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09:30 (금)
우리 옆에 바짝 다가온 마약…MZ 세대가 새로운 중심이 됐다
우리 옆에 바짝 다가온 마약…MZ 세대가 새로운 중심이 됐다
  • 신성만
  • 승인 2023.04.19 08: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상의 중심에서 심리학을 외치다_ 중독에 빠진 대한민국④ 마약

‘내 삶의 심리학 마인드’와 <교수신문>이 함께 ‘세상의 중심에서 심리학을 외치다’ 공동 기획을 마련했다.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주제를 다양한 관점으로 들여다보는 주제탐구 방식의 새로운 기획이다. 한 주제를 놓고, 심리학 전공 분야의 마음 전문가들이 다양한 시각과 분석을 통해 독자의 깊이 있고 입체적인 이해를 돕는다. 마음 전문가들의 눈에 비친 세상의 모습은 길을 잃은 현대인에게 길잡이가 될 것이다. 몸과 MBTI, 학교 정글에 이어 네 번째 주제로 ‘중독에 빠진 대한민국’에 대한 다양한 분석과 시각을 4회에 걸쳐 싣는다. 신성만 한동대 교수(상담심리사회복지학부)의 네 번째 글이다. 

요즘은 흥분제, 안정제, 환각제 이 모두를 칵테일처럼 사용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약물만 섞어 쓰는 것만이 아니라 성중독과 같은 행동중독이 
함께 나타나게 되는 복합중독의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유명인들의 마약 사용 소식이 부쩍 많이 들려온다. 과거에는 마약사범 대부분이 40대에서 50대 남성들이었는데 요즘은 10대와 20대 마약 사용자 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 마약류 검거 사범의 50퍼센트 이상이 30대 이하의 MZ 세대다. 코로나19 시기에 여러모로 억압되었던 심리가 한꺼번에 방출되는 사회적 상황도 이유가 될 수 있지만, 현재 나타나는 우리나라 MZ 세대의 마약 사용에는 이전과는 다른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약물도 섞는 것이 유행

첫째, 마약 칵테일을 사용하는 경향이 증가했다. 보통 흥분제, 안정제 그리고 환각제 등으로 분류되는 마약 중에서 흥분제를 주로 사용하는 사람은 반대 작용을 하는 억제제를 사용하지 않는 경향이 강했다. 즉 히로뽕이라는 메타암페타민 계열의 흥분제를 주로 사용하는 중독자는 주류 등의 알코올을 잘 섭취하지 않는 경향을 보았다.

또 숙면을 취하게 해주는 프로포폴이나 불안을 줄여주고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는 벤조디아제핀 등과 같은 안정제를 주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흥분제에 관심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요즘은 흥분제, 안정제, 환각제 이 모두를 칵테일처럼 사용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여성의 경우 마약을 처음 접하게 되는 경로가 클럽에서 부지중에 술에 누군가가 섞어 넣은 데이트 강간(Date Rape) 약물을 복용하는 것이고, 이후 성경험 과정에서 흥분제를 섞어 사용하게 되면서 다양한 약물에 노출된다고 알려지고 있다.

남성의 경우에서는 마약을 호기심에 접하게 되었다가 다양한 성경험에도 노출되면서 약물만 섞어 쓰는 것만이 아니라 성중독과 같은 행동중독이 함께 나타나게 되는 복합중독의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즉, 이제는 중독자의 마약 문제와 함께 성중독이 시작되고, 성중독을 잡으면 마약중독이 심해지는 형국이 되었다.

다양한 약물이 혼용되면서 기존에 병원에서 대체제 또는 길항제 등으로 중독 약물의 반대적 작용이나 작용기전을 막는 방식으로 치료 개입을 할 수 있었던 병원의 의료적 접근이 더 어려워지게 되었다는 사실도 하나의 결과이다. 

압생트라는 술에 중독되었던 고흐는 후유증으로 세상이 노란색으로 보이는 황시증을 겪었다. 그래서 노란 해바라기를 노란 배경으로 그렸는지도 모른다.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 1988, 캔버스에 유채. 

