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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학번은 21학번과도 다르다…학습자 특성 일반화하지 말자
22학번은 21학번과도 다르다…학습자 특성 일반화하지 말자
  • 박현미
  • 승인 2023.04.14 0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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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코로나 시대, 최고의 강의㉓ 박현미 한양대 교수
첫 과제로 진행된 자기소개는 교수가 학생을 파악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학생 간 친밀도를 강화해 협력하는 데 기여했다. 사진=박현미 

 

2020년 시작된 코로나19로 인해 팬데믹 시대를 접하면서 이러한 학습자들이 학습하는 환경에서도 상상 이상의 디지털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다양한 학습자들이 함께하는 온-오프라인과 캠퍼스가 없는 환경 등 전에 없었던 교육장면에서 2023년 현재 교수자가 활용할 수 있는 교수전략과 교수 매체는 매우 다양할 것이다.

계속 진화하고 있는 에듀테크들을 그때그때 얼리 어답터처럼 빠르게 교실에 적용하는 노력과 그로 인한 불안과 피로 또한 교수자들에게 큰 부담이다. 이 글에서는 하나의 사례로 새로운 도구와 전략을 공유하기보다 전에 없었던, 전혀 다른 ‘학습자’를 위한 수업을 준비하는 ‘모든 교수자’가 어떤 교육환경 변화에도 적용할 수 있는 수업 성공 핵심전략을 3가지 전하고자 한다. 

강의계획서보다 ‘종합학습활동계획서’

학습자들은 첫날 오리엔테이션으로 이번 한 학기에 대한 첫인상 갖는다. 수강편람을 위해 LMS에 올려둔 강의계획서 정보만으로 수강 신청한 학습자들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문서에 담지 못한 교수자의 계획을 정확하게 공유함으로써 학습자의 선택(남아 있느냐 vs 이동하느냐)에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한 학기 동안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할 정예 멤버로 학습자들을 구성할 수 있다.

‘오리엔테이션을 왜 하는가?’에 대해 나만의 정확한 답은 학습자에게 또한 한 학기를 준비하는 데 매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의 오리엔테이션은 ‘학습자의 불안을 낮춰주는 것!’이 목표였다. “무엇을 배울 것인지?” “수업 후 무엇을 할 수 있게 될 것인지?” “어떠한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할 것인지?” 등에 대해 명시적으로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학습자들의 불안을 낮춰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정한 ‘명시적’의 기준은 ‘수업계획서’가 아닌 ‘종합학습활동계획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학습자를 위한 계획서를 설계하라!”다. 기존의 교수자 중심 수업에서는 교수자가 무엇을 강의할지에 대해 명확하게 알고 있는 것이 중요했고 학습자에게 주차 별로 강의 주제와 교재 목차를 정확히 알려주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나 학습자 중심 수업에서는 강의뿐 아니라 학습자의 주도적인 학습과 수행 활동이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러므로 학습자가 해당 주차에 무엇을 할 것인지, 결과물로 어떠한 것을 도출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해야 학습의 목표를 달성하기 쉬워진다. 주차 별로 수업의 내용, 교수자가 제공할 사항(INPUT), 수업 시간 내 학습자 활동(PROCESS), 수업의 결과물(OUTPUT)을 안내함으로써 학습자가 스스로 학습의 과정과 결과를 예측하도록 지원했다.

특히, 이 같은 안내는 온-오프라인이 혼합되는 수업에서 이와 같은 명시적인 가이드라인을 제공해 학습자의 수행 과정 및 학습 결손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로 활용할 수 있었다.

노스캐롤라이나 학습 스타일 진단도구와 사전준비도 및 학습자 요구도 분석 설문지 사진=박현미

첫 과제 ‘나를 소개합니다’로 학생 분석

학습자 중심의 수업 설계 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업의 학습자는 누구인가?”라는 것이다. 분명 지난 학기 운영한 같은 과목에서 학습자들의 반응도 적극적이고 수업 만족도도 높았는데 “왜 이번 학기는 이렇게 반응도 없고 수업이 늘어지지?”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교수자, 수업 내용, 방법 모두 같더라도 학습자가 달라지면 상호작용이 달라진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21학번의 1학년과 22학번의 1학년은 전혀 다른 세대였던 것이다. 

따라서 매 학기 내가 맡은 교과목 내용에 대한 분석도 중요하지만 해당 수업에 참여하는 학습자가 누구이고 어떠한 학습 스타일인지, 어떠한 사전지식 수준을 가지고 있는지에 맞춰 강의 전달 방식과 과제의 종류, 수행 활동의 방식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나의 경우 학기 초 학습자를 탐색하는데 2가지의 방식을 활용한다. 첫째로는 내가 알고 싶은 것들을 탐색하기 위해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학습 스타일 도구를 활용했다. 둘째로는 학습자가 스스로를 소개하도록 했다. 

