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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어떤 물결이 몰려올 것인가
앞으로는 어떤 물결이 몰려올 것인가
  • 김병희
  • 승인 2024.03.07 0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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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광고로 보는 시대의 표정35 문화서적의 『제3의 물결』

우리는 다가올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 꾸준히 알고 싶어 한다. 별을 보고 점을 치던 서양의 점성술은 물론이거니와, 태어난 때인 사주(四柱: 연·월·일·시)에 따라 운명을 예측하는 명리학(命理學)이 관심을 끄는 것도 사람들이 미래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국제미래학회의 『전략적 미래예측 방법론 바이블』(2014)이나 안종배 교수의 『미래학원론』(2020) 같은 책에서도 미래는 확실히 예측할 수 있다는 관점을 일관되게 유지해 왔다. 그동안 여러 미래학자가 있었지만 한국 사회에 미래학의 가치를 결정적으로 환기한 분은 미국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1928~2016)였다.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은 우리나라에서 1981년에 출판됐는데도 정보 사회를 논하는 자리에서 지금도 자주 언급되는 명저다. 제3의 물결(The Third Wave)이란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한 정보화 사회를 뜻한다.

문화서적의 『제3의 물결』 광고(조선일보, 1981. 1. 14.)

문화서적에서 출간한 『제3의 물결』 광고 ‘충격파’ 편(1981)을 보면 실눈 뜨고 저 멀리 허공을 응시하는 저자의 표정이 가장 인상적이다. “제3의 물결이 밀어닥치고 있다. 이 충격파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이 같은 서브 헤드라인은 미래를 걱정하는 저자의 표정에 대해 설명하면서 헤드라인으로 쓴 책 제목에도 다시 주목하게 한다. 

보디카피는 이렇다. “지금까지 확고부동했던 사회질서가 무너지는 한편에서는 새로운 생활양식이 일어나는 이 대변전(大變轉)의 시대에 몰아닥치는 ‘제3의 물결’은 지금 바로 당신의 문제이다.” 광고에서는 1980년대를 변혁기라 쓰지 않고 이리저리 바뀌어 달라진다는 ‘변전’이란 표현을 썼다. 번역자는 서강대 유재천 교수였고, 485쪽의 대형 크라운판에 책값은 3,500원이었다. 지면의 맨 아래쪽에는 주부생활사가 쌓아올리는 새로운 전통이라며 문화서적이라는 자사 출판 브랜드에 대해 설명했다.

이 책은 1981년 1월 15일에 초판이 출간됐고 그해 6월 20일에 11판이 인쇄됐으니 얼마나 인기를 끌었는지 알 수 있다. 이 책은 문화서적, 주우, 학원사로 발행처를 바꿔가며 계속 출간됐는데 모두 주부생활사의 출판 브랜드였다.

미국에서 1980년에 출간된 이 책에서는 인류사를 수렵사회에서 농경사회로 변모해 농업혁명을 이룬 제1의 물결,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산업혁명을 이룬 제2의 물결, 자동화와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정보혁명을 이룬 제3의 물결로 구분했다. 저자는 제1의 물결인 농업혁명에 수천 년이 걸렸고 제2의 물결인 산업혁명에 300년이 걸렸지만, 제3의 물결인 정보혁명에는 불과 20~30년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탈대량화, 탈표준화, 탈집중화가 발생하고 지식 정보를 많이 소유한 사람이 미래 경제를 주도하며, 지식 기반의 정보화로 제3의 물결을 일으킨다는 저자의 예측은 현실로 이뤄졌다. 제3의 물결이 가져올 사회경제적 변화가 개인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설명한 이 책은 국내의 미래학 연구에도 불을 붙였다.

『제3의 물결』 초판 표지(학원사, 1981)

토플러는 문명이 기술 체계, 사회 체계, 정보 체계라는 3가지 구성 요소로 이뤄지는데 셋 중에서 기술 체계가 문명의 발전과 변동을 유발한다고 주장하며, 이에 근거해 인류의 탄생부터 지금까지의 에너지를 3가지 물결에 비유했다. 기술 발달이 사회구조와 생활양식은 물론 업무방식과 사고방식을 바꾸는데 본질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정보화가 진행되면 모든 것이 바뀐다는 관점이 시종일관 책을 관통하고 있다.

정보혁명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킨 이 책은 디지털 시대를 상상하며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려는 사람들에게 깊은 통찰을 제공하면서, 모두가 미래의 변화 양상에 관심을 갖고 그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시대의 표정을 제시했다.

토플러의 예측이 현실화되자 미래도 예측할 수 있으니 미래를 미리미리 준비하자는 사회적 공감대도 형성됐다. 그가 2001년에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정보사회를 위한 한국의 미래발전 연구보고서를 전달하며, 한국 사회의 미래 미전을 제시한 것은 널리 알려진 일화다. 이 책은 미래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촉발하는데도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이 책에서는 미래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분석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변화하는 세계에서 미래를 예측하고 이에 대비하는 능력을 개발하는 것이 개인과 조직은 물론 사회 전체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미래학의 연구와 교육에 관심을 가졌는데, 미래를 대비하는 방식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바꾼 이 책은 결국 미래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도 필독서가 됐다.

토플러는 뉴욕대에서 영어를 전공하다 나중에 부인이 된 하이디를 만났는데, 이들은 대학을 중퇴하고 알루미늄 제조 공장에 취직해 토플러는 용접공으로, 부인은 노조 직원으로 일했다고 한다. 부부는 공장에서 일하며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공장 근로자들이 사무직 근로자보다 결코 머리를 덜 쓰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는데, 이때의 경험이 미래를 예측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이처럼 정말로 중요한 통찰은 현장 경험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디지털 시대가 급격히 진행되며 여러 가지 부작용이나 위기의식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제3의 물결』을 다시 읽어볼 필요가 있다. 이 책에서는 인류가 위기에 봉착하더라도 문명이 나아갈 길은 반드시 있다는 희망적인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는 국제미래학회를 비롯한 미래학 연구자들이 우리나라의 물결이 나아갈 미래의 전망을 제시하며 막힌 물꼬를 터주기를 기대한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편집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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