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15:00 (토)
‘데이터·알고리즘’ 만난 보건의료…질병 예측하고 약물 추천한다
‘데이터·알고리즘’ 만난 보건의료…질병 예측하고 약물 추천한다
  • 김재호
  • 승인 2023.07.28 09: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성과학기술인 이야기 ㉖ 이정혜 서울대 교수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이 시대 여성과학인 소개 캠페인 ‘She Did it’을 펼치고 있다. <교수신문>은 여성과학기술인이 본인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경력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WISET과 공동으로 소개한다. 여성과학기술인이 현장에서 겪고 있는 생생한 목소리가 교수 사회에 진심을 담아 전달되길 기대한다. 스물여섯 번째는 이정혜 서울대 교수다.

“연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이다.” 서울대 대학원 협동과정 기술경영경제정책 전공에서 연구와 교육을 하고 있는 이정혜 교수는 이같이 말한다. 이 교수는 “과학기술인이기 이전에 사람이니까 어떤 사람들과 일을 하는지가 중요하다”라며 “신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의미있지만, 그 과정에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 시간이 있어야 결과도 더 크게 와닿는다”라고 강조한다. “좋은 사람들이 있으면 그들과 함께 좋은 환경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인재들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선하고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선순환 고리가 계속 만들어지기를 희망하고 있다.”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를 졸업 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기계학습 및 지식처리로 박사학위를 받았 다. 유니스트 산업공학과 부교 수를 역임했다. 현재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연구실을 맡 고 있다. 사진=WISET

이 교수는 인공지능의 핵심인 머신러닝과 딥러닝 알고리즘 개발, 산업 분야의 활용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인 맞춤형 당뇨 예측 모델과 생체 나이 추정 딥러닝 모델, 만성골수성백혈병 약물추천 알고리즘 개발 등 보건의료·헬스케어 분야이다. 이 외에도 제조, 항만물류, 환경,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문제들을 연구 주제로 다루고 있다.

당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제2형 당뇨는 한번 걸리면 완치가 어렵고,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다양한 합병증을 일으키는 무서운 만성질환이다. 발병 원인도 유전이나 생활 습관 등 개인마다 다르다. 이 교수는 “개인별 건강 상태에 따라 당뇨 발병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에 네 가지 정보를 활용했다. △나이·성별 등 인구사회학적 정보 △BMI·혈압·혈당량 등 임상학적 정보 △유전자 정보 △대사체 정보. 이 교수는 “이 네 가지 정보가 개인마다 다른 건강 상태를 대변하는 지표”라며 “특정 시점의 건강 상태에 대한 패턴을 학습시킨 모델에 새로운 사람의 건강 정보를 넣어 예측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라고 강조했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은 걸리면 죽는 병이었다. 그런데 신약이 개발된 후에는 관리만 잘 하면 살 수 있는 병이 되었다. 하지만 약에 따라 부작용이 있다. 그 부작용은 사람들 건강 상태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그래서 약을 어떻게 처방하는지가 매우 중요해졌다. 

이 교수는 “현재 의정부 을지대병원에 계시는 김동욱 교수가 이 병의 최고 권위자인데, 운이 좋게도 그분과 연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라며 “김 교수는 2천 명이 넘는 환자들의 진료 기록을 데이터베이스화해 환자별로 가장 최적화된 약물을 추천하는 모델을 개발했다”라고 말했다. “1차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도 얻었다. 이 연구가 특별한 이유는 내가 하는 연구가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간절함 때문이었다.”

 

대체되지 않는 나만의 연구 개척

초고령화 사회가 돼 가고 있는 요즘, 보건의료·헬스케어는 더욱 각광을 받을 것이다. 이 교수는 “보건의료나 헬스케어 분야에서 고도화된 데이터마이닝,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접목하는 시도는 많지 않아 나만의 연구로 삼기에 적합했다”라며 “양질의 데이터가 많아 데이터마이닝 연구를 접목시키기도 좋아 보였고, 또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싶다는 평소의 생각과도 잘 맞는 분야”라고 말했다. 의의를 가지고 꾸준히 연구할 수 있는 분야라는 뜻이다. 

이 교수는 유니스트(울산과학기술원) 교수로 있을 때 제조, 항만물류, 환경, 금융 등 다양한 부문의 일을 할 기회를 얻었다. 자신을 ‘예스우먼’이라고 하며, 협업에 대해 거의 언제나 동의했다고 한다. 

“고통이 없으면 얻는 것도 없다!” 이 교수의 좌우명이다. 그는 힘든 순간이 지나면 뭐든 얻는 게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 교수는 “자기 자신에 대해 많이 탐구하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라며 “남들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우리 인생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 잘 할 수 있는 일,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에만 몰두해도 시간이 짧다”라고 제언했다. “자신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본인만의 길을 개척해 나가길 바란다. 야심찬 꿈을 갖고, 야심차게 도전하길.”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