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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성장 인내해야 기후위기 막는다
탈성장 인내해야 기후위기 막는다
  • 김정규
  • 승인 2023.07.07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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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보는 세상_『기후 전환 사회』 권희중·신승철 지음 | 모시는 사람들 | 416쪽

100개 대기업이 한국 전체 온실가스 87% 차지
‘가속주의·감속주의’ 과감한 탈성장 투 트랙 전략

“인도 45도 더위에 100명 사망” “미국과 멕시코 50도 육박 불볕 더위 지속” “베이징은 40도 넘는 폭염, 상하이는 폭우” “캐나다 산불 지속…유럽도 위험하다” 최근에 보도된 기후 관련 기사 제목이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이 온난화에 따른 기후 변화라는 데에는 별 이견이 없어 보인다. 

2016년 발효된 파리협정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키로 하고,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을 추구’하기로 했다. 이 협정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을 비롯한 190여 개국은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탄소중립의 관건은 온실가스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상위 10% 대기업 100곳이 한국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87%를 차지했다(2020년 기준). 가정에서 배출된 양은 5.4%에 불과하다. 기업 단위로 보면 ‘포스코’가 1위이다(전체 배출량의 약 10%). 2~5위는 한국남동발전 등 모두 한전의 자회사이다(전체 배출량의 약 30%). 

이런 지표들은 온실가스의 주범이 에너지 기업이고, 대기업이고 이를 뒷받침하는 정권이지 개인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일도 그 주범들이 앞장서야 마땅한데, 그렇지 않은 게 현실이다. 기후위기를 애써 별것 아닌 것으로, 첨단기술로써, 개인들의 노력으로써 극복할 수 있는 것처럼 포장한다. 자본과 권력이 증식의 욕망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현재 우리는 지구 생태계의 재생속도보다 1.7배 빠른 속도로 자연을 소비하고 있다고 한다. 이 문제를 제기하는 탈성장론자들은 온실가스 감축만으로는 기후위기를 막을 수 없고, 생산과 소비 등 모든 영역에서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생태연구 및 실천가인 권희중과 신승철은 『기후 전환 사회』에서, 현재 지구의 기후 시스템이 돌이킬 수 없는 임계점을 넘어 파국으로 치달아가는 시점이라고 진단하면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국이 OECD 7위의 경제대국으로서 성장 가능성이 희박함에도 사회구성원들은 여전히 경제적 불평등 문제가 ‘아직 성장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들’이라고 착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 책에서 가속주의와 감속주의라는 투 트랙 전략을 제안한다. 그린뉴딜, 기후금융, 탄소경제, 기본소득, 녹색기술 등은 가속주의로 가되, 일상에서는 감속주의로서 탈성장, 가난, 순환사회, 돌봄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단 한 번도 겪지 않았던 위기이기 때문에 우리가 단 한 번도 실천한 적이 없는 ‘과감한 탈성장’ 전략으로 맞서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이런 것들이다. “매년 IMF 전망치의 두 배에 달하는 감축(-14%)이 이루어져야 한다. 2050년까지 ‘물질 발자국’을 현재의 10분의 1로 줄여나가서 1970년대 수준으로 맞추어야 한다. 전 인류가 지금보다 몸무게를 2분의 1로 줄이고, 음식 섭취량을 10분의 1로 줄여야 한다.”

 

시민과 청소년들이 행동할 때

오늘날 정보는 플랫폼에서 모이고 유통되고 순환한다. 구글, 유튜브, 네이버 등의 뉴스 클리핑 기능은 소비자에 유착하여 정보를 편향적으로 전달한다. 눈가리개를 씌우는 것이다. 기후난민이 9천만 명에 육박하고 나날이 늘어가는 비상상황인 데도 이를 우리가 남의 일처럼 관조하며 가끔씩 혀만 차는 것은 이 눈가리개가 큰 몫을 한 탓이다.

이 눈가리개를 벗겨내려면 기후위기를 자각한 사람들이 더 유능해져야 한다. 2016년 인구 16만의 호주 도시 다레반이 세계 최초로 기후비상사태(Climate Emergency)를 선언한 지 4년 후인 2020년 12월 기준으로 33개국 1,854개 지역에서 기후비상사태가 선포되었다. 전 세계 인구 12.7%에 해당하는 9억5천만 명이 이 지역에 살고 있다. 

영국의 ‘멸종저항(Extinction Rebellion, XR)’이라는 환경운동단체의 목표는 한 국가 인구의 3.5%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모이게 하는 것이다. 이 시민들이 그 국가의 중심부에 집결해야 한다. 그리고 사람들의 주목을 끌기 위해 법을 어겨야 한다. 대신 비폭력을 고수해야 하고, 최소 1주일 이상 시위를 이어가야 한다. 시위가 즐겁고 재미있어야 한다. 2018년 시작된 멸종저항 운동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었고, 한국에서도 멸종저항 회원들이 국회 철문에 쇠사슬로 몸을 묶은 채 ‘우리는 살고 싶다’고 외치다가 연행되기도 했다. 

청소년들의 기후운동은 2018년 스웨덴의 15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가 등교를 거부하고 국회의사당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면서 촉발되었다. 지금은 ‘미래를 위한 금요일’이라는 이름으로 발전하여 7,500개 도시에서 1,400만 명 이상이 함께하고 있다. 청소년 활동가들은 이렇게 묻는다. “위대한 행동을 위한 때가 지금인데, 나중에 위대한 일을 할 수 있도록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한국에서도 ‘청소년 기후행동’ 등이 분투하고 있다. 이들을 위한 기성세대의 지지와 행동이 필요할 때다. 기성세대가 미래세대의 몫을 써버리고 있다는 것을 통감하면서 말이다. 

 

 

 

김정규
한국대학출판협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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