 무대일까?
[글로컬 오디세이] ‘유럽과 러시아의 북극’ 새로운 갈등의 무대일까?
  • 김봉철
  • 승인 2022.07.07 0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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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_김봉철 한국외대 EU연구소 소장
유럽의 이해관계가 얽힌 분쟁의 북극. 사진=펙셀
유럽의 이해관계가 얽힌 분쟁의 북극. 사진=펙셀

혹독한 자연환경으로 인간의 접근을 거부해왔던 북극은, 과학기술의 발달과 지구온난화 등으로 우리에게 가까운 곳이 됐다. 경제적 개발과 안보적 이익이 뒤엉킨 이곳에 대한 국제사회와 각국의 관심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오랫동안 북극지역을 활용하여 이익을 얻어왔던 유럽은, 변화하는 정치적 지형이나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이전과는 다른 북극지역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됐다. 한편 전통적으로 북극해를 통하여 외부로 전진하려고 했던 러시아는, 국제사회에서 곤란해진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 북극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한다.

이 지역이 많은 관심을 받고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대립하면서, 각국은 영유권 문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2007년 러시아가 북극해의 깊은 바닷속 북극점인 로모노소프 해령에 자국의 깃발을 꽂으며 북극점의 영유권을 주장한 것을 계기로 북극지역에 대한 국가들의 영유권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러시아(2013), 덴마크(2014), 캐나다(2019)는 UN해양법협약(UNCLOS)에 따라 영유권을 확보하고자 자국의 대륙붕이 북극점과 이어진다는 과학적 근거를 UN대륙붕한계위원회(CLCS)에 제출했다. 

이와 같은 갈등의 연장선으로 군사적 대립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차츰 안보적 경쟁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는 이미 북극지역을 전담하는 부대를 창설해 다양한 군사작전을 전개하고 있으며,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가 러시아의 움직임에 경계해 7천여 명의 군사가 투입되는 대규모 군사훈련인 ‘Cold Response’를 진행하기도 했다. 러시아 및 구소련의 위협에 대응해온 북유럽 국가들은 이와 같은 상황들과 직접 마주하고 있다. EU의 회원국이면서도 NATO 회원국이 아닌 스웨덴과 핀란드가 NATO 가입을 고민하는 것은 안보적 위험성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북유럽 국가들은 노르딕 정체성에 근거한 ‘안보공동체’ 건설을 위한 지역협력을 추진했다. 2000년대부터 북유럽 국가들의 군사협력이 확대됐는데, 2008년 북유럽 5개국은 노르딕지원방어구조(NORDSUP)를 정식 기구로 출범시켰다. 아이슬란드와 덴마크가 참여해 북극지역을 포괄하는 북유럽 방위 협력구조를 만든다는 구상이 현실이 된 것이다. 2009년에는 이 개념을 강화한 노르딕방위협력기구(NORDEFCO)를 제도적으로 확립하면서, 북유럽 국가들은 효율적인 공동대응을 촉진하고자 했다. 이러한 공동방위 체제의 결속력은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 등을 계기로 더욱 강해지고 있다.

북유럽 국가들이 공동안보체제를 확대하려는 주요 목적은 공동방위 정책을 도입해 방위력을 강화하고 효과적인 작전을 수행하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러시아와 구소련에 대응하면서 유사한 전략운용 원리를 가지고 있었던 북유럽 국가들은, 다양하고 효율적인 협력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이들은 방위협력을 통해 각국의 방위 시스템을 조율하고 주요 정보를 교환해 안보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보았다. 유럽 국가들의 개별적인 안보정책과 EU의 공동안보정책, 그리고 북유럽 국가들의 방위협력체계 구축으로 이어지는 북극지역과 연관되는 안보 및 군사 분야의 향후 움직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는 환경보호와 소수민족에 대한 보호 등 북극지역에 관련된 새로운 논제들이 유럽에게 문제의식을 주고 있다. 이러한 논제들은 국제사회에서 북극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공존을 위한 핵심 논제이며, 이른바 ‘유럽의 가치’를 반영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EU가 출범하던 시기에 소수민족에 대한 관심도 확대돼 유럽의 소수민족 보호에 관한 기본협약이 1994년에 마련됐다. 북극지역 문제들을 논의하는 대표적 국제무대인 북극이사회는 기후변화, 오염원의 북극권 이동, 북극해의 변화, 북극지역 원주민의 보호 등 다양한 문제에 대처하면서 국제질서 형성에 큰 영향을 주었다. 북극이사회는 북유럽 국가들의 노력에 기반했다.

북극지역은 오랫동안 유럽의 이해관계가 민감하게 교차하며 분쟁을 낳았고, 러시아 등이 참여하여 갈등과 해결이 반복된 무대였다. 최근 기후 온난화로 인한 환경변화와 교통기술의 발달로 이 지역에 대한 접근이 더욱 쉬워지고 경제적 활용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군사적 갈등도 많아지고 있다. 북극지역과 관련된 문제들은 평화적 해결을 위한 국제법의 발전에도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전 인류와 지구에 공통적인 가치와 원칙이 더욱 중요하게 반영된 국제법의 발전이 요청된다고 보면, 오래전부터 환경문제와 인권, 평화, 지속가능성 등 유럽의 가치가 이 지역과 관련된 새로운 국제법의 패러다임 구축을 위해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김봉철 한국외대 EU연구소 소장
영국 King’s College London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 및 EU연구소 소장이다. 
유럽, 극지역, 한국의 관계에 관한 국제법 등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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