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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프린터라는 무대의 연출가
3D프린터라는 무대의 연출가
  • 양도웅
  • 승인 2018.08.13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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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을 찾아서_⑤이진규 이화여대 교수(식품공학과)
이화여대 신공학관 연구실에서, 이진규 교수

“지금까지 식품공학은 식품이 ‘맛있는 식감’을 가져야 한다는 걸 잊었다.” 지난 6일 이화여대 신공학관에서 만난 이진규 교수(식품공학과)는 중·장기 계획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맛있는 식감은 식품의 세 가지 중요한 특성 중 하나다. 맛있는 식감 외에 다른 두 가지는 영양 공급, 신진대사 조절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식품공학이 집중한 분야는 이 두 가지였다. 식품과 의약품의 차이가 점점 사라진 이유 중 하나다. 이 교수는 이런 흐름을 역전시키는 계기를 3D프린터로 만들었다. 

지난 6월 이진규 교수 연구팀은 3D프린터를 활용해 개인 취향에 맞는 식감과 체내 흡수를 조절하는 음식의 미세구조 생성 플랫폼 개발에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고기 근육과 같은 식품 소재를 제조하는 장치, 식품 소재의 식감과 용매(어떤 물질을 녹이는 물질)에서 퍼지고 섞이는 성질을 디자인하는 장치, 식품 재료를 이송하고 인쇄하는 장치, 그리고 음파를 이용한 부양기술로 식품 소재를 비접촉으로 배열하는 장치 등을 고안해 식품 3D프린팅용 기반기술을 개발했다. 현재 총 4건의 국내 특허 출원 및 등록 진행 중이며, 섬유제조장치 발명에 관한 건은 미국에서도 특허 출원 진행 중이다. 

인터뷰에서 이진규 교수는 3D프린터가 ‘플랫폼’이라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그런데 여러 분야에서 자주 접하는 이 플랫폼을 어떻게 이해하는 게 적절할까. 학창시절 영화와 방송 전공을 꿈꾸기도 했다는 이 교수는 3D프린터를 ‘무대(스테이지)’에 비유했다. “무대 위에선 이야기와 사건들이 펼쳐진다. 이를 위해 무대 위에 인물들이 등장하고, 그 인물들이 이야기와 사건을 진행할 수 있는 적합한 주변 환경이 필요하다. 이런 주변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 그게 바로 ‘플랫폼’ 개발이다.” 그가 3D프린터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도 함께 엿볼 수 있는 답변이다. 다음은 이진규 교수와의 일문일답. 

(A) 식품 재료가 영하 100도 근처 초저온에서 가루가 된 상태 (B) 미세한 크기의 식품 재료를 최적의 수분 함량과 열 조건에서 접착제를 분사해 다공성 필름 형태로 재구성. 이 필름 작업은 층층이 반복돼 3차원 식블록이 된다. (C) 식품블럭은 맛있는 식감을 갖도록 식품블록의 미세구조는 체내에 흡수가 잘 되도록 디자인된다. 자료 제공=이진규 이화여대 교수팀

▲ 3D프린터가 발전한 뒤의 생활모습을 상상해봤는지 궁금하다.
“영화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아 미래를 상상하곤 하지 않나. 그런데 미래 사회상을 담은 영화 가운데 식품공학이 빠진 영화는 거의 없다. 「인터스텔라」, 「마션」, 「설국열차」 등에서도 어렵지 않게 식품공학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3D프린터와 관련된 영화는 「설국열차」다. 거기서 식품 블록을 만드는 모습이 나온다. 그런데 이 식품 블록을 먹는 뒷칸 사람들은 불운한 입장에 처한 사람이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음식을 3D프린터로 자신의 집에서 손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다면, 「설국열차」의 뒷칸에서 고생하는 사람들과는 다른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사람들이 '어떤 음식을 먹느냐'가 더 중요해질 것이다. 반면, 그 음식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무엇이 그 음식을 만들었는지는 점차 주목받지 않게 될 것이다.

▲ 그럼 얼마나 기다려야 되나.
“지금까지 3년 정도 이 분야를 연구했다. 현재 기술은 그 시간의 결과물이다. 올해 말에 초기 프로토타입이 나온다. 또한 매년 더 발전된 모델을 내놓을 계획이다. 가까운 미래에 3D프린터가 현재 전자레인지와 같은 위치에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목표로 연구에 임하고 있다.”

▲ 산업계 반응은 어떠한가.
“사실 ‘얼마나 기다려야 되나’라는 질문은 우리 실험실에 관심 있는 회사들이 항상 우리에게 하는 질문이다. 현재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위스, 미국 기업들이 우리 연구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결과는 사람이 아니라 데드라인이 만들지 않나(웃음). 계획에 맞춰 어드밴스드(advanced)된 결과물을 내놓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 이 연구에 관심 갖는 기업 가운데 한국 기업은 없나.
“몇몇 기업이 관심을 보이기는 하지만, 적극적이진 않다. 식품 회사는 굉장히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식품에는 결코 부작용이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픈 이노베이션’ 측면에서 볼 때, 아직 우리 연구개발 환경이나 수준은 위에서 언급한 국가와 기업의 연구개발 환경과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정부가 이 부분을 좀 더 뒷받침해줘야 한다.”

▲ 중·장기 계획이 궁금하다.
“지금까지 식품공학의 기조는 의약품의 형태로 발전시키는 것이었다 생각한다. 하지만 식품은 의약품이 아니다.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게 식품이고, 기능성을 강조하는 게 의약품이다. 식품은 영양 공급, 신진대사 조절 등의 특성을 갖는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잊은 식품의 특성이 ‘맛’, ‘맛있는 식감’이다. 이를 위해 재료를 어떻게 관리하고 가공해야 하는지, 가공을 위한 설비나 알고리즘은 어때야 하는지 등을 지속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다.”

▲ 계속 든 생각이지만, 3D프린터에는 참 많은 기술이 들어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3D프린터는 하나의 기술이나 분야가 아니라 플랫폼이다. 팔을 움직여 음식을 만드는 로봇, 이를 컨트롤 하는 AI(인공지능), 어떤 식품이 돼야 적절하다고 분석하는 빅데이터 등이 결합된 것이 3D프린터다. 스테이지고 플랫폼이라 말하는 이유다.”

이진규 교수와 학생들.

양도웅 기자 doh0328@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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