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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도대학지원사업 대학가 반응] 학부교육 ‘선도모델’ 취지·목적 놓고 논란
[선도대학지원사업 대학가 반응] 학부교육 ‘선도모델’ 취지·목적 놓고 논란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0.02.22 1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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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교육을 ‘잘 해온’ 대학을 선정해서 집중 투자해야 한다.” “연구중심대학이라고 불이익을 받아선 안 된다.”, “연구에 밀려 홀대 받아온 교육중심대학을 집중 육성하자는 것 아니었나.”
‘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 지원사업’(이하 선도대학지원사업) 기본계획이 발표된 지난 17일, 대학가의 반응은 이해관계에 따라 엇갈렸다. 

사업계획서 제출시한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대학들은 “일단 사업설명회(23일)를 지켜보자”는 반응이다. 문제는 선도대학지원사업의 취지와 목적이 뚜렷하지 않다는 것. 특히 교육역량강화사업과 차별성이 없다는 평이다. “선도대학지원사업에서 중시하는 학부대학 운영여부나 교양교육 강화 프로그램 등은 이미 교육역량강화사업에서 해오던 것”이라는 이형규 한양대 교무처장(법학)은 ‘두 사업의 중복수혜시 교육역량강화사업비 40% 삭감’ 조치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드러냈다. “사업목적이나 평가지표를 달리했다면 문제가 없을텐데, 결국 두 사업이 뚜렷한 차이가 없으니 ‘삭감안’이 나온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학부교육 선도대학’이라는 사업명칭을 비롯, 사업취지를 놓고서도 대학들은 저마다 해석을 달리했다. 정부가 선도대학지원사업을 통해 학부교육을 선도하고 있는 대학을 선별하겠다는 것인지, 학부교육을 선도할 수 있도록 교육중심대학을 지원·육성하겠다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이 때문에 교과부가 강조한 ‘잘 가르치는 대학’이라는 선정기준을 두고, 연구중심대학(또는 지역거점국립대)과 교육중심대학(혹은 중소규모대학)의 해석은 뚜렷하게 대비된다.

연구중심대학은 대체로 학부교육을 선도할 수 있는, ‘갖춰진 모델’에 우선권을 줘야한다는 의견이다. 수도권 대규모 연구중심대학에 속해 있는 박승철 성균관대 교무처장(화학)은 “학부교육을 ‘잘 해나갈 수 있는’ 역량을 갖춘 대학을 지원해야 한다. 그것이 ‘선도 모델’이다. 선도대학지원사업 이후, 자체 예산으로도 ‘불려진 몸집’을 감당할 수 있는 대학을 선발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는 시각이다. 이형규 한양대 교무처장 또한 “골고루 나눠주기보다 교육을 잘 해온 대학을 모범사례로 포상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면서 연구중심대학이 배제되거나 교육지원 예산의 균등 분배는 사업취지와 맞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반면 중소규모 교육중심대학들은 “지역거점대학이나 연구중심대학들이 WCU·산학협력·광역경제권사업 등에서 지난해까지 수혜를 많이 받았다. 교육역량강화사업에 더해 선도대학지원사업까지 ‘싹쓸이’한다면, 이들을 모델로 삼아 교육력을 따라잡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이들은 선도대학지원사업만큼은 교육중심대학을 집중 육성하는 사업이 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민구 아주대 기획처장(정보및컴퓨터공학)은 “대학의 역량을 연구에 분산시키지 않고 교육에 집중하는 대학을 키우려는 것이 사업의 취지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교육중심대학을 육성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라며 “교육중심대학에 우선 지원하는 게 옳다”고 못 박았다. 정영길 건양대 기획처장(신경해부학)도 “선도대학지원사업이 지역 중소규모 대학에 ‘교육력 특성화’라는 생존의 물꼬를 터주는 데 기여한다면 사업효과가 클 것”이라고 동의했다.

선도대학지원사업을 주도한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와 전국대학교 교무처장협의회는 지난해 예닐곱 차례의 공청회를 열고 학부교육 내실화의 정책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당시 민경찬 국가자문위 특별소위원장(연세대 대학원장)은 “교육에 대한 의지와 잠재력이 있는 대학을 발굴해야 한다”며 “학부교육 개선의지가 있는 선도대학을 우선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등 교육중심대학의 선도적 모델에 대한 당위성을 강조했다. 신규 교육사업은 교육역량강화사업과는 별도로 “한국식 교육중심대학의 모델을 육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게 중론이었다.

‘교육역량강화사업과 선도대학지원사업이 동시에 선정된다면 어떻게 나누어 쓸 것인가’라는 질문에 교무처장들은 “차이를 잘 모르겠다”고 말한다. 지역대의 한 기획처장은 “교과부가 선도대학지원사업의 취지를 정확하게 숙지하고 있는 평가위원단을 구성하지 않으면 30%에 불과한 정량평가지표가 당락을 가를 공산이 크다”며 “자생력이 부족한 대학이라도 학부교육에 강한 의지를 가진 사업계획이 있다면 기회를 나누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교과부가 선도대학지원사업을 통해 ‘세계적으로 교육이 강한 대학’을 육성하려고 한다면, 총 20여개 선정대학의 특성을 차별화해야 한다고 대학들은 말하고 있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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