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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어디서부터 손을 댈까
[대학정론] 어디서부터 손을 댈까
  • 남송우 논설위원 /부경대·국문학
  • 승인 2010.02.22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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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또 하나의 과제가 던져졌다. ‘학부교육 선도대학 지원사업’이다.
대학교육의 모델이 될 만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 실천하는 10개 대학을 올해 선발해 30억원씩 4년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2012년까지는 20개 대학으로 늘려 추가지원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그 동안 모든 대학들이 중심에 놓았던 연구에 대한 비중을 교육쪽으로 이동시키려고 하고 있다. 연구도 중요하지만, 교육도 강화해야겠다는 것이다. 연구에 치우쳐 교육이 뒷전으로 밀려나 있는 현실을 생각한다면, 별스런 프로그램도 아니다. 교육도 연구도 세계 유수대학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뒤떨어져 있는 한국대학의 현실을 감안할 때, 대학교육의 강화는 필연적인 사항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학교육의 강화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교과부가 제시안 ‘학부교육 선도대학’ 지원프로그램이 지향하는 바는 학생선발에서부터 교과과정개편, 학업성적 평가방안 등에까지 전방위적이다. 이 모든 영역에서 대학의 비전이나 철학에 바탕한 인재관을 정립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핵심 역량을 설정해서 실현해 보라는 것이다. 결국 대학교육 전반에 걸친 제도적 개선을 요청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봤을 때, 대학이 교육만의 기능을 가진 것도 아니고, 연구 역시 함께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이의 구체적인 실현을 떠맡아야 하는 대학으로서는 만만치 않은 과제인 셈이다.

그런데 이 사업이 실질적으로 대학교육의 질적인 변화를 추동하는 힘을 지니기 위해서는 제도를 개선하되, 근본적인 문제에 손을 대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단순한 형식적인 틀의 개선만으로는 한국대학 교육의 질적 전환을 온전히 기대하기 힘들다.

한국대학 교육사를 조금만 일별해 보더라도, 그 동안 수없이 많은 대학교육개혁이 있어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시대 변화에 따른 결과이기는 하지만, 많은 경우 서구 선진 대학들의 제도를 본 따온 수용사라 할 수 있다. 이는 그만큼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왔음을 반증한다.

이제는 한국대학 교육만이 지니는 차별화된 새로운 모형을 생각할 때도 됐다고 본다. 이른바 한국형 대학교육 모델을 창안할 수 있을 때, 우리 대학의 위상도 세계수준의 대학으로 발돋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대학 교육의 질적 전환을 위해서, 우선적으로 풀어야 할 고질적인 문제 중의 하나는 대학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학 입학은 어려운데 상대적으로 졸업은 쉽게 이루어진다는 통념이다. 그렇다고 학생들이 공부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근본적인 문제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창의적인 교육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극복하고 이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교육을 위해서는 교과과정의 개선과 평가를 강화함으로써 대학을 졸업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과정인지를 현실화시켜야 한다. 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특단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고는 대학교육의 질을 근원적으로 바꾸기는 힘들다.

그러므로 ‘학부교육 선도대학 지원사업’의 방향 역시 이런 차원에서 고려될 필요가 있다. 또한 국가가 대학교육에 정말 미래를 건다고 하면, 지금과 같은 4년이란 제한적인 기간과 10개 대학이란 한정된 재정지원은 결코 만족스런 수준이 아니라고 본다.

올해도 개학과 함께 대학캠퍼스는 신입생들의 생기로 넘쳐날 것이다. 그러나 대학을 출발하는 신입생들은 개강과 함께 자신이 선택한 전공에 대한 새로운 도전과 설계보다는 입시지옥에서 헤어난 해방감을 향유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이다. 어쩌면 대학 신입생들이 이 일 년을 허송세월하지 않고, 자기 길을 제대로 설계할 수 있도록 교육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학부교육 개선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남송우 논설위원 /부경대·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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