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21:00 (토)
가르치고 싶은 강의에서 '학생 중심' 강의로 다가서다
가르치고 싶은 강의에서 '학생 중심' 강의로 다가서다
  • 이신영
  • 승인 2023.06.08 08: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최고의 강의㉕ 이신영 동아대 패션디자인학과 교수
이신영 교수는 교수자가 직접 실습하는 강의 동영상을 만들었다. 대면수업을 하는 동안 학생들이 충분히 교수의 시연을 보지 못한 학생들이 부정확한 정보에 의존해 실습하는 데 영상 강의를 만든 뒤에는 이러한 문제가 상당부분 해소됐다고 밝혔다. 사진=이신영

2020년 코로나19 첫해, 개강은 연기되었고, 얼마 후 대면수업이 불가한 것으로 결정된 후, 모든 강의를 촬영해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수업자료에 들어가는 많은 사진의 출처를 다시 확인하고, 출처를 잊은 이미지는 교체했다.

그래도 이론 강의 촬영은 실습 과목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대면 수업으로 진행했던 실습 과목은 10분 설명하고 50분 동안 학생을 개별지도하는 방식으로 3시간 강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된 후에는 25분 이상의 영상 강의를 3개나 촬영해야 했다. 막막한 일이었다. 결국, 실습을 설명하는 강의 영상과 함께 교수자가 직접 실습을 수행하는 영상도 모두 촬영했다. 학생의 입장에서, 영상을 보고 따라 할 수 있도록 학습자 시점에 카메라를 고정하고, 두 손과 테이블 위 실습 도구들을 바라보는 방향에서 모든 실습 과정을 실제로 시연하고 촬영해야 했다.

반응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다. 대면 실습수업에서 교수자가 실습에 대한 설명과 간단한 시연을 보일 때는 20여명의 학생이 교수자를 중심으로 둥그렇게 둘러싸고 실습시연을 잠시 살펴보는 데 그쳤다. 그러나 실습시연 영상은 바로 눈앞에서 모든 실습 과정을 자세히 보여주었기에 학생들에게 매우 직접적이고 확실한 가이드라인이 됐다. 대면 실습시연에서는 교수자의 설명이나 시연을 멀리서 슬쩍 보거나, 혹은 잠시 딴짓으로 못 보거나, 혹은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동료 학우로부터 전해듣거나 하는 식의 부정확한 정보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실습 결과물의 완성도에도 뚜렷한 차이가 있었다.

그런데 실습 영상을 제공한 경우 대부분의 실습 결과물이 일정 수준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 영상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영상 자료에 익숙한 지금 세대들에게는 눈앞에서 직접 시연도 좋지만, 원할 때 본인이 원하는 장면을 되돌려 볼 수 있는 영상 수업자료는 과거 유인물을 대체하는 매우 적절하고도 중요한 교육자료 형식의 변화였던 것이다. 

학생의 몰입 확인 위해 질문하고 출석확인

2021년 1학기부터는 줌을 이용한 이론 수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줌 수업 채팅 기능을 통해서는 대면 수업에서 듣기 힘들었던 학생들의 생각을, 매우 적극적으로 다양하게 들을 수 있었다. 다만 학생들이 공개 질문보다는 교수에게 메신저로 메시지를 보내는 방식을 선택했기에 좋은 질문이 있다 싶으면 이를 일일이 강의 때 읽어줘야 했다.

또한, 줌 수업 당시 학생들이 카메라를 꺼놓는 문제는 ‘수업에 집중을 안 하는가’에 대한 걱정으로 이어졌다. 카메라 사용을 학생 자율에 맡기니 80여명의 학생 중 카메라를 켠 학생은 3명 미만이었다.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필자는 75분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5번 이상의 질문을 했다. 그러면 학생들은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채팅을 남겼다. 질문에 답을 하느냐, 안 하느냐로 수업 참여도를 가늠했다. 집중하고 있는지, 자리에 있는지를 확인하려고 시작했던 질의응답이었지만, 오히려 질의응답이 수업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학생들이 바로 눈앞에 보이지 않으니, 수업 집중도가 걱정될 수도 있지만, 80명이 빼곡히 앉아있는 강의실에서 학생들의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했던 대면 수업에 비해, 줌 수업은 훨씬 더 많은 학생들과의 상호작용이 가능했고,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교수법의 측면에서, 대면 이론수업보다 줌 이론수업에서 학생들과의 교감이 많았던 점에 착안해 필자는 학생과의 소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2022년 1학기부터는 모든 수업에서 카톡 공개대화방을 개설했다. 질의응답이 공개적으로 실시간으로 진행되면, 수업을 듣는 모든 학생들이 같은 고민을 할 수 있고, 다양한 의견을 교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줌 채팅으로 질의응답을 하는 학생들이 많아서 카톡 채팅방 이용률은 저조했다.