너무나도 가까워진 마약과의 거리

또 다른 새로운 측면은 마약의 구입 경로가 달라진 점이다. 중독 행동을 조절하기 위해 심리적·물리적 접근성을 어렵게 하는 방법을 흔히 사용한다. LA에서 5~6시간 떨어져 있는 라스베이거스에 도박장을 만든 것도 심리적·물리적 접근성을 어렵게 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합법 도박장이 강원도에 있는 것도 비슷한 이유이다.

그런데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텔레그램이나 다크웹을 사용하여 아주 손쉽게 누구나 익명성을 보장받으면서 마약을 서울권에서 한두 시간 안에 구할 수 있게 되었다. 법과 제도가 아직 따라가지 못하는 다양한 신종마약들도 이러한 유통구조 속에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전에는 지인들이나 선후배 관계에서 마약을 구하고 복용 시에도 경험이 많은 사람들의 복약지도에 따라 역설적이지만 비교적 안전하게 마약을 섭취하였다면, 지금은 그야말로 모든 것이 개인의 선택에 달려있다. 약의 치사량이나 체내에 남아있는 반감기 그리고 신체의 내성 등의 기전을 잘 알지 못하면 치사량에 해당하는 약을 복용하기도 하고 다양한 안정제 계열을 겹쳐 사용하는 등 생명의 위험에도 노출되는 형국이다.

감기약, 두통약, 수면제 등을 섭취한 사람이 술을 한잔하면서 안정제 계열 마약을 하게 되면 이 모두가 상승작용을 일으켜 갑작스러운 위급상황에 빠지기도 한다.

이제 마약은 젊은 층 사이에서 흔히 경험하게 된 것 같다. 이젠 처벌 뿐 아니라 예방과 재활치료에도 초점을 두어야 할 시간이다. 사진=펙셀

마약이 괜찮은 곳은 없다

우리나라의 MZ 세대는 서양의 개인주의 문화와 우리의 전통적 관계주의 문화의 중간지대에 있는 특성이 있다. 전통적 규범과 기존 세대의 가치관에는 대단히 독립적, 개인주의적 태도와 가치관을 적용하고 자기 또래나 같은 세대의 사람들 간에는 집단주의 또는 관계주의의 특성을 강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자기 또래 집단이 좋아하는 패션이나 힙하다고 간주하는 장소나 활동들은 거의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모두가 같이하고자 하는 반면에 꼰대 문화로 치부되는 기존의 사고방식에 대해서는 일단 배제하고 보는 경향이 크다. 

게다가 해외 선진국들에서 점차 마약류에 대한 규제나 처벌이 완화되면서 기존 세대와는 전혀 다른 마약류에 대한 이해와 태도가 나타나기도 한다. 사실 미국이나 유럽에서 마약류에 대한 기준과 처벌을 완화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마약중독에 대한 예방에 실패한 결과로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이 마약류에 노출되어 버린 현실이 있었다.

오히려 합법화를 통해 세금이라도 많이 걷고 인접 국가로 마약 유통과 관련한 경제적 이익이 흘러가지 않게 하겠다는 고육지책의 결과였다. 

마약, 예방이 필요한 시기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 보면, 우리는 시급하게 초·중·고등학교에서부터 마약류 사용의 위험성에 대한 예방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단순히 기존의 지식을 주입하는 형태가 아니라 미래세대의 특성에 부합하는 맞춤형 커리큘럼을 만들어 제공해야 한다.

학생 스스로가 마약이나 중독 행동의 위험성을 진지하게 조사하고 공부하여 자기 나름대로 가치 판단을 거쳐 마약과 관련한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설정해 갈 수 있도록 돕는 방법으로 예방 교육의 내용이 구성되어야 한다.  

나아가서는 미래세대에게 필요한 정신건강과 대인관계 향상 및 자기 성장과 같은 정서적·관계적 건강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교과목을 도입하고, 그 속에서 중독의 문제도 집중적으로 다룸으로써 더 균형감 있는 지성인으로 성장하게 도와야 할 것이다.

신성만 한동대 상담심리사회복지학부 교수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심리학 석사학위를, 보스턴대에서 재활상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심리치료 전문가로 일했으며, 하버드의과대학 캠브리지병원 정신과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한국중독심리학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중독상담학회장을 맡고 있다. (공)역서로 『동기강화상담』(2,3판), 『행동중독』, 『정신재활』, 『실존치료』 등이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