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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잊어버린 '존재의 의미'가 흐르는 북한강
우리가 잊어버린 '존재의 의미'가 흐르는 북한강
  •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 승인 2018.11.1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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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에서 강화까지, 경계에 핀 꽃: DMZ 접경지역을 만나다_ 17-2 토속어류생태체험관-한국수달연구센터-숲으로 다리-화천생태영상센터-서오지리 연꽃단지

물고기와 함께 살기를 실천하는 ‘토속어류생태체험관’

모든 생태계는 서로를 나누지 않는다. 거기에는 오직 에너지의 순환만이 존재할 뿐이다. 따라서 모든 생태계가 그러하듯이 자연과 인간의 관계 및 그들의 존재론적 나눔이 함께 할 때에만 하나의 생태계는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 분단에 의해 찢겨지고 오염되었던 화천은 최근 들어 인간과 자연 사이의 소통과 나눔을 만들어가는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토속어류생태체험관’은 딴산의 수호를 받으며 개울의 물고기들과 함께 살아왔던 사람들이 살아가는 마을의 중턱에 자리를 잡고 있다. 이곳은 황쏘가리와 어름치 등 천연기념물 2종을 비롯해 멸종위기종 8종, 희귀-일반종 56종, 외래종 6종 등 모두 72종의 어종들에 관한 생태를 보고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화천군민들의 ‘물고기와 함께 살기’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생태체험장 옆에는 종묘배양장이 있다. 이곳에서는 황쏘가리, 붕어, 잉어, 동자재 등의 치어를 양식하고 있으며 일정한 크기로 성장한 다음에는 북한강 일원에 이들을 방류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황쏘가리는 1967년 7월 천연기념물 190호로 지정되었으며 최근 개체수가 감소하자 평화의 댐 상류수역을 황쏘가리 보호구역으로 설정하고 여기에 이들 치어를 방류하고 있다. 그러나 물이 많은 곳에는 물고기만이 아니라 그것을 먹고 사는 동물도 양육하기 때문에 수많은 포식자들을 길러낸다. ‘수달’이 대표적이다.

수달과 함께 살아가는 북한강을 꿈꾸는 ‘한국수달연구센터’

수달은 족제비과에 속하는 포유류로, 얼핏 보기에 족제비를 닮았지만 신체가 물속에서 생활하기에 알맞게 진화하여 몸은 유선형으로, 발가락 사이에는 갈퀴가 있다. 또한, 물속에서도 먹이를 잘 찾을 수 있도록 입 주변에는 안테나 역할을 하는 수염이 나 있고 망막에는 주름이 져 있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수달은 유라시아 수달로, 과거에는 흔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보기 힘든 존재가 되었다. 

특히, 수달 가죽은 예로부터 질이 좋기로 정평이 나 있어 과거에는 남획의 대상이 되었으며 최근에는 산업폐기물이나 농약 등으로 인한 화천의 오염으로 그 수가 급격히 줄었다. 1982년 11월 4일 수달은 천연기념물 제330호로 지정되었으며 보존에 힘쓰고 있다. 화천군민들 또한 ‘수달과 함께 살아가는 북한강’을 꿈꾸며 ‘한국수달연구센터’를 꾸려가는 실천들을 전개하고 있다.

‘한국수달연구센터’는 아시아 최초의 수달 전문 연구 시설로, 교육과 연구, 사육을 모두 겸비하고 있는 연구소이다. 2017년 11월 기준으로, 현재 수달 20마리가 이곳에서 생활을 하고 있으며 2013년 이후 12마리를 자연에 방사했으며, 지난 4월에는 새끼 4마리가 한꺼번에 태어나는 경사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물고기도 수달도 모두 다 그들 생명의 근원은 물이다. 자연과 인간은 서로 물리적 에너지만 나누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는 정서와 가치, 의미들 만들어내는 정신적 에너지의 교환 또한 일어난다. 그들은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물’을 기반으로 하여 생명적인 정감과 느낌을 나누며 관계를 만들어간다. 이런 점에서 화천의 “Eco-Paradise”는 물을 기반으로 하여 인간과의 교감 및 소통을 통해서 상호 의미를 만들고 그것을 통해서 존재가 지닌 진정한 의미들을 만들어가는 작업 또한 진행하고 있다. ‘숲으로 다리’와 ‘화천생태영상센터’는 이를 보여주고 있다. 

