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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하위 15%’ 탈출한 대학들이 보낸 1년
올해 ‘하위 15%’ 탈출한 대학들이 보낸 1년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2.09.17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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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법 물어보니, 재정 투입 말곤 방법 없다는데…

“처장님도 양심이 있으면 이해하실 거예요. 제자들에게 어떻게 이 대학(하위 15%대학)에 가라고 하겠어요.”

엄태석 서원대 교무처장(정치행정학과)이 지난해 11월 입시설명회 자리에서 고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를 만나 전해들은 말이다. 실제로 서원대는 하위 15%대학에 지정돼 입시에서 직격탄을 맞았다. 합격자 평균 4등급을 유지해 왔는데 지난해에는 5등급 밖으로 밀려난 것으로 나타났다. 엄 교무처장은 하위 15%대학 지정이 충격파가 크다고 말했다. “일단 지정되면, 학생들 지원률이 떨어진다. 문제는 지원자들의 학력수준도 같이 떨어진다는 데 있다. 다른 한쪽에선 장학금은 줄어드는데 정부 재정지원사업에 참여하는 길도 막혀있다. 무엇보다 고교 3학년 담임교사의 수첩에 ‘기피대상’으로 분류된다는 게 가장 곤혹스럽다.”

교과부의 대학구조개혁정책인 ‘학자금대출한도제한대학’과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이하 하위 15%대학)이 3년차를 맞았다. 대학들은 서서히 제도 적응기에 접어드는 모양새다. 그도 그럴 것이 1년 단위의 평가지만 자칫하다간 ‘학교 폐쇄(퇴출)’까지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연간 평가로 ‘부실대학’에서 ‘퇴출대학’으로 연결되는 서바이벌 방식에 비판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대학들의 현실적 고민이다.

대학알리미를 통해 올해 하위 15%대학을 탈출한 대학들의 ‘출구전략’을 톺아봤다. 이들은 정부 재정지원제한대학에 지정된 1년을 어떻게 보냈을까. 올해 ‘부실대학’의 꼬리표를 뗀 17개 대학의 기획처장들은 “획기적으로 ‘지표관리’할 수 있는 대학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목원대= 권선필 기획처장(행정학과)은 지난해 9월의 아찔했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목원대는 지난해, 정부 재정지원제한대학과 학자금대출제한대학에 모두 지정됐다. 교무위원을 주축으로 ‘지표개선 1년’의 비용을 산출했다. 1주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듬해 평가에서 ‘하위 15%’에 속하지 않으려면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는 것 말곤 방법이 없더라”는 게 권 기획처장의 결론이다.

“당장 수입이 뚝 떨어진다. 반대로 지출을 확 늘리지 않으면 안 되는 ‘충격’이 올 수밖에 없다. 이 부분을 어떻게 감당하느냐, 이걸 감당할 능력이 있는 대학은 살아남을 것이고 아니면 도태될 것이다.”

지난해 목원대는 장기발전기금, 장학기금 등 ‘법인 적립금’으로 위기를 돌파하기로 했다. 일단 전임교원 확보율과 취업률이 최하위권이었다. 1년 새 전임교수 68명을 새로 뽑았다. 취업률은 ‘학교기업’과 외부 인턴십 프로그램을 활용했다. 음악원, 연극원, 국악원, 디자인 회사, 도자기 공장 등 학교기업 8곳을 신설했다. 학교기업은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예술계열 학생들의 취업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자구책이었다. 이곳에서 학생들은 공연·전시활동을 하고 중고등학생, 일반인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재학생들도 실습과 인턴활동을 겸했다. 이들은 모두 취업률에 포함됐다. 권 기획처장은 그러나 가장 많은 재정을 투입한 분야는 장학금이라고 말했다. “입학장학금을 대폭 늘렸다. 14%에 불과하던 장학금 지급율이 20%까지 뛰었다. 장학금을 늘리니 충원율도 오르고, 학생 만족도까지 연쇄작용이 일어났다.”

입학정원 254명(대학원 포함, 16.9%)을 줄이고, 산업정보대학원과 언론정보대학원을 통합하면서 특수대학원 1곳을 없앴다. 입학정원은 전체 학부에서 일괄적으로 10%씩 줄였다. 이런 자구노력으로 목원대는 지난해와 비교, △재학생 충원률 8.9%p △취업률 14.6%p △전임교원 확보율 6%p 끌어올리며 ‘부실대학’에서 벗어났다. 목원대의 평가지표별 상승률은 올해 하위 15%대학에서 벗어난 17개 대학들의 평균을 웃돌았다.

취업보다 ‘학사관리’ 우선에 두기도

상명대= “교과부가 제시하는 평가지표들은 결국엔 대학의 주요 수입원인 등록금을 ‘직접교육비’로 쓰라는 거다. 대학재정이 어려워지니 고통은 수반되지만 하위 15%대학에 속하지 않으려면 ‘불가피한 선택’이 될 것이다.” 홍성태 상명대 기획처장(국제통상학과)은 등록금 인하도 직접교육비에 투자하는 노력으로 봐야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상명대는 직접교육비 확대를 위해 긴급 추경예산을 편성했다. 등록금을 전년보다 7% 내렸다. 등록금 인상 수준의 변별력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하위 15%대학에 포함된 결정적인 이유는 전임교원 확보율, 장학금 지급률, 취업률이었다. 상명대는 서울과 천안을 일원화 했던 행정을 캠퍼스별 독립경영체제로 분리시키고 양 캠퍼스에 교양대학, 대외협력처, 기획처를 신설했다. 중앙집중형으로는 지표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학기에만 전임교원 46명을 충원했다. 지난해 54.8%로 하위 15%권에 속했던 전임교원 확보율을 60.3%까지 끌어올렸다. 천안 캠퍼스를 합하면 61.2%. ‘기타기금’으로 묶여 있던 60억원을 장학기금으로 전환시켰다. 13.6%에 불과했던 장학금 지급율이 19.3%로 치솟았다.

