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은 왜?
노회찬은 왜?
  • 최성호 경희대·철학과
  • 승인 2018.08.06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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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폴리스 15. ① 반복되는 비극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한국 진보정당이 이제 막 기지개를 켜려던 차에 그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노회찬 의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민주주의와 정의에 대한 그의 헌신을, 억압받고 소외된 이들에 대한 그의 애정을, 고난하고 팍팍했던 그 자신의 삶을 잘 알기에 그의 안타까운 죽음은 더 많이 슬프고 더 많이 가엽다. 

자살 이유를 들여다보니, 노회찬이 ‘드루킹’ 김동원이 이끈 경공모라는 모임으로부터 정치자금 4000만 원을 불법 수수했다고 한다. 노회찬은 그러한 수수 사실을 줄곧 부인하다가 그의 유서에서 끝내 그 수수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누굴 원망하랴. 참으로 어리석은 선택이었으며 부끄러운 판단이었다.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로 그의 유서를 채웠다. 그의 인생 마지막이 자책과 후회로 얼룩지는 것 같아 보는 이의 마음이 애잔하기 이를 데 없다. 

많은 이들이 그랬겠지만 “왜 노회찬은 굳이 목숨을 끊어야 했을까?”라는 질문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일부에선 2016년 불법 수수 당시 그의 생활이 궁핍했다는 사실을 언급하기도 하도 일부에선 정치자금법의 불합리성을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건 우리가 진짜 궁금해 하는 질문에 대해선 답을 주지 않는다. 우리는 왜 노회찬이 불법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는지가 궁금한 게 아니다. 우리가 궁금한 것은 상당수의 정치인들은 수억에서 수백억씩 불법 자금을 수수하고도, 노회찬보다 훨씬 나쁜 짓을 많이 하고도, 아무런 죄책감 없이 호의호식하며 잘 살아가고 있는 마당에 왜 노회찬만은 4000만 원이라는 비교적 “소액의” 불법 정치자금 때문에 자신의 목숨까지 포기해야 했느냐는 것이다. 

국회에서 연설 중인 故 노회찬 의원. 사진 출처=http://omychans.tistory.com
국회에서 연설 중인 故 노회찬 의원. 사진 출처=http://omychans.tistory.com

그런데 노회찬이 자살하지 않았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 궁금증은 금방 해소된다. 노회찬이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노회찬은 곧 특검에 소환될 것이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의 기로에 놓일 것이다. 그러나 정말 무서운 것은 그 사이에 벌어질, 상상만 해도 끔직한 여론재판일 게다. 언론에선 노회찬을 그야말로 하이에나처럼 물어뜯을 것이 분명하다. 겉으론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청빈한 척 행세하더니 뒤론 더러운 불법 자금을 수수한 “거짓말쟁이”, “이중인격자”, “위선자”라는 비판이 들불처럼 번질 게다. 방송 출연이 잦았던 그였다. 그가 정치인의 도덕성을 강조하거나 혹은 다른 정치인들의 부정행위를 촌철살인 사이다 발언으로 꾸짖는 동영상은 그를 조롱하고 힐난할 용도로 안성맞춤이다.

“진보정치인도 똑같이 썩었다”, “노회찬이나 박근혜나 다를 게 뭐냐?”, “겉으론 깨끗한 척하며 뒤로 검은 돈 챙긴 노회찬이 더 나빠”와 같은 말과 함께 온갖 악담과 저주가 그에게 쏟아질 것이 불을 보듯 훤하다. 단순히 4000만 원 불법 정치자금 수수 행위가 비난받는 것이 아니라 그의 삶 전체가 매도되는, 그의 삶 전체의 진정성이 의심받는 지경에 이를 것이다. 생물학적 노회찬은 목숨을 부지할지라도 인격체 노회찬, 정치인 노회찬, 국회의원 노회찬에겐 사실상 사망선고가 내려진다고 봐야 한다. 그러면서 정의당도 도매금으로 비난받을 것이 분명하고 다시금 한국 진보정치는 백척간두의 위기에 놓이게 될지 모를 일이다.   

