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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을 생활 에너지로 만들다
원자력을 생활 에너지로 만들다
  • 김재호
  • 승인 2023.11.17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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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학기술인 이야기 ㉙ 최은영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이 시대 여성과학인 소개 캠페인 ‘She Did it’을 펼치고 있다. 〈교수신문〉은 여성과학기술인이 본인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경력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WISET과 공동으로 소개한다. 여성과학기술인이 현장에서 겪고 있는 생생한 목소리가 교수 사회에 진심을 담아 전달되길 기대한다. 스물아홉 번째는 최은영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다.

최은영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선진핵주기기술개발부에서 원자력재순환, 용융염 이용 기술과 에너지 재료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아울러, 그는 과학기술연합대학원 전임교원으로서 학생들에게 원자력과학기술도 가르치고 있다.

“수학·과학에 재능이 없어 잘하는 사람들을 동경했던 것 같다. 이과를 선택했던 것은 문과를 다니던 두 언니와는 좀 다른 길을 가고 싶어서였다. 화학과 물리를 공부하던 선배들이 멋있어 보이기도 했다. 친하게 지내던 선배 언니가 카이스트로 진학하면서 이공계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최 책임연구원은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박사후연구원 생활을 할 때, 자유로운 대화와 소통을 통해 각종 연구 아이디어를 나누는 티타임 문화에 무척 깊은 인상을 받았다. “가장 좋은 연구 환경은 연구자들이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은영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동국대에서 화학공학을 공부했다. 이후 광주과학기술원(GIST)에서 환경공학으로 석·박사를 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에서 박사후연구원, 카이스트에서 연구조교수를 지냈다. 사진=WISET 

 

사용후핵연료 재순환 위한 ‘파이로프로세싱’

​최 책임연구원은 2008년 한국원자력연구원에 입사해 줄곧 파이로프로세싱(pyroprocessing) 연구를 했다. 파이로프로세싱은 사용후핵연료를 재순환하기 위한 기술이다. 사용후핵연료에는 그대로 땅에 묻기에는 아까운 유용한 원소가 많이 남아있다. “파이로프로세싱 공정 중 하나인 전해환원 공정은 산화물을 금속으로 전환하는 전기화학적 기술이다. 산화물에서 산소를 떼어내서 금속으로 만드는 일이다. 입사 후 우라늄산화물 수 그램에서 수십 그램을 이용한 기초 실험부터 수십 킬로그램에 이르는 실험을 동시에 진행했다.” 

그는 “프로젝트 목표가 타이트하게 설정되는 바람에 공정 최적화와 50킬로그램 규모 장치 설계도 동시에 했다. 최종목표는 스케일업 장치 개발과 검증을 통한 실용화였다”라며 “전해환원 분야는 수십 킬로그램 장치로 실험한 사례가 없어 참고할 만한 해외 자료가 없었다. 그래서 많은 실험을 통해 결과를 얻을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일·생활 양립제도와 연구의 지속성

2021년 여성과학기술인 우수담당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여성과학기술인 우수담당관은 ‘여성과학기술인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의 효과적인 이행을 위해 공공연구기관과 국공립대학 등에서 지정한 담당관이 여성과학기술인의 전문성 증진과 활용 촉진을 위한 협력 업무를 수행하는 제도다. 최 책임연구원은 2018년 한국원자력연구원 실무담당관을 시작으로 2021년부터 한국원자력연구원 총괄담당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산하기관 담당관들과 주기적인 회의와 정책포럼을 통해 여성과학기술인 지원과 일·생활 양립제도 개선 등을 논의한다. 

​“일·생활 양립제도 분과위원장을 맡았는데 NST 산하 연구원의 우수한 일·생활 양립제도를 취합 공유해 좋은 제도가 확산될 수 있도록 했다. NST 여성과학기술인 담당관으로 활동하는 분들은 아주 열정적이고 열심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일에 비해 특별한 보상이 없는 봉사활동임에도 불구하고도 말이다.”

최 책임연구원의 좌우명은 ‘후회 없이 살자’이다. 다른 말로 ‘놀면 뭐하니’라고도 할 수 있다. “나중에 아쉬워하기보다 시간과 체력이 허락하는 한 주어진 일을 성실히 하자는 생각이다. 학생들은 입시와 취업을 위한 경쟁의 일상화로 쉽게 지칠 수 있다. 단기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좌절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애쓰는 만큼 성장 곡선은 우상향하게 된다. 물론 하향의 순간도 있다. 하지만 거시적으로는 모두 상승의 과정이니까 목표를 향해 우직하게 걸어가기 바란다. 풍선을 불 때, 처음에는 입김을 불어도 풍선이 커지지 않는 시점이 있듯 아무런 수확이 없는 순간에도 자신의 잠재력은 커지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면 좋겠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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