하지만 카톡 채팅방은 대면으로 진행했던 실습수업에서 의외로 활용도가 높았다. 실습 중 손을 들고 질문할 수도 있지만, 카톡에 질문을 남김으로써 더 편안하게 질의응답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필자는 카톡에 남아있는 질문을 실습 중간중간 얘기해주며 학생들의 현재 고민이 무엇인지, 앞으로 어떻게 성장해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익명 혹은 실명 사용을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게 해주었는데, 일부 학생은 실명을 사용하고 있었다. 익명의 흥미로운 질문이 올라오는 경우 질문자가 누구인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비록 익명일지라도 수업참여도가 높아질 수 있는 방법으로 판단되었기에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생각되었다. 

더불어 카톡 대화방은 수업시간 외에도 활용되어 학생들의 궁금한 점에 대해 즉각적으로 답을 해줌으로써 수업에 대한 학습자의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유용했다.

비대면 수업 때 학생들은 코로나 이전 대면수업이 이뤄졌던 시기보다 더 많고 다양한 질문을 이 교수에게 했다. 사진=이신영

코로나 때 찍은 강의 영상, 대면 전환 뒤 플립드러닝 토대로

코로나19 시기에 제작했던 실습수업 영상은 코로나19 이후 나의 모든 수업에서 새로운 방법으로, 매우 적극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2021년 2학기부터 일부 대면수업이 가능해졌다. 이론 수업은 무조건 비대면이지만 실습수업은 필요에 따라 일부 대면수업이 허용되던 시기이다. 이때 필자는 무조건 대면으로 실습수업을 진행하겠다고 선언했다. 학생들과의 피드백이 중요한 디자인 수업에서 아무리 실습 영상이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도 비대면수업에서는 결국 학생에게 자극을 주고 보다 창의적인 실습 결과물을 도출하는 피드백 과정이 축소되기 때문이다.

대면수업이 재개되면서 과거 코로나19 이전의 수업방식으로 모두 되돌릴 수 있었다. 그러나 필자는 코로나19 시기에 학습 효과를 확인한 실습영상을 적극적으로 수업에 반영하고 싶었다. 이에 실습수업에서 2020년 촬영 영상을 모두 제공하고 미리 학습하는 플립드러닝 수업을 도입하였다. 이후 필자의 모든 실기수업은 플립드러닝 수업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학생들의 수업 이해도와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교육환경의 변화는 교수법의 변화를 가져오고, 교육자료 개발로 이어진다. 자발적 학습이 가능하도록 도와주는 교육자료(교재 및 영상)를 개발하고, 교수자는 수업 시간에 학생들의 문제해결을 돕고 다양성과 창의성을 자극하는 피드백 중심의 수업 운영이 가능하다. 유인물의 구성 방식도 변했다. 기존에는 수업 내용을 정리한 유인물이었다면 현재는 영상 수업자료의 화면 중 주요 내용을 캡처하고 해당 페이지에 대한 설명을 부가하는 방식이다.

어떻게 보면, 코로나19 이전에는 교수자가 강의시간에 하고 싶은 말, 가르치고 싶은 것에 집중하여 강의를 해왔다면, 코로나 이후에는 학습자 중심의 강의 운영에 좀 더 다가간 듯하다. 어떻게 가르쳐야 학생들이 제한된 수업 환경에서 더욱 잘 공부할 수 있을까, 이 수업 내용은 어떤 매체를 이용해서 가르쳐야 더욱 효과적일까를 고민한 결과, 학습자 중심의 교수법과 교육방법을 취하게 된 것이다. 어떻게든 학생들이 수업을 통해 무언가를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에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했던 코로나 시기,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교육환경의 큰 변화가 교수법 혁신에 기여한 바가 너무 크다.

이신영 동아대 패션디자인학과 교수
이신영 동아대 패션디자인학과 교수

2013년과 2015년 동아대에서 우수강의교수로 선정됐고, 2019년에는 최우수강의교수에 선정됐다. 2022년에는 (사)한국대학출판협회의 ‘올해의 우수도서’에 선정된 『드로잉 초보자를 위한 패션일러스트레이션』을 출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