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찡찡거리지 말고, 살며 사랑하며 배워보자 
찡찡거리지 말고, 살며 사랑하며 배워보자 
  • 김병희
  • 승인 2023.06.01 0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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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광고로 보는 시대의 표정23 버스카글리아의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지문사의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광고 (조선일보, 1982. 10. 8.)

모든 인간은 자기부터 먼저 챙기는 존재라 할 수 있다. 디지털 문명이 확산될수록 오로지 자신만을 위하는 이기주의도 덩달아 확산되고 있다. 이유 없이 찡찡거리고 툴툴거리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자신만 생각하지 말고 다른 이들과 더불어 살아가며 사랑을 나누는 가치가 확산된다면, 더 행복하고 더 살 맛나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오직 자기만 생각하는 태도를 바꿔, 더 착하게 살며, 더 진솔하게 사랑하며, 더 지혜롭게 배우며, 성숙한 인생으로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지문사의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광고를 보자(조선일보, 1982. 10. 8.). 레오 버스카글리아가 쓰고 이종관이 번역한 이 책은 1982년에 국내에서 처음 출판됐다. 광고에서는 “82 미국 최장기 베스트셀러 1위!! 사랑의 메시지”라는 오버헤드 아래에 지면의 절반 남짓을 차지할 정도로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라는 책 제목을 부각시키고, 그 아래에 “버스카글리아 교수의 명강”이라며 강연집이라는 책의 정보를 제시했다. 이어서 남녀가 껴안고 있는 사진 옆에 “포옹합시다”라는 리드카피를 제시하며 다음과 같은 보디카피를 읽도록 유인했다. 

“*너무너무 기쁠 때 우린 끌어안고 포옹하지요. 진심으로 이웃집 할머니를, 부모형제를, 아끼는 제자들, 그리고 사랑하는 연인을 포옹해 보십시오. *지금이 바로 기회입니다. 누구에겐가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면 내일로 미루지 마십시오. ‘저 펠리스예요, 어머니, 지금 새벽 3시인 줄은 알지만 어머니께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사랑해요, 어머니!’(본문 p.163) 어느 엄마가 이 행복을 거부할까요? 연인들이라면 더욱 소중한 행복이 아닐까요? 지금 곧 실천하는 책입니다.” 책값은 2,800원이었다.

미국 남캘리포니아대학에서 18년 동안 교육학 교수로 재직하던 버스카글리아는 아끼던 제자의 자살 사건을 겪으며 교수직에서 물러났다. 젊은이에게 생명의 중요성과 사랑의 기쁨을 알려줘야 한다고 판단한 그는 ‘러브 클래스’라는 사회교육기관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자아실현과 사랑의 실천 방법에 관한 그의 강의는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고, 그는 ‘닥터 러브’라는 애칭을 얻었다. 그 강의 내용을 엮은 이 책은 출간 이후 30여 개 나라에서 9천만 부 이상 판매될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책은 <뉴욕타임스>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최장기간 소개됐고, 미국인에게 가장 영향을 미친 도서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에서도 120쇄를 찍으며 스테디셀러가 되었다. 한 마디로 성장 심리학의 교과서라 할 만한 이 책은 살며 사랑하며 배우는 데 필요한 명언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당신이 소유하고 있는 것은 당신이란 존재 하나 뿐이다.”라는 명언을 비롯해, 자신을 아름답고 다정하고 훌륭하고 멋진 사람으로 가꾸며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다각도로 조명했다. 이 책에서는 동서양의 명언을 넘나들며 혼자 살지 말고 다른 사람과 함께 어울려 서로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아가라는 인생의 지침을 제시했다. 

지금도 미국인들이 인생의 책으로 손꼽는다는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도 1980년대에 베스트셀러였다.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고민하던 청년 시절의 나도, 잠 못 이루는 ‘불면(不眠)의 밤’이란 말을 구체적으로 체감하며 밤을 꼬박 새우며 이 책을 읽었다.

사랑이란 태도를 변화시키는 매개체라고 정의한 그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랑이라고 단언하며,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채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상에는 보이지 않는 것, 만져지지 않는 것, 느껴지지 않는 것, 이해되지 않는 것들이 너무 많은데, 그는 사랑의 진정한 출발점이란 보이지 않는 것들에 눈을 돌리는 데서 시작된다고 주장했다.

지문사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초판 표지 (1982)

결국 이 책은 사랑하는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몰라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겉으로 보이는 양(量)이 사랑의 전부는 아니며, 상대방이 인정해주지 않더라도 자기 마음의 밑바닥부터 먼저 채워가는 사랑의 보이지 않는 질(質)이 더 값지고 중요하다는 시대의 표정을 제시했다.

버스카글리아는 이 책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죽음의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고, 희망을 갖는 것은 실망의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며, 시도한다는 것은 실패의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고, 모험을 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살아가는 일이 결코 만만치 않은 과정이란 뜻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서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저마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상태에서 자기 삶에 확신을 가지고 인생의 도전을 멈추지 말기를 권고했다. 이기주의자가 늘어날수록 각자가 더 행복하게 살아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럴수록 고독과 상실감에 시달리는 사람들만 증가하고 있다.

술이 절반쯤 담긴 술병도 보는 관점에 따라 인식이 달라진다. 주인 입장에서는 반병밖에 안 남았다고 생각하지만, 손님 입장에서는 반병이나 남았다고 느낀다. 행복과 불행이나 희망과 절망도 마찬가지 아닐까? 행복과 불행이나 희망과 절망, 그리고 모험과 위험도 한 바구니에 담겨있는 계란 같은 것이다.

결국 현상을 바라보는 자신의 관점이나 선택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진다. 이유 없이 찡찡거리고 툴툴거리지만 말고, 살며, 사랑하며, 배워보자.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편집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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