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3-01-31 18:41 (화)
예술, 철학으로 이해될까?
예술, 철학으로 이해될까?
  • 이승건
  • 승인 2022.12.02 09: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책을 말하다_『철학이 본 예술』 게오르크 W. 베르트람 지음 | 박정훈 옮김 | 세창출판사 | 335쪽

지난달 29일, 한국미학예술학회의 초청으로 베를린 자유대학교에 재직 중인 독일인 게오르크 W. 베르트람 교수의 강연이 있었다. 초청 강연의 주제는 「갈등하는 통일 속의 예술들」(Die konfliktive Einheit der Künste)로 강연자의 평소 연구에서 엿볼 수 있는 내용들이었다. 특히 ‘개별 예술들은 끊임없이 서로 빚어대는 갈등으로부터 예술의 통일(성)이 귀결된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이러한 갈등의 중심에는 ‘모든 개별 예술들이 추구하는 실천적이고 사회적인 요구가 있다는 점’을 주장하는 철학자가 본 예술에 관한 강연이었다.

 

사실, 서평자에게 강연자의 이와 같은 강연 내용은 그리 낯선 것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초청연사 베르트람 교수의 주된 주장을 살필 수 있는 그의 저서(Kunst: Eine philosophische Einführung, Philipp Reclam Jun. GmbH & Co., 2005(초판) / 2016(재판))가 이미 우리말(박정훈 옮김, 『철학이 본 예술』, 세광출판사, 2017)로 번역되어 서평자의 책장 한 곳을 차지하며 가까이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유럽식 미학에 기반한 미학사적 맥락을 아우르는 예술이론서

한 때, 미와 예술에 관한 연구서는 주로 독일어로 써진 책들이었다. 특히 20세기 이전에 미와 예술의 철학적 성찰이나 담론은 독일미학이 중심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이와 같은 사실은 18세기 독일의 관념론적 철학 흐름 속에서 칸트의 세 번째 비판서, 즉 『판단력 비판』(1790)이 종래의 이론철학(논리학)과 실천철학(윤리학)을 매개하는 제3의 철학(미학)으로 독립 선언한 후, 그리고 절대정신의 한 영역으로서 예술에 관한 헤겔의 이론서, 즉 『미학강의』(1817년부터 1829년에 걸쳐 여섯 차례의 강의를 묶은 전3권)를 거치면서 독일은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학문적 위상을 갖췄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실증적ㆍ실험적인 방법의 새로운 미학 연구 역시 소위 ‘아래로부터의 미학’으로서 예술학(Kunstwissenschaft)이라는 명칭으로 반(反)관념론적 미학의 성격으로 19세기 독일의 학문적 풍토에서 싹 틔웠기에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20세기 들어, 미학 연구는 유럽의 미학(특히 독일미학)과 결별하는 미국식 미학(예를 들어, 분석미학이나 프라그마티스트 미학 등)에 의해 그 흐름이 주도되기에 이른다. 이때부터 모리스 웨이츠(Morris Weitz, 1916~1981), 비어즐리(Monroe C. Beardsley, 1915~1985), 조지 디키(George Dickie, 1926~2020), 아서 단토(Arthur Coleman Danto, 1924~2013), 리차드 슈스터만(Richard Shusterman, 1949~ ) 등 미국 미학자들에 의한 미와 예술의 이론적 연구들(비평철학을 포함하여)이 미학계의 주류를 형성하며 지금까지도 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정통 독일미학의 계보에 속한 베르트람 교수의 저서 『철학이 본 예술』(“이 책은 미학을 ‘아름다운 예술에 대한 철학’으로 이해한 헤겔의 입장을 따른다.”고 저자 스스로가 밝히고 있다(프롤로그, 8쪽).)은 현대미학의 논점들(예를 들어, ‘Ⅳ장 기호와 경험’에서의 소절2. 새로운 논점: 기호와 경험(굿맨: 무한히 해석 가능한 기호, 듀이: 다른 경험들과 더불어 이루어지는 하나의 경험, 기호와 경험을 둘러싼 논쟁)을 시야에 넣은 채 미학사를 관통하는 문제적 주제들을 심도 있게 다루고 있음으로 해서(예를 들어, ‘Ⅱ장 예술, 그리고 예술들’에서의 소절1. 예술의 이원화 분류법(레싱: 공간예술과 시간예술, 니체: 디오니소스적 예술과 아폴론적 예술, 벤야민: 아우라적 예술과 비아우라적 예술)과 소절2. 예술들의 통일성(헤겔: 예술들의 체계, 바그너: 종합예술작품, 예술의 상호매체성) 그리고 소절3. 예술들의 장력성과 예술 개념(소리의 조형성, 색의 음악성 등)), 미국 중심의 미학적 연구 흐름에 상대적으로 미학사적 맥락의 균형감을 제공하는 하나의 연구지평으로 읽히기에 충분하다! 

 

심미적 자기소통은 예술의 특유한 가치!

모두 일곱 개의 장(Ⅰ~Ⅶ)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각각의 장이 독립성을 띠고 있어 개별적으로 별개의 내용으로 읽어가도 무방할 듯하다. 그러나 “이 책은 예술에 대한 철학적 입문을 목표로 한다.”(프롤로그, 7쪽)는 저자의 집필의도 대로, 독자들에게 마냥 입문서로만 친절하게 머물러 있지는 않는다. 그 만큼 이 책은 전문적인 미학의 내용을 뿜어내며 ‘예술을 철학적으로 숙고하는 방법과 절차에 대한 입문’(「역자 후기」, 318~319쪽)을 요구한다. 이 점이, 이 책이 지닌 가장 큰 장점이자 약점이다! 물론 이 약점은 곧 우리 독자들이 해결해야 할 몫으로 남겠지만, 저자는 여전히 ‘미적 자기소통’이라는 예술 특유의 가치를 언급하며(에필로그: 예술의 가치, 311쪽), 예술과 대화하는 길에 우리가 동참할 것을 끈질기게 권유하고 있는 듯하다.  

 

 

 

이승건
서울예술대 교수·미학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