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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법인화 20년, 글로벌 경쟁력 갖췄나
서울대 법인화 20년, 글로벌 경쟁력 갖췄나
  • 황인성
  • 승인 2023.10.18 0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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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읽는 대학⑮ 서울대학교를 해부한다①

‘데이터로 읽는 대학’의 네 번째 주제는 ‘서울대학교를 해부한다’이다. 국내의 우수한 인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는 국립대학인 서울대를 분석한다. 첫 번째 소주제는 ‘서울대의 현황: 서울대는 누구인가?’이다. 두 번째는 ‘누가 서울대를 가나’, 세 번째는 ‘서울대의 위상과 글로벌 경쟁력’, 네 번째는 ‘서울대의 설립목적과 구조조정’을 다룬다. 우리나라 대학을 대표하는 서울대의 현황을 살펴보고 국립대와 사립대의 역할 분담 방안을 제시한다.  

2004년 12월 발표한 대학구조개혁방안으로 ‘대학구조개혁특별법’의 주된 내용 가운데 하나가 국립대학 법인화였다.

서울대는 2008년 1월 ‘자율화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9월에는 법인화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법인화의 목표를 자율적인 대학 운영 및 개혁과 지속 가능한 재정 기반 구축으로 설정했다. 구체적인 추진 방향은 운영체제의 혁신과 효율화, 획기적인 재정확충, 국제화 체제 강화와 글로벌 리더십 캠퍼스 조성, 교직원의 신분 안정과 능력 향상 등이었다.

당시 교육인적자원부는 위원회의 시안을 일부 반영해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2010년 12월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서울대법’은 12월 27일 공포됐으며, 2011년 12월 28일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이하 서울대법)’가 설립됐다.

서울대 법인화, 자율성과 경쟁력 실태

그러나 대학 구성원의 상당수가 서울대의 법인화를 반대했다. 그 이유는 다양하다. 가장 심각한 것은 법인화가 초래할지 모르는 현실적 불이익에 대한 불안감이었다. 법인화는 서울대가 국가로부터의 법적인 독립을 의미하기 때문에 정부의 재정지원 축소에 대한 우려가 컸다. 학생의 경우는 등록금 인상에 대한 우려가 당면한 문제였다.

직원은 법인화로 인한 신분 변동에 대한 우려가 가장 컸다. 법인화가 되면 공무원 신분을 상실하기 때문에 급여의 수준보다 고용의 안정성을 더 걱정했다. 직원들은 법인화와 관련된 여러 여론조사에서도 ‘신분 안정과 고용승계 보장’을 무엇보다 중시했다.

특히 교수 사회에서 제기된 비판의 핵심은 ‘서울대법’에 반영된 거버넌스 구조가 대학 자율성과 내부적인 민주주의를 침해하며, 대학이 법인화를 통해 앞으로 더욱 심각하게 국가와 기업에 예속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였다. 법인화를 통해 시장경제 논리가 대학에 도입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와 민영화를 통한 적자생존의 경쟁 도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이는 서울대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보다는 안정적인 정부의 재정지원을 원하는 온실 속에 꽃이 되기를 원했다고 볼 수 있다. 자율성을 원하면서도 경쟁을 통한 성장에 대한 노력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고의 국립대학, 선도 역할 하고 있나

서울대 현황을 대학알리미 자료와 대학 홈페이지를 통해 살펴보면, 16개 단과대학, 1개 자유전공학부로 총 92개 학과(전공)가 개설돼 있다. 사범대학과 인문대학 학과수가 15개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은 공과대학 14개, 사회과학대학 9개 순이다. 대학원은 일반대학원을 포함해 12개 대학원이 개설돼 있으며, 5개 캠퍼스(관악·연건·수원·평창·시흥)가 있다.

대학의 규모를 알 수 있는 2023년도 교원과 학생 수를 살펴보면, 전임교원이 2,308명이고, 비전임은 2,203명으로 전체 교원은 4,506명이다. 학생수는 학사과정 16,662명, 석사과정 6,699명, 박사과정은 5,704명으로 총 29,065명이 재학하고 있다. 외국인 학생수는 학위과정 208명, 비학위과정 1,202명으로 총 1,410명이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재학생 수는 15,870명, 신입생 수는 3,484명, 취업자 수는 3,324명으로 71.1%의 취업률을 보이고 있다. 학생 1인당 교육비는 5천286만6천 원, 전임교원수는 2,278명으로 전임교원확보율은 120.3%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학생 1인당 장학금 규모도 307만9천 원이다. 서울대의 재정규모를 보년 예산이 9천986억 원이며, 이중 정부보조금은 5천775억 원으로 전체 예산의 57.8%를 차지하고 있다. 국제학술 교육협정은 61개국 375개 기관과 맺었으며, 학생교환 협정도 46개국 263개 기관과 맺고 있어, 국제교류가 매우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또한 중도탈락 학생수는 405명으로 1.9%이며, 이중 자퇴가 330명으로 81.5%를 차지하고 있는데,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교수 1인당 연구비는 교내외를 합치면 2억 8천 5백만 원 규모로 다른 대학과 비교해 매우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대학의 연구과제수도 교내 460개, 교외 2,544개로 3천 개가 넘는 과제를 수주하고 있어 타대학과 비교해 매우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서울대는 각종 통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다른 국립대학 뿐만 아니라 주요 사립대학과 비교해서도 국내 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갖추고, 다양한 재정 지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 수준도 글로벌 주요 대학이나 아시아권의 주요 대학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다. 

문제는 법인화 과정에서 대학 구성원의 인식에서 드러났듯이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한 노력이 미흡하다는 사실이다. 대한민국에서 집중적인 특혜와 지원을 받으면서 성장해온 서울대가 설립 80주년을 몇 년 앞둔 시점에서 과연 연구중심대학으로 변모하기 위한 준비가 되어 있는지 의심스럽다. 그동안 서울대가 제시해온 각종 발전계획이 국내에서 안주하지 않고, 최고의 국립대학으로서의 선도적인 역할을 제대로 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사립대학에도 있고, 잘 운영되는 학과들이 국민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대학에 존재하는 것이 과연 국립대학의 설립목적에 맞는지, 학령인구 감소시대에 사립대학과 경쟁하면서 서울대에 그 많은 학과가 필요한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금은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뼈를 깎는 자기혁신을 통한 구조개혁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황인성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사무처장
대학평가와 고등교육 전문가로 교육통계 분석 작업에 참여해 왔다.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을 거쳐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정보공시센터장과 기획조정실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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