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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기울어진 운동장, ‘학생 충원율’로 따질 상황 아니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 ‘학생 충원율’로 따질 상황 아니다 
  • 황인성
  • 승인 2023.06.14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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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읽는 대학⑦ 미충원율 지표의 적절성

대학정원의 미충원과 관련된 두 번째 내용은 ‘대학 미충원율 지표의 활용이 적절한가’이다. 정부의 각종 재정지원사업에 활용되는 신입생(재학생) 미충원율 지표가 과연 적절한가에 대한 분석이다. 

최근까지 실시된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도 충원율은 부실대학 퇴출 여부를 평가하는 주요 지표 중 하나로 비중이 강화됐다. 대학 입학자원 급감 등으로 인한 신입생 충원율과 더불어 재학생 충원율의 중요도가 더 높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입생·재학생 충원율 가중치는 더 높아져

교육부가 정원감축을 목표로 발표한 ‘2022~2024년 대학·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기본계획 시안’ 및 ‘2023학년도 재정지원제한대학 지정방안’을 살펴보자. 선정된 257개 일반대·전문대는 ‘자율혁신계획’에 따라 2023∼2025년 기간에 △적정규모화 계획(정원내 모집뿐 아니라 정원외 모집 합한 총량개념) △특성화 전략 △거버넌스 혁신전략 △재정투자 계획 등을 제출했다. 

올해 미충원 규모보다 더 도전적인 감축 계획을 수립한 대학에는 최대 60억 원 지원금 지급, 올해 미충원분 이내의 감축계획을 세운 대학에게도 400억 원의 별도 재정 지원계획이 마련됐다. 정원감축 인센티브로 일반대학 1천억 원과 전문대학 400억 원의 사업비가 배정되어 있다. 그러나 적정규모화를 이행하지 않는 대학은 일반재정지원을 중단한다. 결국 정부의 지원은 정원 감축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지금까지 정부의 각종 재정지원사업에 활용되는 평가지표 가운데 특히 학생충원율을 주요 지표로 활용하는 것은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욱 심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국립대보다는 사립대가 불리하고, 사립대 중에서도 지역, 특히 중소도시에 소재한 사립대가 수도권 집중화 현상 등으로 불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다른 정량지표는 법인과 대학본부에서 노력하면 지표를 개선할 수 있다. 그러나 학생자원의 확보는 수도권 지향성과 상위 대학·학과를 위한 개인적 욕구와 사회적 인정 요구와 관련한 문제이므로 대학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지표가 아니다. 

충원율, 개별대학 성과지표 아니다

2014년에 발표된 구조개혁 추진계획에서 교육부는 향후 대학소재 지역별 충원율을 전망했다. 대학소재 지역별 충원율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이를 구조개혁이나 재정지원 등의 평가지표로 사용하는 우(愚)를 범했다. 충원율 문제를 개별 대학의 성과지표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뜻이다.

이와 유사한 지표로 취업률이 있지만 이 또한 수도권에 양질의 일자리와 산업체 등이 몰려 있기 때문에 정주 여건이 갖춰지지 않는 지역대학에게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지표다. 그러므로 획일적이고 편향된 평가지표를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2014년에 실시된 대학구조개혁 평가지표를 보면, 정량지표 6개 중 학생충원율 지표(배점 8점)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 하지만 대학의 노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를 지표로 삼는 것은 학령인구 급감과 지역소멸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대학을 더 어렵게 만든다. 

'2023학년도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도 교육여건 지표 2개와 교육성과 지표 3개, 법인 책무성 지표 1개 등 총 6개 지표로 선정했는데, 교육성과 지표 3개 중 2개가 신입생과 재학생 충원율이다. 재정지원제한대학에 선정되면 대학이 정부 재정지원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이들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도 불이익을 받는다.

국가장학금 Ⅰ유형에 포함된 대학의 학생들은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받지 못하고, 정부 지원 학자금대출도 50%까지만 가능하다. 국가장학금 Ⅱ유형 대학의 학생은 국가장학금 Ⅰ·Ⅱ유형과 학자금 대출이 모두 차단된다. 왜, 학생들까지 피해를 봐야 하는지는 논리적으로 설명이 되지도, 이해되지도 않는다. 

지역소멸 위기에 충원율로 선제적 대응?

2023년 3월에 교육부가 발표한 ‘2023년 대학·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 기본계획’에 따르면, 중점 추진방향에서 ‘학생 미충원으로 어려움에 처한 지방대학이 역량을 강화하여 지역혁신의 중심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재정지원 확대’라고 제시되어 있다. 학생 미충원으로 어려운 지방대학에 대해 재학생 충원율을 근거로 포뮬러 사업비를 배정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또한, ‘기관평가인증’과 ‘경영위기대학 지정방안’을 시행할 때도 경영위기대학 지정시에 수도권과 비수도권 편차가 큰 ‘신입생 미충원율’을 핵심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어버린 충원율을 정부가 평가지표로 활용하면서 지역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대학을 위한 선제적 대응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류이자 왜곡이다. 그러나 지역대학이 지역소멸을 지체시킬 매우 중요한 존재라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정원문제는 정부의 평가가 아닌, 지역대학이 자율적으로 입학정원을 조절하도록 해야 한다. 경영위기대학은 퇴로를 열어주고, 초중등학교보다도 못한 교원 1인당 학생수를 이 기회에 OECD 주요 국가 수준으로 높일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등록금 의존율이 높은 지역대학에 대해 정부의 재정지원을 통해 교육여건을 개선하고, 지역사회의 요구에 따라 지역과 함께하는 지역대학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지원방안 마련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황인성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사무처장
대학평가와 고등교육 전문가로 교육통계 분석 작업에 참여해 왔다.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을 거쳐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정보공시센터장과 기획조정실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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