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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으로만 존재하던 4차원 공간의 탄생
이론으로만 존재하던 4차원 공간의 탄생
  • 양도웅
  • 승인 2018.07.16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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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을 찾아서④_안종열 성균관대 교수(물리학과)

“결과가 정말 아름다웠다.” 안종열 성균관대 교수(물리학과)는 ‘실험 결과를 확인했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안 교수는 지난달 29일자 <사이언스(Science)>지에 「Dirac electrons in a dodecagonal graphene quasicrystal」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과학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궁금해마지 않는 ‘4차원 공간’과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4차원 공간에서 실험 물리를 수행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3개의 독립된 좌표축만이 존재하는 3차원 공간이다. 통상적으로 1차원에는 X축, 2차원에는 X-Y축, 3차원에는 X-Y-Z축이 각각 존재한다. 선, 면, 공간 순으로 바꿔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4차원 이상의 공간에 대한 실험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다. 지난 1984년 두 층으로 완벽한 준결정(회전대칭성만 있고 평행이동대칭성은 없는 결정)을 만들게 되면 4개의 독립된 차원 축을 부여할 수 있다, 즉 4차원을 만들 수 있다는 ‘이론적 제안’만 존재한 상태였다. 

하지만 안 교수 연구팀은 두 층으로 이뤄진 ‘2차원 물질’(안 교수는 그래핀을 활용)을 완벽하게 30도 회전시켜 4개의 독립된 차원축을 만들어냈다. 2개의 독립된 차원 2개를 회전시켜 4차원 공간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론으로만 존재하던 것이 “Real system(안 교수의 말)”에서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안 교수는 “이 연구는 세계 최초로 ‘4차원 공간에서의 실험 연구’라는 새로운 연구 분야를 만들어낸 것”이라며 “향후 미지의 4차원 공간 연구를 통해 기존에 예상할 수 없었던 다양한 결과들이 실험을 통해 발견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안 교수와의 일문일답. 

투과형 전자 현미경으로 본, 두 개 층의 그래핀을 30도 회전시켜 제작된 준결정 이미지(회색)를 준결정의 기본 도형(빨간색 마름모, 파란색 삼각형, 녹색 삼각형)과 비교한 그림. 사진 제공=한국연구재단
투과형 전자 현미경으로 본, 두 개 층의 그래핀을 30도 회전시켜 제작된 준결정 이미지(회색)를 준결정의 기본 도형(빨간색 마름모, 파란색 삼각형, 녹색 삼각형)과 비교한 그림. 사진 제공=한국연구재단

▲ 그럼 소위 말해, 삶은 달걀의 껍질을 까지 않고 그 속의 노른자를 꺼낼 수 있게 된 것인가?
"(웃음) 그건 사기다."

▲ 대개 4차원이라고 하면, 3차원에 시간이라는 축을 더해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4차원과 함께 타임머신 등이 얘기되는 것도 이런 이해 때문이다.
"우리 연구팀이 연구한 것은 4차원 ‘공간’이고 밝힌 것도 4차원 ‘공간’이다. 방금 말한 것은 ‘시·공간’이다. 이 둘은 엄연히 다르다."

▲ 사실 4차원을 관련 분야 전문가가 아닌 이상 명쾌하게 이해하기란 정말 어렵다. 
"가장 쉬운 이해 방법은 독립된 좌표축이 4개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1차원에서는 1개(X), 2차원에서는 2개(X, Y), 3차원에서는 3개(X, Y, Z), 그리고 4차원에서는 4개다. 우리는 2차원 물질을 ‘완벽하게 30도로 회전’시켜봤다. 그랬더니 호환되지 않는 4개의 독립된 좌표축이 나타나더라. 이렇게 해서 4차원 공간을 만들어낸 것이다."

▲ 좀 더 실용적으로 이해할 수는 없는 것인가.
"비약해서 말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오해를 살 수 있다. 지금 수준에서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 건, 2차원이나 3차원에서 가능한 게 4차원에서도 가능한지, 그 여부를 판별해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2차원에서 살던 사람이 3차원을 알게 됐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바로 예측하는 것이 어려운 것과 같다. 현재 인류가 발견한 이론을 4차원 공간에서 실험해볼 수 있게 됐다고 말하는 게 정확하다."

▲ 많은 연구자들도 4차원 공간 구현을 위해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80년대 이론으로만 존재하던 4차원 공간을 구현하기 위해 많은 연구자들이 노력했다. 하지만 2차원 물질을 30도로 정확하게 회전시키는 데 다들 어려움을 겪었다. 우리는 실리콘 카바이이드 기판 위에서, 특정 결정 구조를 가진 기판 위에 다른 결정 구조물을 성장시키는 방법인 에피택시(epitaxial)를 통해, 2개의 그래핀(2차원 물질) 층이 완벽하게 30도 회전한 형태로 존재하는 구조를 실험적으로 구현했다."

▲ 심사하는 연구자들도 놀랐을 것 같다. 
"대개 <사이언스>지의 경우 2명이 심사한다. 하지만 이 연구가 워낙 ‘생뚱’맞지 않나. 우리 연구는 4명이서 심사하더라. 그 중 몇 사람이 ‘아름답다’고 표현했다. 나 또한 우리 연구결과를 봤을 때, ‘아름답다’는 기분이 들었다."

▲ 이번 연구의 의의를 짚어줄 수 있나.
"현재 3차원 공간에 제한됐던 여러 연구들이, 4차원 공간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연구의 의의라 생각한다. 따라서 4차원 공간에서의 자기적 특성, 빛의 현상, 초전도 현상(매우 낮은 온도에서 전기저항이 0에 가까워지는, 전기 흐름이 방해받지 않게 되는 현상) 등에 대한 후속연구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최종적으로 ‘4차원 공간에서의 실험 연구’라는 새로운 분야가 정립될 것이라 생각한다. 4차원 공간에 대한 보다 정밀한 설명은,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충분히 축적된 다음에 가능할 것이다." 

안종열 성균관대 교수(물리학과). 사진 제공=한국연구재단 


양도웅 기자 doh0328@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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