이런 시나리오가 나의 상상에 불과한가? 그렇지 않다. 당장에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노회찬의 모습에서 진보정치인의 이중성을 보았다고 말하며 “이중성을 드러내도 무방한 그 곳에서 영면하시기 바란다”고 적었다. 지금도 노회찬의 죽음에 대해 “겉으로 깨끗한 척 하다가 검은 돈 받고 반성은커녕 거짓말로 부인하다 빼도 박도 못하게 되니 시인하고 자살했다”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자살로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후에도 이런 비난이 쏟아지는 마당에 만약 노회찬이 살아있었다면 그가 얼마나 참담하게 난도질당할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노회찬이 자살을 선택한 것이 이해되고도 남는 대목이다. 

만약 당신이 노회찬은 정말 죽어 마땅한 나쁜 정치인이라 생각한다면 당신은 이 글을 더 이상 읽을 필요가 없다. 내겐 당신을 위해 해 줄 말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혹시라도 당신이 나와 마찬가지로 노회찬을 그렇게 허망하게 떠나 보낸 것을 진정 비통하게 느낀다면 우리는 함께 고민해야 한다. 어떻게 노회찬의 비극이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지에 대하여. 

일탈을 저지른 정치인이 그 일탈에 대하여 법적 단죄뿐만 아니라 사회적 단죄를 받는 것은 지극히 마땅하다. 그런데 같은 비리가 드러나더라도 평소 청렴, 도덕, 정의를 말하는 정치인에겐 훨씬 더 가혹한 사회적 단죄가 내려진다. 자유한국당 의원의 비리가 적발될 땐 뉴스거리 자체가 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법적 단죄는 있겠지만 사회적 단죄가 이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서 그런지 그들은 수억에서 수백억의 뇌물 수수 혐의가 있어도 결단코 자살하지 않고 잘 먹고 잘 산다.

한편 노회찬과 같이 평소 올바른 정치를 위해 노력하며 정치에서의 도덕성을 강조하던 정치인에게 조그마한 흠집이라도 드러날 것 같으면 법적 단죄와는 차원이 다른 어마어마한 사회적 단죄가 그를 기다린다. 사람들은 “당신은 깨끗한 줄 알았는데 실망이다”라고 말하며 그에게 기만적인 “위선자”나 “이중인격자”라는 딱지를 붙인다. 자신들이 신뢰했던 정치인에 대한 배신감으로 인해 그의 일탈에 대한 공분은 무한 증폭된다. 그렇게 한 일탈 행위에 대한 비난을 넘어 한 정치인의 인생 전체가 부정되고, 그의 정치생명은 그것으로 종지부를 찍는다. 그렇게 안희정도 정봉주도 정계에서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았다.

그러나 자신의 삶 대부분을 청렴, 도덕, 정의와 같은 가치들을 위해 몸바치던 정치인이 한 번의 일탈을 범했다는 이유로 그의 삶 전체를 거짓으로 매도하고, 그를 겉과 속이 다른 위선자, 이중인격자라고 몰아세우는 것은 아무리 좋게 봐줘도 너무 모질고 인색하다. 정치인도 나약하고 불완전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굳은 신념과 맹세에도 불구하고 유혹에 어쩔 수 없이 노출되고 때론 그 유혹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인간 말이다.  

정의당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故 노회찬 의원을 추모하는 글귀와 사진을 볼 수 있다.
그 아래에는 많은 시민들의 추모글이 적혀 있다.  

