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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새시장’ 공략과 공정의 ‘패키지화’…촉매 100% 국산화의 꿈
‘틈새시장’ 공략과 공정의 ‘패키지화’…촉매 100% 국산화의 꿈
  • 조준태
  • 승인 2023.09.15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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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학기술인 이야기 ㉗ 김희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이 시대 여성과학인 소개 캠페인 ‘She Did it’을 펼치고 있다. 〈교수신문〉은 여성과학기술인이 본인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경력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WISET과 공동으로 소개한다. 여성과학기술인이 현장에서 겪고 있는 생생한 목소리가 교수 사회에 진심을 담아 전달되길 기대한다. 스물일곱 번째는 김희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이다.

‘촉매’라는 단어는 일상에서 쉽게 사용되지만, 촉매가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드물다. 촉매란 “반응 과정에서 소모되지 않으면서 반응 속도를 높이는 물질”로 정의된다. 합성섬유‧플라스틱‧비닐을 만들 때 사용되며 와인‧맥주를 발효할 때 사용하는 효소도 촉매다. 

이처럼 우리 일상과 깊이 엮여 있는 촉매와 촉매 공정은 산업으로서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인다. 그러나 촉매 공정의 국산화 비율은 5%에도 미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김희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를 극복하고자 다양한 촉매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촉매·반응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김 박사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 입사해 기상 공정 기반 촉매 제조기술을 기업에 이전하며 기술 상용화를 이끌었다. 과기부의 ‘2022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도 이름이 올랐다.

김희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충남대에서 학사, 포스텍에서 석사, 서울대에서 박사를 마쳤다. 박사학위를 받은 이 듬해인 2004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 입사해 다양한 촉매 연 구를 수행하고 있다. 사진=WISET

 

반도체 공정을 촉매 제조에 가져온 ‘역발상’

국내에서 자체 개발한 촉매 원천기술의 기업 이전에 대해 그는 ‘두 가지 전략’이 있었다고 답했다. “첫 번째는 중소규모 기업에서도 제품 생산이 쉽도록 촉매와 그 제조 공정을 ‘패키지화’한 것이고, 두 번째는 우리만의 독창적 기술로 기존에 없던 ‘틈새시장’을 공략한 것이다.” 비용과 시간 측면에서 유리한 해외 공정과 촉매 제품을 넘어선 열쇠였다.

“촉매 분야는 20세기 초부터 연구개발이 진행돼와서 기술 성숙도가 매우 높다. 그러다 보니 촉매 연구자들은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는 혁신적인 기술 개발은 물론 비용 절감 목표까지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고난도의 숙제를 안고 있다.” 김 박사는 최근 나노(㎚) 단위의 기존 촉매 규모에서 원자 단위(Å)의 촉매를 설계하고 합성하는 기술이 개발됐고 더 나아가, 계산과학과 원자 단위 분석 기술을 도입해 촉매반응 경로를 규명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전체 촉매의 80% 이상은 표면에 금속 입자가 분산된 ‘불균일계 촉매’다. 불균일계 촉매는 분산도가 떨어지고 쉽게 비활성되는 것이 촉매 공정의 한계가 되기도 한다. 김 박사는 이러한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촉매 제조에 ‘기체 상태’인 전구체를 사용했다. “반도체 박막 제조에 주로 적용되던 ‘화학기상증착(CVD)’ 공정을 촉매 제조에 적용한 것이다. 이 공정으로 제조한 촉매는 연료전지 전극 성능 평가에서 기존 상용촉매보다 월등히 뛰어난 성능과 내구성을 보였다.” 그는 이 기술의 독창성을 인정받아 특허청의 ‘특허경비지원사업’에 선정돼 해외 4개국에 특허를 출원했다.

 

전문가들 간 인간관계가 연구의 바탕

김 박사는 2015년 무렵 연료전지용 백금 촉매의 내구성 저하 문제를 개선한 코어쉘 구조의 백금 촉매도 개발했다. “기존에는 주로 촉매지지체로 사용되던 탄소(그래핀)를 엉뚱하게도 촉매의 표면에 코팅해 봤다. 일종의 ‘역발상’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연료전지 촉매의 내구성 저하 문제가 부상하면서 관련 기업으로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꾸준하면서도 성과가 뛰어난 연구를 가능케 한 동력은 무엇이었을까. 김 박사는 ‘협력’을 강조했다. “촉매 연구는 대표적인 융합학문이다. 모든 작업을 혼자 하면 학문적 지식과 경험은 풍부해지겠지만 연구 속도와 효율은 떨어진다.” 촉매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유기‧무기‧분석‧전기‧재료화학 등 기초학문 분야는 물론 공학 이론에 생명과학 지식, 계산과학과 원자 분석 기술까지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2010년대 초반, 영국 옥스퍼드대와 국제협력 연구를 수행한 후 전문가와의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깨달았다며, “분석은 분석 전문가, 계산은 계산 전문가에게 맡기고, 저는 촉매의 설계와 합성, 성능 평가를 주도하는 방식으로 협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결국, 연구도 전문가들 간의 인간관계가 바탕이라는 뜻이다.”

김 박사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도 말했다. “출연연에서의 연구개발은 개인의 지적 호기심이나 부의 창출을 위한 것이 아닌 인류에 기여하는 기술, 사회에 긍정적 변화를 일으키는 기술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와 동시에 연구 과정에서 주변인들을 잘 아우르고 공동의 성과를 도출하는 데 탁월한 연구자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조준태 기자 aim@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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