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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에게 논리 위주 추상적 이론 강의가 통할까?
MZ에게 논리 위주 추상적 이론 강의가 통할까?
  • 조주현
  • 승인 2023.09.05 0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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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코로나 시대, 최고의 강의㉚ 조주현 국립목포대 윤리교육과 교수
조주현 교수는 대면수업이 시작된 현재에도 온라인 녹화 강의와 실시간 화상 강의 등을 수업에 활용하고 있다. 사진은 조 교수가 ‘포스트디지털 세대 껴안기’란 주제로 동료 교수에게 교수법 사례를 소개하는 모습이다. 사진=조주현

코로나19로 비대면 강의를 진행하면서 축적된 나의 강의법은 한마디로 온오프라인 연계 교육이다. 블렌디드 러닝이라고도 하는 온오프라인 연계 교육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장점을 결합한 교수학습 방법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학생과 같은 공간에서 수업을 진행하지 못하자 온라인 녹화 강의와 실시간 화상 강의 방식을 도입했는데, 대면 수업으로 돌아온 현재에도 대면 강의 방식과 적절히 섞어서 실시하게 된 것이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 덕분에 이전까지 생소했던 블렌디드 러닝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블렌디드 러닝은 단순히 두 가지를 혼합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즉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반반씩 섞은 것이 아니라, 서로 보완해주거나 온라인에서만 얻을 수 있는 효과를 제대로 살리는 ‘연계’가 중요하다. 실제로 온라인에서는 활발한 토론과 인상적인 발표를 한 학생이 오프라인에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종종 있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두 가지 모두 잘 하는 학생이다. 그러나 온라인의 특수한 환경이 강의 목표를 달성 할 수 있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교육적으로 주목 할 만한 가치가 있다.

그래서 이전의 평가 방법 중 과제 30퍼센트의 분량을 온오프라인 각각 15퍼센트씩으로 조정해 반영했다. 또한, LMS 토론방과 강의실에 올려놓은 질문과 자료는 오프라인 토론과 활동을 위한 사전 학습과 사후 학습으로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실시간 화상 수업에서 다이렉트 메시지 활용은 신의 한 수와 같다. 강의 중에 다른 학생에게 방해하지 않고도 학생의 요구사항이나 질의응답을 일대일 메모창 기능을 통해 파악함으로써 강의에 적절히 반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범대 4학년 임용시험 기출문제 풀이 수업의 경우 개인별로 서술형(약술) 답안 작성 능력을 실시간으로 평가하고 피드백해 줄 수 있어 매우 유용했다.

더욱이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다양한 기술이 교육에 적용되어 새로운 교육 콘텐츠가 생겨났다. 우리 대학은 정부의 지원으로 스마트 강의실을 구축했다. 스마트 강의실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학습자의 창의성과 문제해결 능력을 향상시키는 스마트 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최첨단 장비와 시스템을 갖춘 곳이다. 스마트 강의실의 전자칠판과 스마트 교탁을 통해 다양한 자료와 콘텐츠를 보여주고, 터치와 필기로 상호작용할 수 있게 됐다.

칸트를 책보다 유튜브로 이해하는 MZ

MZ세대는 디지털 환경을 자연스럽게 여기고, 자신을 둘러싼 디지털 환경을 자유롭게 활용하면서도 인간적 감성을 당당하게 표현한다. 과거 아날로그 세대가 지식과 정보의 축적을 위해 독서를 강조했다면, MZ세대에게는 유튜브와 같은 디지털 매체가 훨씬 친숙하다. 일례로 칸트의 『윤리형이상학정초』를 책으로 이해하기 힘들었던 한 학생은 유튜브 강의를 듣고 책의 내용을 더 잘 이해하기도 했다. 우리 교수가 동영상 자료와 같은 디지털 콘텐츠를 활용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학생들이 책보다 유튜브 강의를 통해 자신들이 학습해야 하는 내용을 더 잘 이해한다고 조주현 교수는 이야기한다. 사진=픽사베이 