물의 나라에서 물을 느끼고 물을 재현하는 ‘화천생태영상센터’

‘한국수달연구센터’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강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오다 보면 강 위에 떠 있는 다리들을 만날 수 있다. 가장 처음 만나는 다리는 ‘숲으로 다리’이다. ‘숲으로 다리’는 북한강에 떠 있는 3.3km의 부교로, 김훈 작가가 지어준 이름이라고 한다. ‘숲으로 다리’는 강 건너편 우거진 숲 아래, 강가 위에 떠 있는 부표로, 녹음이 짙게 드리운 다리 위를 걷다보면 녹색에 젖어드는 마음과 미세한 물길이 전해주는 흔들림에 온 몸이 청량해지는 느낌을 준다. 
‘푼툰다리’도 마찬가지이다. 푼툰은 영어 ‘pontoon’을 한글로 표기한 것으로, ‘잔교’나 ‘부교’, ‘나루터의 플랫폼’, ‘물품운반용 거룻배’ 등과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왜 굳이 ‘배다리’와 같은 좋은 우리말을 두고 ‘푼툰다리’라는 작명을 했는지 알 수 없지만, 비교적 폭이 넓은 화천 시내의 강을 가로질러 흔들리는 다리를 건너는 낭만은 분명히 있다. 그런데 화천에는 자신이 느낀 물을 직접 표현하는 곳도 있다. ‘화천생태영상센터’가 그런 곳이다.

화천을 가로지르는 북한강의 '숲으로 다리'. 사진 제공=화천군청
화천을 가로지르는 북한강의 '숲으로 다리'. 사진 제공=화천군청
화천생태영상센터
화천생태영상센터

‘화천생태영상센터’는 생태와 영상미디어를 결합한 자연친화적 미디어 공간으로 구축되었다. 여기서 양자를 연결하는 테마는 ‘물’이다. 그래서 입구에 조성된 야외 ‘물주제공원’에는 물과 강들이 산천어물놀이장과 어린이놀이장 등 다양한 놀이기구들 및 대형 곤충 조각들과 어우러져 있으며 그 중앙에는 하늘과 맞닿은 높은 봉우리를 상징하는 ‘지구라트’를 만들어 놓았다. 물이 높은 산으로부터 흘러 나와 대지의 젖줄을 만들고 그로부터 다양한 생명체들이 깃들어가는 것을 놀이 속에서 느끼도록 만들어놓은 것이다. 
 
존재의 물음을 건네는 북한강

물은 모든 생명의 근원이다. 지구의 모든 생명들은 물에서 태어나고 물과 함께 살아간다. 그래서 강은 대지의 젖줄이다. 한반도의 중부 대륙을 가로지는 젖줄은 ‘한강’이다. 우리는 그 강에 터전을 잡고 오랜 역사 동안 삶의 뿌리를 내렸으며 오늘날 ‘서울’이라는 세계적인 도시문명을 일구어냈다. 하지만 사람들이 생각하거나 기억해내는 한강은 네온사인으로 반짝이는 화려한 불빛이 비추는 ‘서울의 한강’일 뿐이다. 

그러나 한강의 발원지는 무수히 많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서로 다른 발원지를 가진 강들 중 가장 긴 것을 굳이 그 강의 발원지로 규정하면서 진정 중요한 진실을 잊어버리고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보는 크고 거대한 것들이 사실은 눈에 보이지도 않은 작은 것들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 우리의 화려한 문명이 사실은 작고 보잘 것 없는 것들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특히, 북한강은 남북 분단에 의해 오염되고 찢겨지고 잊혀졌다. 

