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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강의는 안녕하십니까
당신의 강의는 안녕하십니까
  • 김유정 기자
  • 승인 2010.02.22 1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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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교육 강화 움직임, 어디서 불어 왔나

개강을 앞둔 요즘, 교수들은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대학 강의실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강의내용, 방법을 바꾸라는 요구가 잇따르고 학기가 끝나는 즉시 강의 성적표를 공개해 순위를 매긴다. 변화하는 현상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강의 공개, 강의평가 강화, 강의평가결과 공시, 업적평가 내 강의평가 비중 증가, 취업교육을 통한 교수 역량평가 등 강의제도가 대폭 강화됐다. 대학들은 일찌감치 관련 규정을 마련하고, 정부는 교육성과에 따른 재정지원 연계방침을 밝히면서 불씨를 당겼다.                                          

SCI논문, 연구비 수주 같은 연구성과가 승진과 재임용, 성과급을 지급하기 위한 기준이라면 교육성과는 베스트티처, 인센티브 지급 등 교수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한 차원에서 주로 활용됐다.

그러나 몇 년 사이 이른바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강의결과를 업적평가와 연계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마련됐다. 경상대는 올해 초 전임교원 초과강사료를 인상하고 교육을 잘 하는 교수에게 2천만원의 시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동국대, 목포대 등은 일찌감치 강의평가 결과를 공개해 왔다. 경희대 국제캠퍼스는 학생평가에 한정된 강의평가를 동료평가, 졸업생 설문 등 대내외 평가항목을 추가하는 방향으로 바꿀 예정이다.
주요 대학이 앞 다퉈 ‘강의실 탈바꿈’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교수들 사이에선 연구논문 중심의 평가분위기에 휩쓸려 상대적으로 학생교육을 소홀히 하는데 대한 문제제기가 여러 차례 있어왔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시행하는 2010년도 대학 교육역량강화 사업은 결정적 계기다. 교과부는 최근 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 지원사업을 통해 잘 가르치는 대학을 선정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교육과정 개편뿐만 아니라 학사조직, 교수 업적평가, 교수-학습 지원체계 등을 총체적으로 선진화하는 대학이 선정에 유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달라진 강의환경을 체감하는 교수들도 많다. “겨울방학에 강의 준비 때문에 몇 번 밤을 새웠다. 매번 강의실에 들어가기 전에 긴장이 된다”는 한 교수의 말이 무겁게 들린다.

교수 마음대로 강의계획서를 올리던 때는 지났다. 숭실대는 공학인증교육 강의계획서를 바탕으로 강의계획서 가이드라인을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지방 사립대 교수는 “대학에서 학생교육을 강화하겠다며 이런저런 요구를 하고 있다”며 “강의계획서를 세부적으로 올리라고 하는 등 연구에 이어 강의도 평가와 연계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학은 “교수들이 강의를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까다로운 강의제도가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방향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연구업적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연구논문 중심의 정량평가, 무리한 WCU사업 추진 등의 부작용을 낳았듯이 갑작스러운 교육 쏠림현상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다.

최재목 영남대 교수(철학과)는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여건을 무시하고 교수들의 의지만 강조하는 것은 마치 좋지 않은 제품을 고치려고 판매원의 립 서비스만 높이겠다는 발상이다. 교수와 대학의 역할을 균형 있게 논의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박삼열 숭실대 교수(교양특성화대학) 역시 “최근 대학가의 교육열풍은 강의능력을 높이는 자극제, 기폭제가 될 수 있지만, 교육과 연구의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대학마다 특성을 살려 어느 쪽에 무게중심을 둘 것인지 결정해야지, 어느 한 쪽을 등한시하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유정 기자 je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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