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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교육시대를 체험하도록 한 팬데믹
온라인 교육시대를 체험하도록 한 팬데믹
  • 김형신
  • 승인 2023.06.22 0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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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코로나 시대, 최고의 강의㉖ 김형신 충남대 컴퓨터융합학부 교수
 김형신 교수는 학생들이 긴장을 유지하며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수업 중간에 퀴즈를 내곤 했다. 온라인으로만 진행된 수업에서 퀴즈는 학생들의 수업 몰입도를 올렸다. 사진=김형신 교수

지난 2년여의 코로나 시기 나의 강의를 돌아보고, 이제 학교로 돌아와 대면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두 번째 학기를 맞아 코로나 시기의 강의가 나에게 남긴 것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코로나 시기의 비대면 강의는 팀으로 실습하던 논리회로나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수업에 매우 큰 걸림돌이었다. 실습 시간에 학생들은 협업을 통한 문제 해결 경험을 성취하도록 해주는 교육이 비대면 상황에서는 제대로 진행될 수 없었다. 비대면으로 수업할 때 논리회로 과목 실습은 회로를 직접 만드는 대신에 시뮬레이터를 이용해 진행됐고,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과목의 실습은 개인 프로젝트로 전환했다. 로봇을 개별적으로 나눠주고 학생들이 집에서 코딩하도록 실습 방식을 변경했다.

2020년 1학기에는 어설프게나마 유튜브로 비대면 강의를 시작했다. 그 후 대학 차원에서 온라인 강의 플랫폼이 보급되면서 보다 안정적으로 비대면 강의를 운영했다. 필자는 비대면 강의는 언제나 라이브로 진행했다. 강의에서 학생들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라이브 방식을 택한 것이다. 

물론, 실시간 강의라고 해서 컴퓨터 화면으로만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집중도가 저절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내가 신경을 쓴 부분은 온라인이더라도 대면 강의와 유사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었다. 강의가 대면 수업과 동일한 느낌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학생들과 교수는 반드시 카메라를 켜고, 서로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첫 시간에 필자의 상호 간 카메라를 켜고 수업을 진행하는 방침에 대해 설명하고, 학생들에게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다. 학생들이 강의실에 함께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다른 학생에게 말을 걸도록 하는 것부터 친구 모습 확인하기, 오늘 누가 결석했는지 이름을 불러주는 방식 등의 여러 방법을 사용하며 의도적으로 강의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도록 했다. 

학생들, 온라인서 밈·채팅으로 수업 참여

비대면 강의를 진행하면서 어떻게 하면 학생들의 집중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 유명 비제이(Broadcasting Jockey)들의 방송을 열심히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그들은 다양한 미디어를 이용하고 있었고, 채팅창을 통한 활발한 의사소통도 주요 특징 중 하나였다. 

마이크가 없는 학생들이 많아서 필자는 강의 중에 학생들의 목소리를 거의 듣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온라인 강의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채팅 기능을 강의에 적극 활용했다. 코로나 이전 대면으로 진행했던 전공 수업에서 학생 대부분은 질문도 답변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러나 온라인 강의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감춘 채, 편하게 채팅과 밈을 이용해서 자신들을 드러냈으며, 코로나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MZ세대들의 온라인에서의 소통방식을 엿볼 수 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학생들이 얻은 것은 강의 영상을 녹화할 수 있는 교육환경이다. 학과의 몇몇 강의실에는 고성능의 마이크와 교수자 추적 카메라 시스템, 그리고 강의 녹화시스템이 구축되었다. 코로나 시기에는 실시간 강의를 진행하면서 동시에 강의를 녹화해서 코로나에 걸려 수업에 참여할 수 없는 학생들에게 영상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강의 녹화 영상은 수업에 참여하지 못한 학생뿐만 아니라, 복습하고 싶어하는 학생들도 활용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대면 수업으로 전환한 뒤에는 강의를 녹화하지 않았는데, 일부 학생들이 녹화영상을 제공해 줄 것을 요구하는 바람에 요즘도 나는 학부 강의를 녹화해서 링크를 제공한다. 코로나 기간 습득한 기술들로 강의를 쉽게 녹화하고 있다. 학생들은 시험공부나 실습 준비를 위한 복습을 위해 녹화영상을 본다고 한다. 코로나로 인해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교육 서비스의 질이 대폭 향상된 덕분이다.

그래도 강의는 대면으로 계속돼야

코로나 이전에도 필자는 강의에서 학생들의 참여를 활성화하는 여러 요소를 도입하고 있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게임 형식의 퀴즈 앱을 이용하거나 강의와 실습에 대한 질의응답을 지원해주는 웹 서비스 등을 활용했다. 코로나 시기의 비대면 강의에서도 이 두 가지 서비스는 학생들의 높은 지지를 받았다. 온라인으로만 진행하는 수업으로 인해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강의 시간이 게임형식의 스마트폰 앱을 이용하게 되면서 학생들이 강의에 몰입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도구가 되었다.

비대면 강의를 하면서 보낸 지난 2년은 여러가지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면 수업과 비교해볼 때 학생들과의 교감은 매우 부족한 상태로 진행되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강의는 학생들과의 교감을 통해서 완성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코로나 시기에 필자의 강의는 생명력을 잃은 것이었다.

2022년 가을학기 학생들과의 대면 수업을 시작하던 첫날, 학생들과 눈 맞추며 인사하면서 대면으로 강의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코로나 때문에 할 수 없었던 실습수업과 팀 프로젝트를 이제는 서로 두려움 없이 팀을 구성해 얼굴을 맞대고 과제들을 수행하고 있다. 필자의 강의는 지난 2년간 움츠러들어 있었고, 이제 다시 마스크를 벗고 학생들과 함께 강의를 하고 있다. 코로나 시기의 강의에서는 어찌할 바를 모르는 학생들을 붙들고 우리는 공부할 수 있고 해야 한다고 격려해야만 했다. 

이 시간을 통해 우리 교수들은 온라인 교육 컨텐츠를 확보했으며, 앞으로 다가올지도 모르는 온라인 교육 시대를 미리 체험한 것일 수도 있겠다. 오늘도 나는 학생들을 만나기 위해 감사하는 마음으로 학교로 달려간다. 

김형신 충남대 컴퓨터융합학부 교수

카이스트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고, ‘임베디드소프트웨어’, ‘시스템프로그래밍’, 등을 가르치고 있다. 2021년 CNU 최우수 강의교수로 선정되었으며, 학생들과 소통하는 강의, 재미있는 강의, 학생에게 자부심을 주는 강의, 학생들이 몰입하는 강의를 지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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