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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말하다 『사랑의 현상학: 환상 없는 사랑을 위하여』] 저자는, 먼저, 철학적 현상학이 갖는 철학함의 소임(인간이 자신을 둘러싼 상황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일을 성찰)으로부터 과제(여러 전제를 변화시키면서, 철학하는 사람이 더는 부인할 수 없는 가정이라 할 불변하는 요소들 속으로 돌파해 들어가는 일)의 부여를 강조하고 점검한다(서언, 8쪽). 그리고 기존의 현상학은 철학함의 과제를 해결하기에는 매우 미흡했다고 평가하면서, 마침내 자신이 내 세우는 ‘새로운 현상학’(예를 들어, 신체성의 감정, 개체성의 현상학을 통해 아픔, 불안, 우울, 슬픔과 같은 인간적 고통을 인식하는 문제와 관련하여 철학적으로 기여하고자 한 노력)이 그 역할을 위한 사유의 기반이 될 수 있음을 제시하고 나선다. 물론 그 과제 중 하나가 ‘사랑을 공부하는 일’(서언, 9쪽)이라고 강조하면서, 즉 사람들이 사랑을 찾을 때 떠올리는 현상에 다가가는 일, 그리고 이 현상에 적합한 충만함과 섬세함을 가지고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그 현상을 최대한 온전히 파악하는 일은 자신의 ‘새로운 현상학만이 적절히 해결’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서언, 10쪽). 이와 같은 그의 주장은 4장(감정과 느낌으로서의 사랑)과 5장(상황으로서의 사랑) 그리고 특히 7장(사랑과 신체)에서 신체현상학적 접근을 통해 섬세하게 관찰되고 독창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랑에 관한 여러 실례와 많은 문학작품들(예를 들어, 스탕달의 『연애론』(초판 1822), 386쪽 등)이 인용되고 있는데, 새삼 책 속에서 다시 만나게 되는 작품들과의 조우는 책읽기의 즐거움을 더해 준다. 

책을 말하다 | 이승건 | 2022-05-27 1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