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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화 기법 접목한 수업, ‘어서 와~ 병원 게임은 처음이지?’
게임화 기법 접목한 수업, ‘어서 와~ 병원 게임은 처음이지?’
  • 장수정
  • 승인 2023.09.21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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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코로나시대 최고의 강의 31 장수정 강릉원주대 간호학과 부교수

교수가 된 지 12년이 된 나는 아직도 수업이 어렵다. 아니,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해마다 만나는 학생의 특성이 다르다. 같은 학년이라도 반에 어떤 학생이 있느냐에 따라 수업의 분위기가 달라지기에, 첫 수업은 항상 기대 반 긴장 반으로 시작하게 된다. 더욱이 지금 만나는 학생은 나보다 IT를 훨씬 더 잘 다루며, 개인 성향이 강한 Z세대 아닌가!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친구와도 교류가 없었던 이 학생을 어떻게 수업에 집중하게 만들고 활기찬 수업이 되도록 해야 하는지는 큰 숙제였다. 그저 그런 평범하고 지루한 강의를 끝낼 때마다 느꼈던 자괴감에서 벗어나, 재미와 학업 성취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뭔가 대단한 것이 없을까를 늘 고민했다. 그러던 차에, 2021년 봄, 소속 대학에서 진행된 박정철 교수님의 게임화(Gamification) 기법 특강은 나의 고민을 해결해 준 단초가 됐다.

대면 전환 후에도 학생과 합의해 영상 활용

내가 게임화 기법을 접목한 「안전관리와 감염간호」 교과목은 간호학과 2학년 대상의 전공 선택 교과목으로, 임상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의료과오를 예방하고,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안전관리 전략과 감염 간호를 학습하는 교과목이다. 수업은 플립러닝(Flipped learning)과 게임화 기법을 활용한 시뮬레이션 방식으로 운영된다. 

첫 주에는 오리엔테이션으로 학생들에게 플립러닝과 게임화 기법에 대해 소개하고 수업 운영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2주부터 12주까지는 학생들이 동영상을 보고 학습하는 주와 대면수업을 하는 주를 교대로 구성해 운영했다.

학습 동영상은 주차 당 25~30분 분량으로 3개 내외로 제작했고, 교수법 특강 때 배운 대로 구성하고자 노력했다. 수업 영상에서는 지난 학습의 내용을 짧게 상기하는 콘텐츠도 삽입했으며 학습 목표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강조했다.

또한, 흥미를 유발하거나 생각해볼 만한 질문을 도입부에 제시했고, 뉴스나 논문 등 다양한 자원을 수업자료로 활용했다. 동영상의 마무리는 학습 목표와 매칭되는 내용을 요약하는 방식으로 끝맺었다.  

대면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수업 동영상을 제대로 듣고 왔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구글 클래스룸을 활용했다. 구글 클래스룸에서 퀴즈를 만들어 학생들에게 풀도록 했고, 이를 통해 출석 체크도 대체했다. 퀴즈도 학생들에게 답을 써내도록 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왕이면 재밌게 풀게 하자’는 생각에 게임처럼 구성했다.

예를 들면, ‘병원화재가 발생해 환자를 건물 밖으로 탈출시켜야 하는 상황에서 정답을 맞출 때마다 탈출구에 한 단계씩 가까워지는’ 상황 설정에서 문제를 풀도록 하거나 ‘달고나 게임에 참여해 정답을 맞출 때마다 필요한 설탕, 국자 등의 준비물을 한 개씩 획득할 수 있게’하는 방식으로 퀴즈를 통해 학생들이 작은 성취감을 느끼도록 했다.

