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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가 일상이 된 현장, 한양대… “24시간, 7일 내내 미래를 설계하라”
창조가 일상이 된 현장, 한양대… “24시간, 7일 내내 미래를 설계하라”
  • 양도웅
  • 승인 2018.06.04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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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는 대학의 자세_① 한양대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마치 유령처럼 대학가를 배회한 지 만 2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수많은 논쟁거리를 순식간에 집어삼킨 이 단어는 어느 순간부터인가 대학가에서는 불문율로 통용되기 시작했다(<교수신문> 917호, 「대학들, 4차 산업혁명 관한 ‘밀도 있는’ 학문적 논의 없이 재정지원사업에 이용했다」 참조). 지난 좌담회에서 김소영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장은 4차 산업혁명이 “담론”의 기능을 한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이 인류의 목적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재차 던진 것이다. 이 피할 수 없는 질문에 각 대학은 어떤 대답을 내놓고 있을까. 그 궁금증에서 이 기획은 태동했다. 첫 번째로 찾은 대학은 ‘2017년도 학생창업자 배출 1위 대학’, 한양대다. <교수신문>은 계속해서 4차 산업혁명을 화두로 현장에서 실천적 움직임을 보이는 대학을 탐방한다.

양도웅 기자 doh0328@kyosu.net

지난달 17일, 24시간 주 7일 내내 학생들의 창업을 지원하는 ‘247 스타트업 돔’이 개관했다. 사진 제공=한양대 창업지원단
지난달 17일, 24시간 주 7일 내내 학생들의 창업을 지원하는 ‘247 스타트업 돔’이 개관했다. 사진 제공=한양대 창업지원단

“한국이 산업화 시대 끝자락에 엉거주춤할지, 4차 산업혁명시대에 합류할지 기로에 서는 한 해가 될 것입니다.” 이영무 한양대 총장의 지난해 신년사의 한 대목이다. 그러나 이 기로에서 한양대는 오래 머무르지 않았다. 한양대는 이 해에 학교 브랜드를 바꿨다. ‘3S 혁신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리더 육성’ 여기서 3S는 창의적 대학(Smart Hanyang), 스타트업 대학(Start up Hanyang), 사회혁신 대학(Social Innovation Hanyang)을 뜻한다. 사회 곳곳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흐름에 당황해 하고 있을 때, 한양대는 신속하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합류하기로 결정했다. 

변화는 학교브랜드에만 있지 않았다. 같은 해, 한양대 대학원엔 창업융합학과가 신설됐다. 보다 체계적·전문적 기술창업 교육을 통해 실천형 창업가를 배출하고 벤처창업분야의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함이었다. 한양대는 이미 2012년에 한양스타트업아카데미를 개설했었다. 2016년까지 4년 동안 이 아카데미가 배출한 수료생만 504명이며, 이들은 285개의 기업을 창업해 1300여명을 고용했다. 이 기업들의 총 연간 매출액은 1천25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한양대는 이 과정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2009년에 국내 대학 최초로 설립된 글로벌기업가센터를 확대해, 대학본부 산하에 창업지원단을 설립했다. 창업지원단은 △창업교육 △창업훈련 △네트워킹 △창업보육 및 투자 △기업가정신 연구 및 협력에 이르는 ‘원스톱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구축했다. 

창업을 꿈꾸는 학생들이 자신의 목표·환경에 맞춰 창업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정규과정과 비정규과정 등을 설계한, 창업지원단 소속 구태용 글로벌기업가센터장은 “많은 곳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다는 목적으로 spot(단기) 강좌나 세미나를 개최한다”며 “그러나 대학에 적합한 것은 spot 프로그램이 아니라 체계적이고 정례적인 교육 시스템이라는 생각에 그런 구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양대는 위 과정에서 창업에 필요한 필수 기술로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구 센터장은 이 교육과정을 준비하며 “전달력과 함께 ‘현장 경험’이 있는 전문가를 초빙하기가 무척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힘이 돼 준 것이 ‘한양 동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17일, 24시간 주 7일 내내 학생들의 창업을 지원하는 ‘247 스타트업 돔’이 개관했다. 원래 4인이 사용하던 방을 최대 3인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리모델링했으며, 방 안 가운데는 수시로 학생들이 창업 관련 회의할 수 있도록 6인 테이블이 놓여 있다. 이번에 선발된 1기 학생들이 방 안에서 회의하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한양대 창업지원단
'247 스타트업 돔'은 원래 4인이 사용하던 방을 최대 3인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리모델링한 것이다. 방 안 가운데는 수시로 학생들이 창업 관련 회의할 수 있도록 6인 테이블이 놓여 있다. 이번에 선발된 1기 학생들이 방 안에서 회의하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한양대 창업지원단

동문들은 이처럼 필요한 때 멘토, 교육자가 돼줄 뿐만 아니라 든든한 경제적 후원자가 되기도 한다. 일례로 창업 초창기에 가장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이 ‘자금난’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한양대 재학생·졸업생·창업보육센터 입주기업·스타트업아카데미 수료생 등이 ‘한양엔젤클럽’으로 뭉쳐, 창업 성공의 마중물이 될 종잣돈의 공급원 역할을 해주고 있다. 이들이 현재 투자한 금액만 26억 원에 육박한다. 

이와 함께 한양대의 최근 움직임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사례는 창업기숙사, ‘247 스타트업 돔’이다. ‘247’은 24시간 주7일 내내 학생들의 창업을 돕는다는 뜻이다. 지난달 17일에 개관한 이 ‘스타트업 돔’은, 우수 창업기업의 발굴과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공간으로 혁신적 아이디어를 보유한 학생 30명을 매년 선발해 1년간 기숙사실·전용창업활동공간·전담 멘토 등을 제공한다. 구 센터장은 “현재 9팀 16명이 입주해 있다”며 “선발된 학생들의 말을 소개하면, 다른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게 이 ‘스타트업 돔’이라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특히 세 명이 생활하는 방 한 가운데에 6인 테이블이 놓여 있어, 학생들이 수시로 회의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스타트업 돔 1기 최문조 군(물리학과 4년)은 “창업자들끼리 모여 함께 일하다보니 서로 의지할 때도 있고 좋은 자극이 되기도 한다”며 “단순히 창업 공간만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정기 교육과 전담 멘토제 등이 있어 창업 역량을 키우는 것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양대가 이처럼 순발력 있고 과감하게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할 수 있는 배경에는 ‘실용 학풍’이라는 문화에서 오랫동안 축적해온 ‘경험’과 ‘막강한 동문 네트워크’가 자리하고 있다. 때문에 다른 대학이 한양대의 철학과 정책을 벤치마킹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하지만 ‘오랜 경험’과 ‘막강한 동문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해, 한양대처럼 선도적인 역할을 하기는 쉽지 않다. 한양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가장 먼저 길을 개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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