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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창의연구상’ 쾌거 이룬 첫 여성과학자  
‘국제창의연구상’ 쾌거 이룬 첫 여성과학자  
  • 김재호
  • 승인 2022.02.11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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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학기술인 이야기 ⑨ 문회리 울산과학기술원 교수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이 시대 여성과학인 소개 캠페인 ‘She Did it’을 펼치고 있다. <교수신문>은 여성과학기술인이 본인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경력 성장을 하기 위한 다양한 이야기를 공동으로 소개한다. 여성과학기술인이 현장에서 겪고 있는 생생한 목소리가 교수사회에 전달되길 기대한다. 아홉 번째는 문회리 울산과학기술원 교수이다.

남편 주상훈 교수와 함께 울산과학기술원에서 연구
연구·육아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각각에 집중력 높여

문회리 울산과학기술원(UNIST)의 교수는 배위화학 분야 전문가다. 그는 화학이라는 큰 범주의 학문 안에서도 무기화학, 특히 대표적인 다공성 재료 중 하나인 ‘금속-유기 골격체’를 연구하는 배위화학의 젊은 권위자다. 기존에 존재하고 있는 것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그 지점으로부터 창의적인 영감을 얻음으로써 희열을 느끼는 것이 ‘문회리 식’ 연구 방식이다.

 

문회리 울산과학기술원 교수는 서울대에서 전이금속화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박사후연구원,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사진=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

“2010년 울산과학기술원에 부임할 때, 독립적인 연구를 하게 된다면 꼭 해야겠다고 미리 계획했던 주제가 있었다. 바로 ‘금속-유기 골격체 파괴 연구’다.” 당시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새로운 ‘금속-유기 골격체’를 합성하는 것에 몰두하고 있을 때였다. 문 교수도 그러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금속-유기 골격체’의 불안정성이 늘 고민거리였고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이때 문 교수는 창조적 파괴를 떠올렸다고 한다.

“그렇다면 자연적인 성질인 ‘금속-유기 골격체’의 불안정한 성질을 역으로 활용해 보자는 것이 연구의 시작이었고, 이왕 부서질 거라면 결과물이 우리에게 이로울 수 있는 쪽으로 파괴해 보자는 것이 연구 방향이었다.” 물질의 성질과 특성을 잘 이해하고 그에 기반해 다양한 방식으로 ‘잘 파괴’함으로써 다른 방식으로는 합성할 수 없는 독특한 구조 및 조성의 물질들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어쩔 수 없이 주어지는 문제적 상황에 매몰되지 않고 유연성을 가지고 조금 비틀어 생각해 그 상황을 반전시키는 기지를 가진 연구자가 바로 문회리이다.

 

수소에너지 기술 연구 위해 금속-유기 골격체 활용

문 교수는 다공성 ‘금속-유기 골격체’를 효율적으로 합성하는 전략과 에너지 분야 활용 방법을 제시한 공로로 지난해 9월, 일본배위화학회(JSCC)가 주는 국제창의연구상(International Award for Creative Work)을 받았다. 이 상은 JSCC가 박사학위 취득 15년이 경과하지 않은 비일본 국적의 배위화학 연구자에게 2015년부터 수여해 왔다. JSSC는 1942에 설립되어 1천 명이 넘는 회원을 보유한 세계최대 규모의 배위화학 학회이다. 그동안 폴 치릭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어윈 라이스너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등 미국과 유럽의 남성 연구자 6명이 이 상을 수상한 바 있다. 

문 교수는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수소에너지 기술 연구에 ‘금속-유기 골격체’를 활용할 계획이다. 문 교수는 “최근에 가장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다공성 금속-유기 골격체를 이용하여 수소 동위원소를 분리하는 연구”라고 강조했다. 동위원소는 원자번호는 같지만 질량수가 다른 원소를 말한다. 원자핵 내 양성자 수는 같지만 중성자의 수는 다른 원소라고 할 수 있다. 자연계에 특정한 혼합비로 동위원소들이 존재하고 있는데, 각각의 비슷한 특성 때문에 분리가 매우 어렵다.

문 교수는 울산과학기술원에서 부부 교수로도 유명하다. 다공성 재료 연구로 화학 박사를 받은 남편 주상훈 교수는 미국 로런스버클리 국립연구소에서 박사 후 연구과정 중에 만났다. 서로의 연구에 대한 이해가 깊은 두 사람은 결혼과 출산 후에도 서로를 지지하며 돕는 든든한 후원자이다. 그럼에도 한동안은 매 순간이 불안했다. “학교에 있으면 아이가 걱정이고, 아이와 있으면 밀린 일들이 걱정됐다. 그런데 어쩔 수 없이 부족한 시간 안에 해결해야 할 다양하고 서로 다른 종류의 일들이 쌓여가다보니 순간 집중력이 높아진 것 같다.” 아이와 지낼 때는 아이에 집중하고, 강의 준비할 때는 또 그것에 집중하는 것이 문 교수가 연구와 가정의 접점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비결일 것이다.

일과 가정을 병행하며 어려움을 겪었던 문 교수도 전도유망한 여학생들의 중퇴를 안타까워한다. 문 교수는 ‘여성’ 과학기술인이 아니라 과학기술인을 꿈꾸는 여학생들의 진로가 그 어떤 장애물도 뛰어넘을 수 있기를 바란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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