실제 병실과 유사하게 조성된 실습실에서 환자안전 위험 상황 평가 활동을 수행하는 장면이다. 장수정 교수는 수업에 게임화 기법을 적용하고 놀이를 통해 수업 내용을 학습시켰다. 사진=장수정

강의자료는 패들렛·평가는 슬라이도 활용

첫 대면 수업에서는 서먹서먹한 학생들의 팀워크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줌 아웃 팀 빌딩 게임을 실시했고 1등 팀에게 상품을 주었다. 간단한 연습게임 후 학생들에게 팀 대결을 시켰는데, 비록 처음 보는 사이라고 하더라도 게임 안에서 학생들은 금세 친해지고 긴장된 표정을 지으며 협력하고 활동을 이어 나갔다. 게임을 수업 운영에 적용했을 때 “와, 학생들의 이렇게 즐거운 표정을 볼 수도 있구나!”라는 것을 처음 느낀 순간이었다. 

이후에는 매 차시의 학습 목표에 맞는 수업을 진행하되, 사례를 제시하고 팀(2~3명)별 토론을 통해 문제 해결방안을 찾는 시간을 가진 뒤, 패들렛(Padlet)에 자료를 업로드하고 발표하는 수업으로 진행했다. 또한, 개별로 지식 수준을 확인할 필요가 있을 때는 슬라이도(slido)를 활용해 평가이지만 게임에 참여하는 듯한 흥미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였다. 

게임화 기법을 활용한 시뮬레이션 실습은 13주차에 사전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한 뒤, 14주차에 실시하였다. 이 수업의 명칭은 ‘어서 와~ 병원 게임은 처음이지?’, 부제는 ‘환자를 구해줘! 제발~~’이었다. 이 수업은 방탈출 게임과 시뮬레이션 실습으로 구성했다.

즉, 2~3인의 학생이 한 팀이 돼 표식이 부착된 작은 방을 찾아간다. 그다음, 학습 내용에 대한 십자말풀이를 해 상자를 열 비밀번호를 알아낸 후, 상자 안에 들어있는 퍼즐 조각을 맞춰야 그 방을 탈출할 수 있다. 이때, 탈출한 시간 순서대로 실제 병실과 유사하게 꾸며진 시뮬레이션 실습실 안에 입장해 환자 안전에 위협을 주는 상황을 평가하고, 갑작스러운 의료진의 전화에 실전처럼 의사소통하도록 구성했다. 

게임이 모두 종료된 후에는 강의실로 돌아와 환자 안전 위험 상황에 대해 기록하고, 방탈출 게임과 시뮬레이션 실습에 참여한 소감을 나누고 서로 피드백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자기성찰 일지와 동료 평가지를 과제로 제출하도록 했다. 마지막 15주차에는 기말고사 주간으로 지필평가를 수행했다. 

학생 입장에서 재밌는 수업 만들기

게임화 기법을 적용한 수업은 ‘어떻게 하면 재미있는 수업이 될까’를 학생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이 방법을 강의에 적용하면 기존 강의보다 많은 에너지가 투입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교수자인 내가 학생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상상하며 매 수업을 기다리는 기분 좋은 떨림은 기존의 강의식 수업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그런가 하면, 학생들은 “교수님께서 학생들을 위해 정말 많은 준비를 해주셨다”, “각자 공부해오고 사례를 통해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도움이 많이 됐다”, “실제 임상 상황처럼 진행해 볼 수 있어서 어떤 부분을 놓쳤는지 직접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와 같은 긍정적인 평가를 해주었다.

이를 통해 나의 숨은 노력을 학생이 모를 것 같았는데 정확하게 파악했다는 점에 깜짝 놀랐고, 물고기를 주지 않고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학습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은 내게 좋은 수업을 위해 노력하는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는다는 신념을 갖게 해준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도 학생의 시선에서 수업의 내용과 방법을 고민하고 개선해나가기 위해 꾸준히 노력할 것을 다짐해 본다.  

장수정 강릉원주대 간호학과 부교수
연세대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19년 2학기부터 강릉원주대 간호학과에서 성인간호학을 가르치고 있다. 2020학년도 강릉원주대 Best&Excellent Teacher에 선정됐고, 본 기고문의 플립러닝 수업 운영에 대해 22년 11월 학내 전임교원 대상의 GWNU 우수수업 사례 특강과 23년 2월 신임교원 대상 교육에서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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