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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생각해보자, 4차 산업혁명이 뭐길래 IoT·AI·빅데이터가 필요한가?!”
“거꾸로 생각해보자, 4차 산업혁명이 뭐길래 IoT·AI·빅데이터가 필요한가?!”
  • 양도웅
  • 승인 2018.08.20 09:4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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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는 대학의 자세 ④세종대_백성욱 소프트웨어융합대학 학장 인터뷰

세종대는 호텔관광대학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세종대가 여러 사람에게 주목받은 이유는 소프트웨어(SW) 분야에서 거둔 눈에 띄는 성과 때문이다. 일례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작년 한 해 동안 진행한 ‘글로벌 ICT 학점 연계 프로젝트 인턴십’에서 선발한 10명 중 5명이 세종대 학생이었다. 작년에 열린 과기정통부 주최 ‘글로벌 SW공모전’에서 국무총리상(1등)과 장관상(2등)을 차지한 이들도 세종대 학생들이었다. 

공학과 SW에서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인 대학들을 제치고 거둔 세종대의 성과는, 과연 어떤 철학과 교육프로그램에 기인한 것일까. 이런 놀라움과 궁금증을 안고 지난 7일 세종대 율곡관 602호로 향했다. 인터뷰이(Interviewee) 백성욱 SW융합대학장 앞에는 인터뷰 관련 자료들이 가득 놓여 있었다. 

필요로 탄생한 4차 산업혁명

우선 백성욱 학장에게 4차 산업혁명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물었다. 백 학장은 “거꾸로 생각해보자. 4차 산업혁명이 도대체 뭐길래, IoT·AI·빅데이터 등이 필요한가”라고 입을 뗀 뒤, 답을 이어갔다. “IoT·AI·빅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 때문에 등장한 게 아니다. 이 기술들은 해당 분야에서 '필요' 때문에 발전했고, 이 기술들이 무르익자 어느 시점에서 이 기술들을 ‘융합’할 필요가 생겼다. 그리고 그때, 새로운 산업혁명을 선언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산물인 드론, 자율주행차, 3D프린터 등을 만들기 위해 IoT·AI·빅데이터 등이 필요한 게 아니라, 그 반대로 IoT·AI·빅데이터 등이 발전해 이들을 결합(융합)해 보니 기존 패러다임과는 다른 물건이 탄생해 4차 산업혁명을 선언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말이다. 4차 산업혁명을 설명할 때, 출발점을 기술과 기술들의 결합(융합)에 놓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만일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의가 늘 추상적으로 흘러간다면, 바로 구체적 기술과 기술의 필요성을 출발점으로 삼지 않았기 때문은 아닌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음을 깨닫게 하는 설명이다.  

백 학장은 여기서 인류 최초로 계산기를 발명한 블레즈 파스칼(1623~1662)을 예로 들었다. 저서 『팡세』에서 “사람은 한 줄기의 갈대다. 그러나 그것은 생각하는 갈대다”라고 말한 철학자이자 수학자, 과학자인 그 파스칼이다. “파스칼은 어렸을 때부터 회계사인 아버지의 일을 도우며, 계속해서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나서 계산기를 만들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다. 본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만들었다.” 

이와 함께 백 학장은 학생들이 이 시대에 갖춰야 할 역량을 설명했다. “AI가 사회 곳곳에서 우리 인간을 돕게 되면, 인간은 지금보다 편하고 즐겁게 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더 좋은 세상을 만들려면, 파스칼처럼 계속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관찰해야 한다. 관찰하며 뭘 만들어야 하는지, 뭘 추구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고민의 답을 SW로 만드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그 역량이 구체적으로 무엇이냐고 곧장 묻자, 그는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사고와 (기본적인) 코딩 능력”이라고 답했다.   

백성욱 학장이 인터뷰에서 강조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역량은 관찰력, 문제 파악 능력, 맷집, 반짝임(창의적인 생각) 등이었다. 사진 제공=세종대 SW융합대학

맷집과 반짝임

대화는 계속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갖춰야 할 역량으로 나아갔다. 백 학장은 반쯤 농담 섞인 비유로 ‘맷집’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화학이나 생물학 실험을 떠올려 봐도 관찰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쥐의 상태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온종일 쥐를 관찰해야 하고, 개미의 움직임을 이해하기 위해 쉬지 않고 개미를 관찰해야 한다. 이런 연구를 하려면 소위 말해 ‘맷집’이 좋아야 한다. SW 분야도 마찬가지다. 밤새 코딩하려면 맷집이 좋아야 한다(웃음).” 체력이나 끈기, 인내 등으로 바꿔 말할 수 있는 이 맷집은,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시대뿐만 아니라 어느 시대에나 필요한 능력으로 손꼽힌다. 그럼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맷집이 약한 사람은 도태될 수밖에 없는 걸까? 