학습자 자기소개와 열린 질문지 예시. 사진=박현미

학기 초 첫 번째 과제로 ‘나를 소개합니다!’를 제시했다. 또한, 전적으로 학습자가 스스로를 어떻게 소개할지, 자신의 어떤 면을 소개할지, 어떤 방식으로 소개할지를 결정하도록 했다. 브이로그로 형태 영상, 카드 뉴스, PPT, 에세이 등등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다양한 측면의 자신을 소개하였고, 소개 결과물을 LMS에 올려 학습자 간에도 공유하도록 했다. 더불어 열린 질문들을 제공하여 학습자가 스스로의 기준과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유도하여 학습자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의도한 결과는 아니었으나 이를 통해 학습자 간 서로를 이해하고 친밀해지는 효과가 있었다. 또한, 학습자 중심의 팀 기반 협력적 수행 활동이 많은 수업에 있어 학습자 간 상호작용을 활발하게 유도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도 있었다.

학습자와의 상호작용의 핵심은 타이밍

교수자-학습자 간 상호작용은 양보다 타이밍이 중요하다. 과유불급이란 말처럼 학습자와의 적극적 상호작용이 중요하다고해서 “언제 어디서든 무조건 적극적 상호작용을 하겠다!”라고 결심했다가는 학기 말에 완전히 번 아웃 된 나를 발견하게 됐다. 이후 학습자와의 상호작용에도 전략이 필요함을 깨달았고 다음의 세 가지 전략을 활용해 학습자도 교수자도 만족하는 상호작용을 할 수 있었다. 

첫째, 상호작용의 타이밍을 정하라. “언제 피드백을 해야 하나요?”라는 시점에 대해 묻는다면 답은 명쾌하다. “교수자가 학습자의 수행을 요구했다면 그에 대해 피드백을 적시에 하라”이다. 학습자에게 무엇인가의 활동을 요청했고 학습자가 활동의 결과물을 제출했다면 그에 대한 피드백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생각하고 해당 주차가 넘어가기 전 적시의 피드백을 제공했다. 대부분의 수행 결과물이 온라인 LMS에 저장되기 때문에 LMS의 코멘트 기능을 활용하거나 파일 자체에 필요 영역에 직접 메모 형식으로 피드백을 작성하였다. 

둘째, 상호작용의 시간을 정하라. “주중 언제든 질문하면 피드백을 드리겠습니다” 보다 “목요일 오후 3-5시 사이는 여러분을 위한 시간입니다. 해당 시간에 질문하면 바로 답변을 드리겠습니다”가 학습자 입장에서는 더 긴밀한 상호작용이라 느낀다. 

셋째, 고 맥락이 아닌 저 맥락 전략을 활용하라. 특히, 비대면 상황에서의 상호작용의 경우 가시적인 비언어적 표현의 활용이 대면 상황만큼 용이하지 않다. 그러므로 보다 학습자에게 ‘여러분~ 내 맘 알지?’ 식의 고 맥락이 아닌 저 맥락 전략을 활용하여 명시적으로 안내하고 명확한 상호작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였다.

적시 피드백 제공 및 저 맥락 전략의 명시적 안내 예시. 사진=박현미

 

“학생이 있는 곳에 학습이 있다”처럼 학교가 있는 곳, 교수자가 있는 곳이 아니라 진정한 학습은 학생이 중심이 된 환경에서 이루어진다. 이제는 교수자가 학습자 특성을 예단하고 일반화하기 어려운 교육환경으로 급변하고 있다. 기존의 수업이 공급자 관점을 중심으로 설계되고 운영되었다면 이제는 수요자 관점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임을 한 번 더 강조하고 싶다.

교수자들이 수업 콘텐츠에 집중하는 것 이상으로 그 콘텐츠를 제공받는 학습자에 대해 더 궁금해하고 더 이해해보고자 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부터가 전에 없던, 전혀 다른 ‘학습자’ 중심 수업의 첫걸음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현미 한양대 ERICA IC-PBL센터 부센터장(부교수)
박현미 한양대 ERICA IC-PBL센터 부센터장(부교수)

현재 한양대 ERICA IC-PBL센터 부센터장을 맡고 있으며 ERICA IC-PBL 교육과정·모델 개발과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PBL 수업 개발 컨설팅과 교수법 특강을 교내·외에서 진행하고 있다. 현재 인적자원개발학회 상임이사(IC-PBL연구회 회장)와 공학교육연구학회 기획홍보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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