흡연자인 내가 건강을 생각해 금연을 하겠다고 아무리 맹세에 맹세를 하더라도 문득 흡연의 유혹을 느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런 흡연의 유혹은 내가 나의 의지를 통해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다 나의 맹세를 어기며 담배를 다시 피울 수도 있다. 그 경우 나는 나의 맹세를 지키지 못했고 그런 점에서 분명 의지의 실패를 경험했다. 필요하다면 그런 실패에 대하여, 의지의 나약함에 대하여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내가 겉과 속이 다른 이중인격자라는 비난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그것은 나의 나약함을 비난하는 것이 아닌 나의 진실성을 비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금연을 맹세하며 한 점 거짓이 없었고 또한 내 의지가 닿는 한 그 금연의 맹세에 충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내가 의지의 나약함에 대한 비난은 달게 받겠지만 기만적인 이중인격자라는 비난은 결코 수긍할 수 없는 이유이다. 

마찬가지로 노회찬이 청렴한 삶을 살겠다고 진실하게 맹세하고 공언했다 하더라도 그의 삶이 고단해질 때 그가 통제할 수 없는 방식으로 검은 돈에 대한 유혹을 느끼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물론 그런 유혹을 극복하고 자신의 맹세를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때론 그 유혹에 굴복하여 일탈을 저지르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청렴한 삶을 살고자 했던 애초의 그의 맹세가 거짓된 맹세였다고, 그의 정치적 삶이 처음부터 끝까지 위선이었고 허위였다고 비난하는 것은 그에게 너무 야박한 것 아닌가? 만약 그가 살아 있다면 그는 분명 그의 불법 자금 수수와 그에 대한 거짓말에 대하여 법적, 그리고 사회적 단죄를 받아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자신의 소신을 끝까지 지키지 못한 잘못에 대한 단죄, 의지의 나약함에 대한 단죄여야 한다. 그의 정치적 신념과 소신의 진실성마저 의심하며 그의 삶 전체를 죄악시하지는 말아야 한다. 그는 의지의 실패를 경험한 한 나약한 인간일지언정 거짓된 맹세와 신념으로 국민을 기만한 위선자나 이중인격자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노회찬 의원, 이번 불법 자금 수수에 대해서는 법적 처벌을 받으셔야 합니다. 그러나 기죽지 말고 힘내세요. 한 번 실수했지만 그렇다고 당신의 정치가 모두 실패인 것은 아닙니다”와 같은 격려가 아니었을까? 우리 사회가 노회찬에게 그런 격려를 보내줄 수 있는 정치 문화를 가졌다면 과연 노회찬이 자살까지 했을까?  

이 지점에서 나는 이 글에 대해 빗발치는 비판을 예상한다. 그 비판은 “부패 정치인의 대마왕인 전두환도 그의 임기 동안 정의 사회 구현을 외쳤고, 동급의 대마왕인 박근혜도 자신이 청렴하고 깨끗한 정치인이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주장하였다. 당신의 논리대로라면 그들의 부정부패도 단순히 의지의 나약 정도로 치부해야 한다는 엉터리 결론이 따라 나온다”는 것이다. 나는 전두환이나 박근혜가 정의를 이야기하고 청렴을 이야기할 때 그들은 진정 기만적인 위선자였다 믿는다. 그들은 겉으론 깨끗한 척 국민을 기만하며 뒤로는 온갖 부정부패를 저질렀다. 그들이 진실로 정의롭기 위해, 청렴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의지의 박약 때문에 부정부패를 저지른 것이 아니란 말이다.

그런 점에서 그들은 노회찬과 같은 부류가 아니다. 노회찬은, 비록 불법적 일탈을 저질렀지만, 전두환이나 박근혜와 같은 부패 정치인들과 도매금으로 함께 분류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노회찬 부류와 전두환·박근혜 부류가 어떻게 구분될 수 있는가? 그 둘이 도대체 구분될 수 있기나 한가? 나는 그 두 부류가 구분될 수 있고 또 우리 사회가 좀 더 나은 정치문화를 갖기 위해선 반드시 구분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아쉽게도 그 논의를 위해선 다소 복잡한 철학 개념이 필요하다. 다음 글을 기다려 주시라. 
 

최성호 경희대·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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