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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 미국·이란 핵협상 결렬위기···핵 합의 절호의 기회
[글로컬 오디세이] 미국·이란 핵협상 결렬위기···핵 합의 절호의 기회
  • 성일광
  • 승인 2022.05.23 0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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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_성일광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책임연구원
[사진] 이란 핵무기 풍자 만화(왼쪽)와 이란 핵 협상 EU장관회의(오른쪽). 사진=픽사베이(왼쪽), 위키피디아(오른쪽)
[사진] 이란 핵무기 풍자 만화(왼쪽)와 이란 핵 협상 EU장관회의(오른쪽). 사진=픽사베이(왼쪽), 위키피디아(오른쪽)

유럽의 중재로 진행된 미국과 이란 핵협상이 결렬 위기에 처했다. 거의 1년을 끌어온 협상이 3월 초까지만 해도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는 듯했으나 큰 암초를 만난 것이다.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이유는 이란의 엘리트 군 혁명수비대(IRGC)를 해외 테러단체 명단에서 삭제해 달라는 이란의 요구를 미국이 거부하면서 양국이 대치하고 있다. 2019년 트럼프 대통령이 혁명수비대를 해외테러단체(FTO)로 지정했다. 미국은 이란이 핵 협상과 관련 없는 조건을 요구한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동맹국 이스라엘, UAE와 사우디아라비아 모두 혁명수비대 테러단체 지정 해제에 반대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혁명수비대가 자국군 소속인 만큼 테러단체로 지정한 것은 부당하다며 버티고 있다.

많은 전문가는 협상 중단의 본질은 혁명수비대 테러 지정 해제가 아니라 협상 반대로 돌아선 국내 정치 상황 때문에 빚어진 미국과 이란의 기싸움이라고 보고 있다. 이란의 보수 정권은 협상 초부터 2018년 트럼프가 핵 합의를 일방적으로 탈퇴한 선례를 막기 위해 의회 차원의 보장을 요구했다. 협상 막바지엔 혁명수비대 테러 지정 해제를 더 강력히 요구했다. 이란 내 합의 반대론자들을 달래기 위한 카드로 볼 수 있다. 미 국내 상황도 합의 반대로 기울었다. 상하원 의원들은 혁명수비대 테러 지정 해제를 반대하는 연판장을 돌리며 반대 의사를 표명하며 여론이 급속히 악화됐다.  

전문가들은 또 혁명수비대 테러 지정 해제가 실제 활동에 큰 변화를 주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혁명수비대가 해외 테러단체 명단에서 삭제되더라도 여전히 미국의 다양한 제재하에 있는 만큼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혁명수비대는 이미 2001년부터 미국 행정명령 13224조에서 테러 지원단체로 명기돼 제재를 받아왔다. 게다가 혁명수비대는 2005년 대량살상무기 확산 억제 방지를 위한 행정명령 13382조와 2021년 인권유린 단체 지정 행정명령 13553조의 제재도 함께 받고 있다. 혁명수비대 산하 정예부대 고드스(Qods)도 행정명령 13224조의 제재를 받고 있다. 따라서 해외 테러단체 지정을 해제하더라도 이란혁명수비대는 여전히 미국의 다양한 제재 하에 남게 된다. 혁명수비대는 다양한 제재 하에서도 오랜 기간 역내 대리 조직을 지원하는 비밀 활동을 해온 만큼 테러 단체 지정 해제는 실질적인 효과보다는 상징적인 함의가 더 크며 군사 활동에 주는 영향은 미미하다.

만약 이란 핵 협상이 이란과 미국 간 무모한 ‘치킨 게임’으로 결렬된다면 역내는 물론 우리에게 미칠 파장도 만만치 않다. 역내 긴장감은 다시 고조되어 정세 불안이 예상된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할 것으로 의심하고 있는 만큼 핵시설 사보타지나 요인 암살을 재개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란은 사이버 공격이나 시리아에서 이스라엘 목표물을 공격해 반격할 것이다. 이란은 또 역내 미국 자산을 공격할 것이다. 이라크 내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를 이용해 이라크와 시리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을 괴롭힐 것이다. 이란은 또 예멘의 후시 반군을 이용해 UAE의 두바이와 아부다비는 물론 사우디아라비아를 공격해 역내 안보 불안을 조성할 것이다. 후시는 현재 2개월간 휴전에 합의해 UAE와 사우디 공격을 잠시 멈췄지만 언제든 합의를 뒤집을 수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우리 선박이 나포되는 것이다. 이미 작년 1월에 ‘한국케미’호가 나포돼 곤욕을 치렀다. 우리가 원유 대금으로 국내 은행에 묶여있는 이란 자산 70억 달러를 돌려주지 못한다면 이란의 압박은 거세질 것이고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우리 선박의 안전이 다시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이란과 미국은 무의미한 자존심 대결을 중단하고 핵 합의에 이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살려야 한다. 우리 정부는 이란 핵 합의 타결이 북한을 협상으로 유인할 수 있다는 점을 미국에 강조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우리 선박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이란 원유 대금을 반환할 창의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란 핵 협상 타결 여부는 우리에게도 매우 중요한 사안인 만큼 새 정부의 적극적인 관여가 요구된다.

 

성일광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책임연구원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에서 중동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한국 이스라엘 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는 『Mamluks in the Modern Egyptian Mind: Changing the Memory of the Mamluks, 1919-1952』 (Palgrave MacMillan, 2017)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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