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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 시대, 당신 ‘마음의 시계’는 몇 시인가요?
백세 시대, 당신 ‘마음의 시계’는 몇 시인가요?
  • 김기연
  • 승인 2023.07.05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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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중심에서 심리학을 외치다_ 여섯 번째 주제 ‘웰에이징 시대’①

‘내 삶의 심리학 마인드’와 <교수신문>이 함께 ‘세상의 중심에서 심리학을 외치다’ 공동 기획을 마련했다.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주제를 다양한 관점으로 들여다보는 주제탐구 방식의 새로운 기획이다. 한 주제를 놓고, 심리학 전공 분야의 마음 전문가들이 다양한 시각과 분석을 통해 독자의 깊이 있고 입체적인 이해를 돕는다. 마음 전문가의 눈에 비친 세상의 모습은 길을 잃은 현대인에게 길잡이가 될 것이다. 몸과 MBTI, 학교 정글, 중독에 빠진 대한민국, AI시대의 심리학에 이어 여섯 번째 주제로 ‘웰에이징 시대’를 다룬다. 김기연 중앙대 교수(심리학과)의 첫 번째 글이다. 

의학과 과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숫자에 불과한 
우리의 생활 나이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마음의 시계만큼은 조정할 수 있다. 
더 건강하고, 더 잘 기억하고, 더 행복한 삶을 위해 
나이듦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이를 시간으로 표현하는 계산이 있다. 10여년 전 출간된 김난도 교수의 책 『아프니까 청춘이다』에서 처음 소개되었다. 계산의 용이성을 위해 나이만 넣으면 알아서 시간으로 환산하여 알려주는 휴대폰 앱(Life Clock: Your place in time)도 개발되어 있다. 기대수명을 휴대폰 앱에 디폴트 세팅으로 되어 있는 80세로 설정할 경우, 1년은 18분이 되고, 열 살은 새벽 3시, 스무살은 오전 6시, 서른은 오전 9시, 마흔은 오후 12시, 쉰은 오후 3시에 해당한다. 

현재 대한민국 평균 기대수명도 80세를 훌쩍 넘었고 100세 시대를 논하는 시기이니 기대수명을 100세로 설정 후 다시 계산해보면, 열 살은 새벽 2시 24분, 스무 살은 오전 4시 48분, 서른은 오전 7시 12분, 마흔은 오전 9시 36분, 쉰은 오후 12시에 해당한다. 필자의 나이를 시간으로 계산해보니 100세 시대 기준 아직 점심 먹기 전이다. 독자분들의 인생시계는 현재 몇 시 몇 분인가요?

흘러내리는 시계는 죽음에 대한 강박과 불안감을 표현한다고 한다. 하지만 생각이 바뀌면 내 마음 속 시계도 달라질 수 있다. 살바도르 달리의 「기억의 지속」, 1931, 캔버스에 유화.

타임머신을 타고 2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1979년 9월 어느 날, 미국의 어느 한적한 시골 마을에 도착한 70~80대 노인 8명은 재미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타임머신을 타고 20년 전으로 돌아간 것처럼 1959년의 풍경으로 꾸며진 집에서 노인들은 미국 최초의 인공위성이 발사되는 장면을 흑백 텔레비전으로 지켜보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당시 유행하던 가수의 노래를 들었다.

또한, 평소 거동이 불편하여 하지 못하던 요리·설거지·청소 등의 집안 일을 가족이나 간병인의 도움 없이 스스로 하며 1979년의 생체 시계로 1959년에 살고 있는 것처럼 당시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며 이곳에서 일주일을 지내게 된다. 과연 이 어르신들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하버드대 심리학과 엘렌 랭어 교수의 『마음의 시계』(Counterclowise)라는 책에 소개된 실험이었다. 랭어 교수는 실험을 통해 놀라운 결과를 관찰하게 되었는데, 바로 이 어르신들의 생체 나이도 실제로 젊어지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즉, 실험에 참여했던 8명의 어르신들 모두 시력·청력·악력·인지기능·지능 등이 신체 나이 50대 수준으로 향상되었다. 실험 전 거동이 불편했던 어르신들이었는데 서로 도우며 집안 일도 하고 스스로 운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실험 참가자들 중에는 허리가 꼿꼿하게 펴지는 경험을 한 어르신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서 늙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늙어 늙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진=펙셀 

생각이 바뀌면, 나이도 바뀐다

이 실험을 통해 젊은 시절의 환경과 생각으로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었다. 즉, 우리가 생각하는 나이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노화의 속도도 늦추고 심지어 젊어질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삶과 나이듦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통해 어르신들은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유지할 수 있고, 인지기능의 향상도 가능하다는 말이다. 이를 통해 삶의 질을 유지하고 향상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노인은 쇠약하다.”, “대부분의 노인은 불행하다.”, “대부분의 노인은 우울하다.” 등은 우리가 흔히 가지고 있는 노화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이다. 예일대 심리학과 베카 레비 교수는 나이듦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가 장수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나이듦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평균 7년 반을 더 오래 산다는 것이다. 

더불어, 레비 교수팀은 최근 연구에서 나이듦에 대한 긍정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인지 기능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경도인지장애에서 정상 수준의 인지기능으로 30%나 더 많이 회복된다고 보고하였다. 더 건강하고, 더 잘 기억하고, 더 행복한 삶을 위해 나이듦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것과 더불어 부정적인 태도를 긍정적으로 바꾸려는 노력도 중요함을 시사한다. 

마음의 시계를 앞당기자

의학과 과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숫자에 불과한 우리의 생활 나이(일반적으로 일컫는 나이를 뜻하며, 생년월일을 바탕으로 계산되는 나이)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우리의 마음의 시계만큼은 우리가 조정할 수 있다. 

마음의 시계를 되돌리며 건강해질 수 있고 인지기능도 향상시킬 수 있다니 오늘부터라도 내 마음의 시계를 앞당길 수 있도록 노력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 글을 다 읽은 지금, 당신 마음의 시계를 앞당길 준비가 되었나요?

김기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노년심리학자. 미국 사우스플로리다대에서 노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알라바마대 심리학과에서 교수로 재직하였고, 현재 국제저명학술지 『Ethnicity & Health』의 편집위원장과  『Aging & Mental Health』의 부편집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노년기 정신건강 및 인지건강 불평등이다. 해당 분야 연구의 공헌을 인정받아 미국노년학회의 Margret M. and Paul B. Baltes Award를 수상했다. 현재 대한민국 노년심리전문가 양성을 위해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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