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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위성 하드웨어 만드는 희귀한 여성 물리학자
인공위성 하드웨어 만드는 희귀한 여성 물리학자
  • 김재호
  • 승인 2021.12.16 0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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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학기술인 이야기⑥ 황정아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이 시대 여성과학인 소개 캠페인 ‘She Did it’을 펼치고 있다. <교수신문>은 여성과학기술인이 본인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경력 성장을 하기 위한 다양한 이야기를 공동으로 소개한다. 여성과학기술인이 현장에서 겪고 있는 생생한 목소리가 교수사회에 전달되길 기대한다. 여섯 번째는 황정아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이다.

황정아 책임연구원은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본부 태양우주환경그룹 소속이다. 황 책임연구원은 인공위성에 들어가는 탑재체를 직접 설계·제작한다. 특히 우주공간에서 일어나는 물리적인 현상들을 해석하기 위해 탑재체를 우주로 보낸다. 우주 환경을 연구하고 예측하기 위해서다.

황정아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현재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 한국천문연구원 캠퍼스 대표교수도 맡고 있다. 또한 한국우주과학회 학술대회 준비위원장이다. 카이스트에서 학·석·박사를 했다. 사진=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

탑재체란, 인공위성에 싣게 되는 관측 장비를 말한다. 탑재체는 실로 인공위성의 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인공위성이 무슨 일을 하는지를 결정하는 것이 바로 이 탑재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황 책임연구원은 ‘인공위성을 만드는 물리학자’로 불린다. 또한 그는 인공위성이 상주하는 우주환경을 연구하는 일도 하고 있다. 태양과 우주가 지구에 미치는 위험성을 감시하고, 우주환경을 예측하기 위해 다양한 인공위성과 지상 관측 자료를 분석하는 일이 주된 임무이다. 그 중에서도 특별히 황 책임연구원은 지구의 자기장에 의해서 결정된 영역인 지구 자기권을 연구한다. “세부적으로는 지구자기권 내부에 존재하는 지구방사선대를 연구하고, 지구의 자기장 변화를 측정한다.”

지구자기장의 변화를 지구에서 관측하는 일이 중요한 이유는, 태양폭발과 같이 태양에서 벌어지는 중요한 사건이 지구에 도달하면 지구자기장에 일시적인 교란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러한 교란은 지구자기장의 방패 역할에 큰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황 책임연구원은 “지구를 태양에서 나오는 태양풍으로부터 상시 보호하고 있는 지구자기권이 정상 상태인지를 항상 감시하기 위해서 지구에서 자기장 값을 관측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황 책임연구원은 카이스트에서 지구방사선대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에서 지구방사선대로 박사 논문을 쓴 건 그가 처음이다. ‘반앨런대’라고도 불리는 지구방사선대는 지구 반경(6천600킬로미터)의 3~6배 높이에 자리 잡고 있는데, 반앨런대를 지나는 통신위성 같은 정지궤도위성에는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다. 황 책임연구원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우주에서 생성되는 고에너지 전자나 양성자는 곧바로 우주방사선이 된다. 방사선에 피폭되면, 인공위성의 반도체 부품들은 고장이 나거나 오동작을 일으킨다. 따라서 우주공간에 방사선 입자들이 얼마나 분포해 있고 얼마나 늘어날 것인지 예측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위성 탑재체 ‘도요샛 프로젝트’의 궁극적인 목적도 고에너지 전자 관측에 있다.

 

고고학자나 작가가 되고 싶었던 과학도

늘 남들과는 다른 선택, 어려워 보이는 선택을 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던 황 책임연구원은 어린 시절 고고학자나 아나운서, 기자, 작가 등이 되고 싶었다. 책읽기를 좋아했고, 글을 쓰거나 여행을 다니는 것이 좋아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중학교 2학년 때 과학영재교실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과학과 수학에 재미를 붙이게 되었다. 과학고를 거쳐 카이스트에 진학하면서 물리학에 매료되었다. 모든 사물의 이치를 설명하기 위한 기초학문이라는 것 외에도 다른 학문의 바탕이 되는 본질적인 학문을 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황 책임연구원이 과학기술위성 프로젝트에 투입된 것은 이제 막 랩에 들어간 석사 1년차 시절이었다. 석·박사 학위과정 내내 인공위성연구소에서 위성 탑재체를 만들면서 보낸 것이다. “인공위성을 직접 만드는 힘든 하드웨어 일을 하는 여성과학자는 당시에 나밖에 없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위성체와 탑재체를 직접 제작하는 사람은 우주 분야에서 나밖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여성이 거의 없는 남성 위주 사회에서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위해 견디고 버텨야만 했다. 그러다보니 남들보다 2~3배 더 노력해서 성과를 내야 했고, 그러면서도 조직에서 튀지 말아야 했다. 덕분에 프로젝트 구성원들과 합을 맞추며 일하는 것에 익숙해졌다. 위성을 만드는 일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해야만 하는 오케스트라와 같은 종합예술이기 때문이다.

황정아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거의 유일하게 여성으로서 위성체와 탑재체를 직접 제작하는 일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

이처럼 황 책임연구원은 도전적이고 희소성이 있는 일을 찾아서 하는 편이다. “2009년부터 항공기에서의 우주방사선 피폭량을 계산하고, 실측실험을 통해 승무원들을 방사선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생활주변 방사선안전관리법’을 만들고 개정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고, 지금도 연구하는 사람이 없는 ‘우주방사선 안전관리’ 연구를 태양활동 한 주기(11년)가 넘도록 혼자서 계속해오고 있는 것이다.

“2018년 대한항공 객실승무원이 혈액암으로 산업재해신청을 하면서 이 문제가 이슈화 됐다. 그 분은 결국 산재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작년에 돌아가셨고, 올해 겨우 사후 산재 인정을 받았다. 그 뒤를 이어 산재 신청을 한 승무원들이 많다고 들었다.” 황정아 박사는 안전을 위한 연구에는 양보가 없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 때문에 항공사측과 부딪히는 일도 많다. 하지만 누군가가 나서야 할 일이기도 하다. 위성 탑재체 제작과 우주환경 분석도 결국 우리의 안전을 담보한다는 점에서 인류행복과 안전에 대한 황정아 박사의 연구철학을 읽을 수 있다.

카이스트 학부 시절 물리학과 60명 중 여성은 3명뿐이었는데, 그중 박사학위를 취득하기까지 남은 사람은 황 책임연구원 한 명밖에 없었다. 여성들이 육아와 가사, 자신의 전문 커리어를 병행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기에 끈질기게 버텨내길 간절히 기원한다. 결국 버티는 자가 승리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황 책임연구원은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우주 분야, 특히 직접 인공위성을 만드는 일에는 여성과학자가 아직도 전무하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나 데이터 분석 등의 소프트한 업무에서 벗어나 힘든 일에도 여성들이 많이 진출하고 살아남았으면 좋겠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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