서울의 한강은 자연을 지배하는 거대한 과학기술과 주체할 수 없는 물질적 풍요, 정박지 없이 떠도는 소비 욕망의 판타지가 만들어내는 소용돌이 속으로 우리의 존재를 빨아들이며 존재 의미에 대한 물음을 망각하도록 이끈다. 하지만 북한강은 바로 우리가 잊어버린 존재의 의미, 더 나아가 서울의 한강이 아니라 남한강/북한강이 남/북을 가로지르면서 양쪽 모두의 생명을 살찌우는 ‘존재의 근원적 물음’이 자리하고 있는 곳인지도 모른다. 거기서 존재는 내게 말을 건네온다. “짙은 안개 속으로 새벽강은 흐르고/나는 그 강물에 여윈 내손을 담그고/산과 산들이 얘기하는 나무와 새들이 얘기하는/그 신비한 소리를 들으려 했소.” 바로 그 존재의 말건넴을 듣는 북한강에서의 마지막 여행지는 ‘서오지리 연꽃단지’이다.

진흙탕에서 깨끗하고 풍성한 꽃잎을 피우는 ‘서오지리 연꽃단지’

연꽃은 불가에서 “염화미소”(拈華微笑), “염화시중”(拈花示衆)의 기원이 되는 ‘깨달음의 꽃’이기도 하다. 진리는 보기에 맑고 아름다운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럽고 추한 곳에서 그 스스로를 정화하는 힘인지도 모른다. 사실 연꽃은 더럽고 추한 흙탕물에서 자라나나 추함과 아름다움을 나누지 않고 붉고 흰 색을 띠어 화려하나 결코 순박함을 잃지 않고 부드러운 곡선이 요염하게 뻗어나갔으나 결코 천박하지 않다. ‘서오지리 연꽃단지’도 마찬가지이다. 서오지리 연꽃단지는 1965년 춘천댐이 생기면서 ‘건넌들’이라고 부르는 마을 앞쪽 일부가 물에 잠기면서 습지가 생겨났고, 이후 오염된 습지를 정화하기 위해 2003년부터 연꽃을 심어 현재의 연꽃단지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오염된 습지에서 연꽃마을이 된 서오지리

6월에 접어들면 서오리지 수변의 ‘건넌들 연꽃마을’ 습지 약 5만여 평에는 연꽃의 대명사인 선홍색 수련꽃과 크림색의 수련꽃, 가시 돋은 큰 잎사귀가 인상적인 가시연, 손가락만한 노랑어리연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이곳에는 약 300여 종의 다양한 연꽃이 자라고 있으며 이들이 만개하면 이곳은 북한강의 그윽한 물빛을 배경으로 연꽃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또한, 이곳에는 뜸부기, 파랑새, 호반새, 꾀꼬리, 원앙, 물닭과 같은 희귀한 새들이 둥지를 틀고 있으며 물벼룩을 비롯한 수서곤충과 가물치, 잉어, 붕어, 새우, 참게 등 토종어류도 서식하고 있다. 

방죽길 곳곳에 설치된 전망데크에서 연꽃들을 눈에 담다보면 어느새 우리네 마음은 무념무상의 비움으로 향한다. 그래서 북한강을 거슬러 올라 시작한 과거와 현재를 찾아 떠나는 길은 무념무상의 비움 속에서 존재의 물음을 찾는 길이 된다. 그래서 정태춘은 다음과 같이 노래했는지도 모른다. “아주 우울한 나날들이 우리 곁에 오래 머물 때/우리 이젠 새벽강을 보러 떠나오/강으로 되돌아가듯 거슬러 올라가면/거기 처음처럼 신선한 새벽이 있소/흘러가도 또 오는 시간과/언제나 새로운 그 강물에 발을 담그면/강가에는 안개가 천천히 걷힐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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