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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세대, 왜 ‘사회적 신뢰 무너져 부당하다’ 생각하나
젊은 세대, 왜 ‘사회적 신뢰 무너져 부당하다’ 생각하나
  • 김정규
  • 승인 2022.11.25 0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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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규의 책으로 보는 세상_『그건 부당합니다』 임홍택 지음 | 와이즈베리 | 372쪽

디지털 세대에게 보상체계 불투명성이 문제
부당·반칙 막으려면 시스템적 신뢰체제 필요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떨어졌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7년 1위였다가 2021년 조사에서는 대기업, 공기업 다음의 3위로 밀려났다. 이처럼 젊은 세대의 공무원 선호도가 떨어진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5년 미만 공무원의 퇴직률 증가에서도 찾을 수 있다. 퇴직 이유로는 업무 과중, 민원인 스트레스, 주변의 괴롭힘, 관행 등이 꼽혔다고 한다(2021 공직생활실태조사). 

『90년대생이 온다』로 주목을 받았던 임홍택 작가는 최근 펴낸 『그건 부당합니다』(와이즈베리, 2022)에서, 지금의 젊은 세대가 요구하는 것은 ‘공정’(公正)이라기보다는 ‘부당’(不當)에 대한 담론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젊은 세대는 왜 지금의 세상을 부당하다고 느끼는 걸까? 임 작가는 보상체계의 불투명성과 관행을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는 점을 지적한다. 디지털 환경에서 살다보니 우리의 인식체계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세대는 그 이전 세대보다 0과 1이라는 최소단위로 세상을 보는 데 그만큼 더 익숙하다는 말이다. 

이러한 세대가 우리 사회와 조직에 들어왔는데 그곳에는 아날로그식으로 여전히 뭉뚱그려진 조직문화와 제도가 버티고 있었다. 따라서 그것에 의문을 제기하고 ‘부당함’을 이야기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공정함의 상징이 ‘줄 서기’이다. 맛집 앞에서, 한정판 판매점에서, 출입국 심사대 앞에서 우리는 별 불만 없이 수시로 줄을 선다. 그런데 이 줄 서기에는 반칙행위가 있다. 바로 새치기다. 

차량이 길게 늘어선 고속도로 출구에서 내 차 앞으로 비상깜빡이를 켜고 끼어드는 운전자를 보면 화가 치민다. 부당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바쁜 일이 있나, 어쩌다 실수로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면 내 차의 브레이크를 밟고 자리를 내주게 된다. 

그런데 내 인생이 달린 문제일 때 이렇게 끼어드는 사람을 만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부모 찬스’ 같은 것을 쓰는 사람 말이다. 노력과 보상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서 벗어나는 일들, 내가 아는 규칙을 위반한 일들이 벌어진다면 말이다. 

인간은 자율성과 관계성, 유능감이라는 세 가지 기본 욕구를 충족할 때 만족한 삶을 살 수 있다고 한다. 여기에서 관계성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사회적 신뢰 체계는 소규모 공동체에서는 도덕에 기반했고, 산업사회로 이행하면서 법과 제도를 매개로 구축됐다. 그런데 현대사회에서는 이 법적 신뢰체계에서조차 해결되지 못하는 문제들이 많아지고 있다.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법적으로 제재를 가해도 지켜지지 않는 일들이 많아진 것이다. 임홍택 작가는 이에 대해 시스템적인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한국의 2018~2020년 기간 중 음주운전 재범률이 44%라고 한다(한국교통안전공단 조사). 마약사범 재범률 30%보다 훨씬 높다. 도덕심에 호소하거나 법의 제재로는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미국이나 스웨덴에서는 시스템적 신뢰 구축 방법을 사용했다. 운전자에게서 알코올이 감지되면 시동이 걸리지 않는 잠금장치 부착을 의무화한 것이다. 이 장치를 도입한 후 음주운전 재범률은 90% 정도 감소했다고 한다. 

사회적 신뢰관계가 무너지면 그만큼 구성원들이 부당하다고 느끼게 되는 일들이 더 발생하게 된다. 이를 해결하려면 부당함을 드러내고 그것을 개선할 수 있도록 공론화를 해야 한다, 반칙 없는 경쟁과정을 만들고 사회 변화에 맞춰 그것을 계속 발전시켜 가다 보면 공정한 사회에 가까워질 수 있다. 

공정은 공존을 조건으로 할 때 의미가 있다. 나와 의견이 다른 상대방을 배척하지 않고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가 유난스러워졌다고 걱정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들은 이미 자신들이 살아갈 새로운 공정의 기준을 하나씩 만들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규
한국대학출판협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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