백 학장은 꼭 그런 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맷집 맞은편 특성으로 ‘반짝임’을 들었다. “좋은 쪽으로 생각하면, 체력이 약한 학생들은 ‘반짝반짝’하다. 이 반짝반짝한 애들은 맷집이 약하고 인내심도 약하다. 끝까지 잘 못 간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이 학생들을 건져줄 것이다. 왜냐하면 AI·IoT 등이 주변부 일이나 잡일 등을 떠맡고, 사람은 주로 고상해 보이는 ‘생각’하는 일만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늘 끈기가 부족하다고 지적받은 학생들에게 위로가 될 만한 지적이다. 하지만 그는 맷집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오해를 하지 말아야 한다. 맷집은 기본이다. 작업을 중도에 포기하면, 아무리 반짝반짝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어도 안 된다. 끝까지 가야 한다.”

“왜 휴학하고 디자인해야 하나”

그럼 맷집과 반짝임을 중요시하는 철학이 교육 과정엔 어떻게 반영돼 있을까? 백 학장이 가장 먼저 말한 건 캡스톤 디자인이었다. 캡스톤 디자인은 산업현장에서의 문제해결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작품을 기획·설계·제작하는 교육 과정을 말한다. 세종대 교육 과정의 목적이 철저하게 실무 능력 배양에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학생들은 주로 캡스톤 디자인을 한다. 대개 다른 학교는 캡스톤 디자인이 3학점이지만, 우리는 6학점이다. 학생 대부분이 한 학기에 15~18학점을 듣는 걸 고려하면 캡스톤 디자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학생들에게 부담스러울 만도 한 6학점의 캡스톤 디자인은, 그러나 예상과 달리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고 백 학장은 강조했다. “6학점이 되니까 학생들도 캡스톤 디자인이 매우 중요하다는 걸 깨닫는다. 모를 수가 없다. 학생들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고 스스로 시간을 투자하니, 안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가 없다.” 그는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탁월한 결과물뿐만 아니라 ‘자신감’도 얻게 됐다고 말했다. “캡스톤 디자인의 결과물은 ‘자기’ 작품이다. 여기서 학생들이 자신감을 얻는다. 또한, 짧은 시간이지만 인턴이나 병역특례 등 취업 전 산업현장에 나가 학교에서 기른 능력이 현장에서 유용하다는 점을 깨닫고 자신감을 얻고 동기 부여되기도 한다.” 그는 캡스톤 디자인을 현 6학점에서 9학점으로 확대할 생각을 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세종대 교내 SW해커톤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학생들과 백성욱 학장(가운데)의 모습. 사진 제공=세종대 SW융합대학

캡스톤 디자인을 중요시 하는 교육 과정은 맷집과 반짝임이 반영된 교육 과정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캡스톤 디자인을 교육 과정의 중심에 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세종대가 캡스톤 디자인의 학점을 기존 3학점에서 6학점으로 확대한 건 2016년이다. “당시 많은 학생들이 SW 작품을 만들기 위해 휴학을 하더라. 대학교가 완전히 강의식 교육과 실습 교육으로 분리됐다는 증거였다. 학생들이 너무 안타까웠고,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학교에서 하든, 회사에서 하든, 혼자서 하든, 캡스톤 디자인해서 자기 작품만 제대로 만들면 졸업할 수 있도록 교육 과정을 손봤다.” 학생들이 시간을 허투루 사용해선 안 된다는 생각에서 이런 커리큘럼이 만들어진 셈이다.

인터뷰 내내 자랑 한 번 크게 하지 않은 백 학장은 지난 SW중심대학 워크숍에서의 한 일화를 소개했다. "신용태 숭실대 SW사업단장님이 우리 발표를 듣고 ‘세종대가 정답’이라고 말씀해주시더라. 감사했고, 자부심도 느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절한 교육 과정을 만드는 데 고민이 많은 대학들이 참고할 만한 '표준'을, 세종대는 불과 몇 년 사이에 만들어냈다.    

 

양도웅 기자 doh0328@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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