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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란한 ‘벽 허물기’…예산 확보는 여전히 불투명
요란한 ‘벽 허물기’…예산 확보는 여전히 불투명
  • 강일구
  • 승인 2023.06.23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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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대학 15곳 예비지정
※교육부 자료

교육부와 글로컬대학위원회가 예비지정한 15개 글로컬대학 혁신기획서를 공개했지만 대학가에서는 예비지정에 대한 명쾌한 이해보다는 이번 결과가 미칠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립대에서는 이번 결과를 두고 “교육부가 국립대를 구조조정하려는 메시지를 낸 것”이라는 반응이다. 이번에 예비지정을 통과한 대학 중 강원대·강릉원주대, 안동대·경북도립대, 충북대·한국교통대, 부산대·부산교대 등 국립대 간 통합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혁신기획서를 단독으로 제출하긴 했으나 순천대도 목포대와 전남도립대와의 통합 추진을 위한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유진상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상임회장은 “국가중심국공립대는 통합과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는 곳(강릉원주대·안동대·순천대)만 선정됐다. 강제 통합으로 구조조정하는 것이 교육부의 최종 목표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국립대 A기획처장은 “선정 첫해인 올해, 교육부는 글로컬대학 방향 제시에 중점을 두었다고 생각한다”라며 이번 선정에서는 그 방향이 1도 1국립대를 지향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번 예비지정에서 통합을 추진했던 사립대는 한 곳도 선정되지 않았다. 대학 통합을 전제로 글로컬대학 혁신기획서를 낸 사립대는 8건(17교)이었다. 통합을 전제로 한 혁신기획서를 준비했던 사립대의 B기획처장은 “사립대에게는 통합 자체가 담대한 혁신이다. 이번에 한 곳도 선정되지 않았는데, 앞으로 어떤 대학이 통합을 추진하겠나. 이번에 한 곳이라도 선정됐어야 추진에 필요한 탄력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예비지정에서 국립대 선정 비율이 사립대에 비해 높은 것에 대해서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립대는 25개교가 신청해 11개교(44%)나 선정됐는데, 사립대는 64개교가 지원해 7개교(10.9%)밖에 선정되지 않아 추후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양성렬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장은 “전체 대학 중 사립대가 80%인데 선정 결과를 보면 국립대가 많다. 이렇다면 사교련이 꾸준히 주장했듯 국립대는 국가에서 책임지고 육성에 나서고, 사립대는 초광역 단위로 지역 사정에 맞게 지원하는 정책이 유효하다”라고 말했다.

황인성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사무처장도 국립대와 사립대를 구분해서 선정해야 한다고 했다. 다수 지역거점국립대가 이번에 예비선정된 것에 대해 그는 “안동대와 순천대가 뽑히긴 했으나, 대도시에 있는 지역거점국립대가 많이 뽑혔다. 이러면 중소 지역의 지역 대학은 더 힘들어지고 지역소멸이 가속화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전문대 관계자도 이번에 전문대가 1곳(경북도립대)밖에 선정되지 않은 것에 대해 “일반대와 전문대도 트랙을 달리 두어야 하지 않나 싶다”라고 제안했다.

한편, 전국교수연대회의는 지난 22일 성명을 내고 글로컬대학의 사업예산 확보가 불투명하다고 했다. 이들은 “올해 10개 내외의 글로컬대학을 결정한다지만, 현재 재정 현황으로 볼 때 과연 사업이 원활하게 시행될지 불투명하다”라며 “작년에 마련된 1조7천200억 원의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는 올해 기본적 용처가 정해져 있어, 10개 글로컬대학에 대한 예산을 어디에서 마련할지 불투명하다”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윤소영 교육부 지역인재정책과장은 “기본적으로 글로컬대학 사업의 재원은 교육부 자체 예산으로 충당한다. 여러 사업을 재구조화하는 방식으로 글로컬대학 사업을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칫 교육부가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대학에게 돌아갈 예산을 글로컬대학 사업으로 전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강일구 기자 onenin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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