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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육아로 지칠 때 묻는다…‘네가 하는 일을 정말 좋아하는가?’
일·육아로 지칠 때 묻는다…‘네가 하는 일을 정말 좋아하는가?’
  • 김재호
  • 승인 2022.07.05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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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학기술인 이야기 ⑮ 이현주 카이스트 교수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이 시대 여성과학인 소개 캠페인 ‘She Did it’을 펼치고 있다. <교수신문>은 여성과학기술인이 본인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경력 성장을 하기 위한 다양한 이야기를 공동으로 소개한다. 여성과학기술인이 현장에서 겪고 있는 생생한 목소리가 교수사회에 전달되길 기대한다. 열다섯 번째는 이현주 카이스트 교수다.

전자공학을 바이오메디컬에 적용한 융합 연구 도전
뇌 회로 규명의 정밀 자극과 뇌 신경 모니터링 기술

2015년 6월, 이현주 교수는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로 임명되면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카이스트나 포스텍,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전자과를 통틀어 최초로 여성 교원이 탄생한 ‘특별한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6년이 지나 5명의 여성 교원이 카이스트에 생긴 지금, 이 교수는 “더는 특별하지 않아서 마음이 든든하다”라고 했다. 

 

이현주 교수의 전공은 전자공학이다. 미국 MIT에서 학·석사학위를 받은 후, 스탠포드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17년 세계경제포럼 젊은 과학자로 선정된 바 있다. 사진=WISET

하지만 이 교수는 처음에 고민도 있었다. “두 가지 면에서 부담이 있었다. 첫 번째는 ‘연구적으로, 실력으로 나를 꼭 증명해야 한다, 실패해서는 안 된다’라는 부담감이었다. 나의 실패가 ‘다음 여성’의 기회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책임감이었다. 두 번째는 ‘내가 모든 여성의 대표’가 되는 것에서 오는 고민이었다. 조직에 여성이 한 명일 경우, 저의 행동이 마치 모든 여성을 대표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 매우 부담이 되었다. 나의 행보가 ‘이현주’가 아닌 ‘여성 공학자’를 규정하는 잣대가 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이 교수에게는 다양한 색깔과 크기의 모자가 있다. 대학원 학생들의 지도교수, 연구 과제 책임자, 학과의 첫 여성 교수, 아들의 엄마, 남편의 아내, 부모님의 딸, 하루에도 몇 번씩 모자를 바꿔가며 치열하게 일상을 채워가고 있다. 이 교수는 자신의 삶이 마치 하나의 정답처럼 보이는 걸 경계했다. “‘나는 이렇게 했으니 너도 이렇게 해라’가 아니라, 꿈을 향해 나아가는 다양한 길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을 꼭 기억했으면 한다. 여러분이 선택하고 걸어가는 그 길이 여러분의 정답이다.”

​호기심을 가지고 탐구하고 검증하는 일은 이현주 교수가 어렸을 때부터 변덕 없이, 줄곧 좋아했던 일이다. 이현주 교수는 ‘과학과 공학’의 열렬한 팬이다. 컴퓨터는 제일 재미있는 장난감이었고 중, 고등학생 시절, 제일 좋아하는 과목을 물으면 과학과 수학을 꼽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이 교수는 “이론과 실험의 차이를 분석하는 것이 가장 재밌었다”라며 “이론이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도, 왜 다른 게 나오는지를 찾아가는 과정도 마냥 흥미로웠다. 그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이치인 것 같아서 과학에 더 깊이 빠져들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의 팬심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학부, 석사, 박사 과정을 통해 전자공학을 전공한 후, 지금은 전자공학 지식을 바이오메디컬 분야에 적용하여, 융합 연구를 통해 새로운 지식과 엔지니어링 결과물을 만드는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포스트 AI 시대에는 고차원의 뇌 기능을 누가 더 많이 이해하고, 모사할 수 있는가로 기술적 우위가 갈릴 것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뇌 연구에 대한 연구분야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차원적인 뇌 기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특정 뇌 회로를 매우 정밀하게 인위적으로 조절하고, 조절에 대한 뇌 신경세포 전달을 모니터링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정밀 자극과 뇌 신경 모니터링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우리의 뇌는 여러 복잡한 뇌 회로로 구성되어 있다. 전자 회로처럼 인풋과 아웃풋이 있고, 각 회로가 복잡하게 또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인간 뇌의 고차원 기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뇌 회로를 규명하는게 반드시 병행되어야 하는데, 규명하기 위해서는 뇌 회로에 특정 인풋을 넣어주고, 아웃풋이 어떻게 나오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이 교수는 요즘 스승의 질문을 자주 되새긴다. “하루 3시간밖에 못 자면서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포기’를 떠올렸을 때, 지도교수님이 딱 한 마디를 했다. “네가 하는 일을 정말 좋아하는가?” 이 교수는 “내가 정말 정말 좋아하는 일이니까 더 즐겁게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이었다”라고 회상했다. 

더 많은 여성이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일의 망설임 없이 도전하고, 그 안에서 이룬 성취가 특별한 사건이 되지 않는 세상. 그곳을 향해 함께 걸어가는 동지들과 같이 진짜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는 세상을 바라는 이 교수. 그는 또 다른 이현주들에게 묻는다 “네가 하는 일을 정말 좋아하는가?”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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