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2-08-17 17:37 (수)
노인도 시민임을 잊지 마세요
노인도 시민임을 잊지 마세요
  • 김정규
  • 승인 2022.03.24 08: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정규의 책으로 보는 세상_『선배시민: 시민으로 당당하게 늙어가기』 유범상·유해숙 지음 | 마북 | 288쪽

초고령사회 속 노인, 선배시민 역할해야

노인은 먼저 태어난 존재이지 윗상사는 아니다

65세 이상이 1천만 명이 된다는 초고령사회를 코앞에 둔 한국. 노인가구의 상대빈곤율은 43.4%(2018년 기준), 노인 고용률은 34.1%(2020년 기준)에 이른다.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치이다. 국민(노령)연금 수급권자 총 460만 명 중 월 60만원 미만 수급자가 77%다(2021.7월 기준). 노인들에게 일용할 빵이 절실하다는 지표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는 이런 현실을 ‘개인 탓’으로 돌리며 노인들을 소외시키고 있다. 노인은 잉여인간이나 젊은이들이 뼈빠지게 벌어 낸 세금을 탕진하는 존재, 꼰대로 폄하되며 혐오의 대상이 되기까지 한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할 돌파구는 없는 것일까? 늙음을 외면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사회적 역할을 가진 품위를 갖춘 인간으로 당당하게 늙어갈 수는 없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 유범상(방송대) 교수․유해숙 인천광역시 사회서비스원장은 최근 펴낸 『선배시민: 시민으로 당당하게 늙어가기』(마북, 2022)에서, 노인을 ‘시민권’의 관점에서 새롭게 바라보라고 주문한다. 노인의 인구 폭발과 빈곤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민권이란 무엇인가? 유 교수는, 국가가 시민의 삶을 요람에서 무덤까지 책임질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라고 정의한다. 영국 사회보장제도의 설계자인 윌리엄 베버리지가 1942년에 이미 설파한 대로, 국가는 결핍, 무지, 질병, 불결, 나태라는 5대 악을 소득보장, 의무교육, 공공의료, 공공주택, 완전고용을 통해 해소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노인, 돌봄의 주체로 공동체에 참여

문제는 한국의 노인들이 베버리지가 말한 5대 악을 스스로 해결해야 할 것으로 여전히 인식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깨야, 인식을 전환해야 자신이 행복해질 수 있는 데도 말이다. 유 교수는, 한국에서 노인을 보는 관점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었다. 사람도 아닌 짐스러운 존재라는 ‘No人’, 돌봄의 대상인 ‘어르신’, 취미나 자기계발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는 ‘액티브 시니어’다. 

최근 사회복지 정책에서는 돌봄의 대상으로만 보던 노인들을 서울특별시 50플러스재단 같은 제도를 통해 액티브 시니어로 전환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은 경제적 여유가 있는 소수에 불과하다. 또한 개인주의에 기반한 제도라는 한계도 있다. 

 

액티브 시니어로 전환시키는 제도는 일부만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따라서 노인은 돌봄의 주체로 공동체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 사진=픽사베이

사회복지학 전공자로서 시민교육 현장에서 발로 뛰고 있는 두 저자는 이 책에서, 노인들이 빵을 해결하고 장미(품위)를 얻고 싶다면, 돌봄의 대상이 아니라 돌봄의 주체로서 공동체에 참여하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그에 맞는 노인상으로 ‘선배시민’을 제시한다. 선배시민이란, 시민이자 선배인 존재, 즉 ‘시민권이 당연한 권리임을 자각하고, 이를 누리며, 공동체에 참여하여 자신은 물론 후배시민을 위해 활동하는 노인’이다. 예를 들자면 이런 거다.

#1 강남역 화장실 묻지마 살인사건을 보고 딸 셋을 가진 한 아버지는 새롭게 결심했다. 내 딸만 잘 키우면 될 줄 알았는데, 남의 자식이 잘 크지 않으면 내 딸이 위험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지역공동체에 참여해 청소년센터 설립에 도움을 주었고 남의 자식 잘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 우리 아파트 앞 횡단보도는 보행 속도가 느린 유치원생과 노인들이 많이 다니는데 신호 주기가 짧다. 기존의 자원봉사라면 횡단보도에서 신호 안내나 차량 통제 활동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시민권을 자각한 ‘선배시민’ 자원봉사자라면 이곳의 신호 주기를 길게 하거나 육교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환경이나 구조를 변화시켜 이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을 할 수 있다. 선배로서 궂은일을 맡아 시민의 안전을 위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다.

다만, 공동체 활동에서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영화 「인턴」에서 70세 인턴 벤이 30세 여성 CEO 줄스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는 여기 당신 세계에 대해 배우러 왔어요.” 벤은 나이가 어린 줄스를 가르치려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배우려고 했다. 그리고 줄스가 필요로 할 때 자신의 경험과 지혜를 공유해 주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세계와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서로 인정할 때 비로소 존중과 연대, 그리고 소통이 가능하다. 선배(先輩)는 먼저 태어난 사람이지 윗사람(上司)이 아니다. ‘Not ranking but linking!’

 

 

김정규
한국대학출판협회 사무국장·작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