롤프 얀센은 이미 20여년 전에 『드림 소사이어티』라는 책에서 미래 사회는 이야기와 감성 위주의 사회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또한, 폴 투르니에의 설화법에 따르면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말을 절반만 듣고, 들은 것의 절반만 이해하며, 이해한 것의 절반을 믿고, 믿는 것의 절반만을 겨우 기억한다고 한다. 그리고 매러비안 효과에 따르면 상대방에 대한 호감도는 말의 내용이 7%, 목소리가 38%, 표정이 55%의 비율로 결정된다.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우리 MZ세대에게 논리를 위주로 한 추상적 이론 중심의 강의는 이제 더 이상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가 찾은 강의법 노하우는 에피소드 중심의 스토리텔링 교수학습 방식이다. 스토리텔링은 알리고자 하는 바를 단어·이미지·소리를 통해 사건이나 이야기로 전달하는 것으로, 모든 문화권에서 교육, 문화 보존, 엔터테인먼트의 도구로써, 또 도덕적 가치 등을 전달하는 방법으로 효율적인 정보전달 이상의 가치로써 공유돼왔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께서는 손자 손녀와 화롯가에 둘러앉아 이런 방식을 활용했다.

스토리텔링은 이야기를 통해 학습자의 흥미와 동기를 높이고, 맥락적 사고와 흐름을 중요하게 여김으로써 학습자의 창의성과 표현력을 발달시키며, 삶과 학습이 연계되도록 돕는다. 추상적 이론에 대한 직접적 설명보다는 구체적인 삶의 이야기 속에서 적합한 예시를 제시, 어려운 이성적 논리보다는 이해하기 쉬운 사례 위주의 감성적·맥락적 접근, 딱딱한 글보다는 오감을 통한 재미, 일방적 강의를 통한 수직적 권위보다는 쌍방향적 대화 위주의 수평적 라포 형성 등이 장점이라고 하겠다.

이러한 스토리텔링 교수학습 방식은 평가 방법으로도 이어진다. 학생도 자신의 이야기를 발표·토론·보고서 등에 제시함으로써 수업이라는 서사시에 교수와 함께 공저자로 참여한다. 학생은 UCC와 같은 동영상을 제작하며 의사소통능력·공동체의식·협업능력·자기효능감 등을 키울 수 있으며, 에세이를 쓰면서 자기성찰과 창의인성능력 등을 향상시킬 수 있다. 수업 소감을 적는 에세이의 말미에는 수업개선에 대한 의견을 적게 함으로써 다음 학기 강의를 위한 CQI의 소중한 자료가 된다.

학습 과정 개입보다 학습환경 조성하기

토리텔링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좋은 우정의 3요소로 제시했던 재미·유용성·감동이다. 교수가 먼저 시범(?)을 보여야 하고, 학생도 재미있고 유용하게 그리고 감동적으로 발표해야 한다. 이것이 평가의 중요한 루브릭이다. 이쯤되면 플라톤의 『법률』을 읽은 전공자는 “교육이 무슨 예능이냐”며 비판할지 모르지만, 로마의 인문주의와 마키아벨리즘을 아는 분이라면 이해해주실 듯하다. 이런 식으로 학생이 일단 마음을 열면 추상적 이론과 딱딱한 논리는 훨씬 더 쉽고 깊게 전이된다.

이런 나의 교수법은 퍼실리테이션 교수학습 방법과도 닮았다. 퍼실리테이션은 라틴어로 ‘용이하게 하다, 쉽게 하다, 촉진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교수는 학생의 학습 과정과 결과에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학습 환경과 분위기를 조성하고, 학생의 의견과 토론을 촉진하며 학생의 자기주도적인 학습을 지원하는 역할을 주로 수행하는 것이다. 나는 연구가 아니라, 강의를 할 때에는 전적으로 학생의, 학생에 의한, 학생을 위한 수업의 조력자로서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조주현 국립목포대 윤리교육과 교수

 

국립목포대 윤리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민주주의론’, ‘시민교육론’, ‘인성교육의 이해’ 등을 가르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통신특별위원을 역임했고, 국민권익위원회 청렴연수원 전문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는 『미디어와 윤리』, 『시민성 이론과 시민교육』(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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