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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에 고독해져야 하는 이유
올 겨울에 고독해져야 하는 이유
  • 김정규
  • 승인 2021.12.10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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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규의 책으로 보는 세상_『질문 빈곤 사회』 강남순 지음 | 행성B | 356쪽

고립·외로움은 고독으로 인해 창의적으로 전이
권력에 선동 안 당하려면 질문하라

질문은 관심과 호기심에서 시작된다. 뭔가에, 누군가에 대해 알고 싶을 때 우리는 질문을 하게 된다. 자신의 삶에 관심이 있다면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가, 내가 사는 사회의 문제점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해야 한다. 

 

강남순 텍사스 크리스천대 브라이트 신학대학원 교수의 근간 『질문 빈곤 사회』(행성B, 2021)는 권력과 언론, 인권, 관행, 존재와 혐오, 희망과 생명에 대한 큰 질문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는 이 책에서 한국을 질문 빈곤 사회라고 진단한다. 가정교육은 물론이고 공교육에서도 질문이 자유롭지 못한데, 주입식 교육과 입시제도에 그 원인이 있다고 본다. 또한 장유유서(長幼有序)의 전통이 가정, 학교, 직장은 물론 사람 간의 위계주의적 관계를 지배하고 있다고 보았다. 

한국의 대학사회를 한번 보자. 교수들이 법인카드로 술을 마시고 교원 채용에 불공정하게 관여하고, 연구비를 유용한 사례가 작년 교육부 감사에서 드러났다. 이러한 관행들은 대부분 선후배 관계나 사제 관계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물론 전체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공(公)과 사(私)의 경계가 부재한 상황인 것이다. 또한 미국 대학들처럼 교수 간에, 교수-학생 간에 탈위계적 문화가 형성돼 있지 않아 상호 비판적 문제 제기와 심층 토론이 매우 어렵다. 이러한 문화적 환경에서 ‘질문하기’는 미덕이 아니라 파괴적 행위가 된다. 

 

생각을 안하면 정치·종교에 선동된다 

수평적 관계는 질문을 가능케 하는 외적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내적 요인은 무얼까? 이마누엘 칸트는 ‘감히 스스로 생각하라’고 했다. 남에 의해 선동되는 삶이 아니라 자신이 주체가 되어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각‘하는’ 능동적인 주체가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생각‘당하는’ 존재”(유범상, 『필링의 인문학』, 논형, 2014)가 되지 말아야 한다. 한나 아렌트는 한발 더 나아가 “‘선량한 사람’이 비판적 사유를 하지 않을 때, 왜곡된 정치이데올로기나 종교적 가치에 의해 ‘선동’됨으로써,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인류에 대한 범죄’에 가담할 수 있다”라고 했다.  

대학의 미래, 국가의 미래가 걸린 총장 선거, 대통령 선거에서 우리의 눈을 가리는 거짓과 선동이 난무하는 게 현실이다. 특히 이번 대선은 정치권력과 언론권력이 진검을 휘두르며 초고속 ‘메타버스’(metaverse)를 타고 달리는 형국이다. 고립과 외로움을 경험한 시민들을 자극해서 편을 가르고 소속감을 부여해 이전투구를 부추기고 있다. 

권력은 어떻게,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사용하는가에 따라서 그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또한 권력 없는 사회는 없고, 남용 없는 권력은 없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에 대해 늘 성찰하고 사유하고 질문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강남순 교수는 위 책의 말미에서 ‘고독’을 권한다. 고립과 외로움을 창의적으로 전이할 수 있는 방법이 고독이라는 것이다. 고독은 자기 자신과 함께 있고 타자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상태다. 이러한 고독의 공간 속에 있을 때 비로소 나 자신과의 대화가 가능하고, 그 대화가 바로 사유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의 극동지방에서 자라는 모소대나무는 특이한 생장과정을 보여준다. 씨앗이 뿌려진 후 4년 동안 단 3센티미터밖에 자라지 않는다. 성질 급한 사람은 갈아엎고 다시 씨를 뿌리려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참아야 한다. 5년차가 되면서 매일 30센티미터씩 6주 동안 쑥쑥 자라서 울창한 대숲을 이루기 때문이다. 4년 동안 대순 15미터를 밀어올릴 수 있는 뿌리의 힘을 축적하는 것이다.

선동되거나 ‘생각당하기’를 거부하고 싶다면 모소대나무처럼 성찰과 사유를 통해 질문할 수 있는 힘을 축적해야 할 것이다. 김장철이 되면 단골 뉴스가 국산으로 둔갑하는 중국산 고춧가루다. 올해에는 광학현미경 기술을 도입해 김치에 버무려 놓아도 중국산을 찾아낼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KF-94 마스크가 생활화했으니 이번 대선판 관전을 위해 거짓된 인물을 가려내는 현미경을 하나 구해볼까 생각 중이다.  

 

 

 

김정규
한국대학출판협회 사무국장·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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