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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공격성이 극도로 치닫는 때, 충동성 연구자를 만나다
인간 공격성이 극도로 치닫는 때, 충동성 연구자를 만나다
  • 양도웅
  • 승인 2018.11.26 0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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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을 찾아서_⑦ 백자현 고려대 교수(생명과학과)

시국이 시국인지라, 아무래도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백자현 고려대 교수(생명과학과)가 뇌에서 충동적 행동을 조절하는 신경회로를 최초로 밝힌 논문을 지난달 22일  『PNAS(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에 실은 소식을 접했을 때. 

백 교수는 이번 논문에서 도파민 수용체 가운데 D2 수용체가 결여되면 충동성이 현저히 강해지는 걸 동물(쥐) 실험으로 확인했다. 도파민이 만족감과 행복감을 느끼게 만들고 흥분 상태를 만든다는 건 널리 알려진 상식이다. 하지만 좀 더 정확히 말해,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분비돼 도파민 수용체와 결합해야 만족감을 느끼게 만들고 흥분 상태를 만든다. 

이번 연구에 대해 백 교수는 “자기 통제 능력이 부족해 발생하는 중독, 인격 장애, 분노 조절 장애 같은 현대 사회의 심각한 정신 질환들의 치료 타깃을 확립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지난 14일,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자세히 듣고 싶어 고려대를 찾았다. 백 교수의 연구실로 가는 내내,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같은 자기 통제 능력을 상실해 일어난 끔찍한 사건들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신경생물학자는 그 사건에서 무엇이 보일까?

과학자는 자신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표명할 때 ‘실험을 통해 확보한 객관적 근거’를 중요하게 여긴다. 특정 사안에 대해 비약해(상상력을 더해) 말하는 걸 과학자는 매우 경계한다. 백 교수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거두절미하고 ‘이번 연구 외의 다른 질문도 하고 싶었다’는 말을 건넸을 때, 백 교수는 “과학자는 근거 없는 것을 가장 불편하게 생각해요”라고 답했다. 

하지만 한 번 더 묻지 않을 수 없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적어도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같은 사건들을 접할 때 과학자에겐 무엇이 보이는지 궁금했다. 특히, 피의자를 봤을 때. 

“저는 의사가 아니고 신경생물학자이기 때문에 그 질문에 답하기 참 어려워요. 하지만 생물학적으로 봤을 때, 그런 자기 통제 능력을 상실한 충동적 행동들은 신경전달물질과 단백질, 유전자와 신경세포, 그리고 신경회로 등 생물학적인 것과 연관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 부분(도파민이나 도파민 수용체 등)이 부족하지는 않을까 하는 추측 정도를 할 뿐이에요.”

그러니까 과학자는 현상에서 질문(가설)을 발견하지, 곧장 결론으로 나가지 않는다. 발견한 질문도 실험을 통해 검증해야 정확한 몇 마디 말로 바꿀 수 있을 뿐이다. 난감한 표정을 짓던 백 교수는 최근에 이런 질문을 꽤 받은 것처럼 보였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지인 가운데 충동과 중독, 우울 등을 연구하는 사람이 있다면, 최근 일어난 사회적 사건들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사실 주위에서 많은 분이 물어보세요. ‘선생님, 저 그럼 도파민을 먹을까요?’라고 질문하시는 분도 계시고(웃음). 하지만 그건 위험해요. 충동성은 도파민 분비가 적어도 강해지고, 많아도 강해져요. 도파민 분비가 적정해야 한다는 것이죠. 정확히 말하면 도파민 시스템이 적정하게 유지돼야 해요. 도파민 분비 양도 적정해야 하고, 도파민 수용체 양도 적정해야 하죠. 그런데 이 적정이라는 게 다소 추상적이죠. 아직 밝혀야 할 게 참 많아요.”

소위 말해 ‘뇌 지도’를 완성하는 게 왜 중요한지 알게 하는 답변이었다. 현대 과학의 성과 가운데 하나는 뇌가 인간의 행동을 결정짓는다는 것이다. 현대 과학이 인간 행동에 많은 대답을 내놓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뇌는 약 1천억 개의 신경세포(뉴런)를 가진 매우 복잡한 ‘연결망’이다. 백 교수가 “도파민 수용체 D2가 부족하면 충동성이 강해진다”는 걸 밝혔다고 말하면서도 “도파민 수용체를 포함한 도파민 시스템이 적정해야 충동성을 조절할 수 있다”고 여러 번 강조한 이유다. 

백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유전자 조작 쥐(마우스)와 광유전학을 이용해 충동성을 조절하는 신경회로를 밝혔다. 실험 대상인 쥐의 도파민 D2 수용체를 발현해 도파민 신경회로를 활성화했더니, 쥐는 자신의 충동성을 강하게 만드는 음식 앞에서 차분하게 대응했다. 자료 제공=한국연구재단

“뇌의 신기한 부분은 창발성이잖아요”

이처럼 인간 행동이 뇌의 어떤 영역(물질)에 의해 결정된다는 게 속속 밝혀지면, 언젠가 인간은 웬만한 행동들을 어렵지 않게 조절하게 될까? 가령, 백 교수가 실험에 사용한 도파민 수용체 D2가 부족한 쥐의 맛있는 음식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 그런 기분(감각)에 따라 즉각 행동하는 성향을 조절할 수 있을까? 알약 하나로 엄청난 집중력을 갖게 된 영화 <리미트리스>의 주인공 에디 모라처럼. 

“기본적인 행동은 조절할 수 있게 될 거예요. 하지만 뇌의 신기한 부분은 창발성이잖아요. 프로그래밍된 게 아니라, 갑자기 나타나는 것들, 자기 고유의 기억과 경험에 의한 행동들을 어떻게 할 수는 없죠. 그건 그 사람만의 고유한 것이니까요.” 백 교수는 여기서 기자를 예로 들며 설명을 이어갔다. 

“가령, 양도웅 기자님께서는 며칠 전만 하더라도 저를 몰랐는데, 오늘 저를 만나 알게 됐죠. 그런데 오늘 본 기억이 다음에 저를 볼 때 어떤 기능을 할 텐데, 그 기능이 과연 프로그래밍된 것일까? 아직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건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제겐 그런 점인 신비스러워요.” 

인지능력이 뛰어난 AI(인공지능)를 만드는 데 신경생물학자들의 공은 크다. 이들과 프로그래머들이 협업해 만든 AI 앞에서 일반인들은 공포를 경험한다. 그래서 어떤 이는 인간이라는 종(種)의 종말을 예언하기도 하고, 반대로 어떤 이는 인간을 과도하게 찬양하기도 한다. 최근 다시 등장하는 인간중심주의 담론은 이런 맥락에서다. 하지만 백 교수는 어느 쪽도 아니었다. 그가 말하는 건 ‘호기심’이었다.

“뇌는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게 더 보이는 신비스러운 영역이에요. 계속 밝혀내야 하는 거죠. 다른 많은 연구자와 공동연구를 해 달리는 수밖에 없어요(웃음). 뇌를 연구하는 분야도 여러 분야가 있잖아요. 뇌 공학자, 심리학자, 저와 같은 뇌 생물학자 등…. 자기 분야를 깊이 연구하되 통합된 스펙트럼을 갖도록 노력해야 해요. 그러면 언젠가 ‘뇌 지도’를 그릴 수 있게 되겠죠.”

하나 더 붙이자면, 백 교수가 말하는 건 ‘협업’이었다.  

백자현 교수(오른쪽에서 세 번째) 연구팀. 

글·사진 양도웅 기자 doh0328@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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