취업률은 강태범 상명대 총장이 직접 챙겼다. 강 총장은 단과대학별 취업률 현황자료를 들고 다니며 수시로 재단 이사장실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교수들은 학과·지도교수별 취업률을 발표하는 취업방안 보고회에 3주마다 참가했다. 학과별 취업률은 매주 점검했다. 40% 중반에 머물던 취업률이 한때 70%를 넘어서기도 했다.

서원대= 임시이사체제로 운영돼 온 서원대는 지표관리에 관한한 판단이 빨라야 했다. 평가 비중이 가장 높은 재학생 충원률(30%)과 취업률(20%)을 후순위로 밀어놨다. 노력한 만큼 눈에 띄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거라는 판단에서다. 단기간에 재학생 충원률을 올리려면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해야 하는데, 서원대는 외국인 유학생 비율이 비교적 적은 편이다. 예술계, 사범계, 인문·사회계 비율도 전체 학과의 3분의 2를 차지해 취업률을 단기간에 반등시키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서원대는 학사관리를 재정비하는 데 전력투구했다. 장학금 지급율을 8% 이상 올리고, 전임교원 36명을 초빙했다. 소규모 강의를 늘리고 학점을 상대평가로 바꿨다. 엄태석 서원대 교무처장(정치행정학과)은 “노력해서 채울 수 있는 지표가 있고 그렇지 않은 지표가 있다. 실현가능한 지표들을 중심으로 우선순위를 정했다. 특히 학사관리를 중심에 뒀다. 평가배점이 낮다고 뒤로 제쳐두기보다 대학의 방향과 맞다면 ‘윈윈’할 수 있는 전략도 필요하다.”

한국국제대= 이번 평가를 대학개혁의 전환점으로 삼은 대학도 있다. 경남 진주시에 소재한 한국국제대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3월부터 진행해 온 대학조직구조 개편의 방향타를 ‘취업률’에 맞췄다. 총장직속의 취업지원본부를 새로 만들었다. 책임자에게 부총장급 대우를 줬다. 교무·학생·사무·기획 등 일체의 대학행정조직도 ‘취업’에 정렬시켰다. 취업의 성과와 관련된 사업 외에는 모두 잘라냈다. 2007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학과 구조조정도 실용학문 중심이고, 취업중심이다. 경영정보학과, 비서학과, 무역학과, 광고학과를 폐지하고 간호학과, 물리치료학과, 방사선학과, 병원관리학과 등 보건계열과 조선해양공학과, 전기에너지공학과 등 신성장산업 관련 학과를 신설했다.

구조조정된 학과들은 대체로 ‘인기학과’이지만 한국국제대 입장에선 그렇지 않았다. 이들 학과는 과목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학생들의 학력수준이 곧 졸업생의 능력을 좌우하는 측면이 있다. 인기학과를 개설해서 학생들을 많이 받는 것보다 ‘인재’를 배출해야 취업까지 선순환이 이뤄진다는 전략이다. 강태경 한국국제대 기획홍보처장(병원관리학과)은 대학의 정체성이 대학개혁 방향과 일치하지 않으면 대학이 존립의 기로에 서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학의 브랜드(정체성)를 교육과 취업으로 잡아가야 한다. 이건 교수가 바뀌어야 가능하다. 대학 간 생존경쟁이 치열해지는 현실에서 정부 지원까지 막히면 막막하다. 마지막 승부를 건 것이다.”

교수 더 뽑고, 취업률은 多多益善

하위 15%대학에 지정된 대학들의 1년은 외부에서 볼 때보다 훨씬 더 격렬하게 내부개혁을 추동해야했다. 예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눈에 띄는수치’가 지표에 드러나야 했기 때문이다. 대학은 교수를 대거 채용하거나 장학기금을 전폭 지원하고, 구성원들은 취업률에 매진한다는 전략을 썼다. 경남대는 3~4월 한달 동안 교수 101명을 채용했다. 등록금은 예년보다 6% 이상 내렸지만, 장학금은 60억원 이상 증액했다. 대전대는 학과 구조조정을, 중부대는 방문입시설명회를 10배 이상 늘렸다.

경쟁이 과열되다보니 편법사례도 빈발했다. 최근 교과부가 발표한 ‘취업통계 실태감사’에 따르면 이들 17개 대학 중 3개 대학이 허위취업으로 적발됐다. 산학협력단의 ‘청년일자리활성화 사업’의 지원을 받아 창업한 곳에 서류상 취업을 한 졸업생을 취업자로 신고하거나, 학과장의 남편이 운영하는 업체에 취업시키는 방법으로 취업률 공시를 허위기재한 것이 드러났다. 강원도의 ㄱ대학은 교내장학금을 ‘잡매칭’업체에 지급해 취업률을 올렸는데, 잡매칭 용역업체 3곳의 실적을 확인 없이 중도금 1억9천700여 만원을 지급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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