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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관광지 ‘지중해의 섬’에 해안 일주도로가 없는 이유
세계적 관광지 ‘지중해의 섬’에 해안 일주도로가 없는 이유
  • 홍선기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HK교수
  • 승인 2012.05.21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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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이야기 ⑥스페인 미노르카 섬

Presili와 Tortuga 지역의 해안 식생경관. 미노르카의 생물다양성은 대부분 암반지역과 해안지역에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있다.

유네스코에서 지정하는 생물권보전지역(Biosphere Reserve)은 제한된 자연자원의 효율적 이용과 보전을 통해 구현되는 ‘지속가능성’을 실험하는 장소이다. 또한 지정된 지역의 우수한 생물다양성과 문화다양성을 활용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도록 주민들의 노력을 요구하는 곳이기도 하다. 섬은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또한 자원은 제한돼 있다. 섬 주민들은 제한된 자원을 활용하고 환경에 적응하면서 나름대로 독특한 적응방식을 갖춰오고 있다. 이처럼 미래 인류의 자원이용과 생존의 가능성을 가늠해 보는 실험 장소로서 섬은 매우 유용하고 매력적인 ‘실험실’이다.

 스페인의 미노르카(Minorca)섬은 발레아레스 제도의 한 섬으로 지중해를 대표하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이다. 미노르카 주변에 있는 마요르카(Mallorca)와 이비자(Ibiza)섬은 대규모 관광산업이 유치됐고 이에 따른 개발이 진행되면서 두 섬이 가지고 있었던 지중해 고유의 섬 생태계와 중세역사 문화유적이 급속히 사라지고 있음을 주민들이 확인하면서부터이다. 현재도 이 두 섬은 밀려드는 관광객을 위한 숙박과 위락시설 개발로 인해 값진 역사 유적과 더불어 두 섬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이 사라지고 있다. 역사 유물과 아름다운 해변, 지형경관, 고유한 생태계를 갖고 있는 미노르카의 주민들은 주변 섬들과 마찬가지로 무분별한 관광개발에 의해 자원이 파괴될 것을 우려해 자발적으로 생물권보전지역을 신청한 것이다. 즉 역사자원과 자연생태계의 아름다움을 지키려는 미노르카 섬 주민들의 주민의식과 프라이드가 매우 강했다고 볼 수 있다. 기암절벽과 소나무숲, 모래사장과 옥빛 바다의 콤비네이션은 지중해 해안경관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자원과 자연생태계 지키려는 주민의식

미노르카의 대표적인 자원은 해안경관과 주변 역사 유적이다. 미노르카의 해안은 접근성과 자연성에 따라서 ‘urban beach(도시해변)’, ‘tourist beach(관광해변)’, ‘non-urban beach(비도심 해변)’ 등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해 차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도시해변은 도심에서 가까운 위치에 있어서 인근에 거주하는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된 해변이다. 우리나라의 부산 해운대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겠다. 관광해변은 해외 관광객들이 주로 이용할 수 있는 해변이다. 도심해안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로부터 비교적 안전하게 보호 받을 수 있는 해변이고 또한 주변에 역사문화유적을 비롯해 우수한 생태계가 갖춰진 해변이라고 볼 수 있다.

비도심 해변은 주거지역과 거리가 멀고 또한 주차시설이 없어서 자동차를 이용해서 쉽게 접근할 수 없는 해변이다. 자전거나 도보, 혹은 요트 등을 이용해서 접근이 가능한 고립된 해변이다. 주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단체관광객들이 아니고 가족이나 동호인들이다. 소수만이 찾는 비도심 해변은 누드비치로도 활용되고 있다.

여느 관광지와 마찬가지로 미노르카에도 다양한 관광지도가 있으나 취향에 맞춰서 해변을 찾기 위해서는 반드시 세 가지 유형을 구분할 수 있는 지도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붉은색, 녹색, 파란색, 노란색 등으로 도면에 표기된 해수욕장의 특성을 미리 알지 못한다면 즐거움과 만족감을 최대로 느껴보지 못하고 미노르카 여행을 마칠 수 있기 때문이다.

Cala Galdana의 해수욕장이다. 미노르카의 대표적인 19개 해수욕장 중에서 관광해변으로 개발된 관광지역이다. 주변의 소나무숲과 독특한 석회암 지형이 조화가 돼 관광지로서 각광을 받고 있다.

지속가능성을 구현하는 생물권보전지역의 관리 주체는 바로 주민이다. 미노르카가 소속된 지자체는 섬의 비행장만 관리하고 있을 뿐, 섬의 전체적인 토지이용이나 활용계획은 철저하게 미노르카 섬 자치위원회가 관장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토지이용계획은 상당히 엄격하며 계획이 정해지기 전에는 주민들과 끊임없이 상의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주민과 함께 결정한 토지이용계획에 의해 건물 건축이 제한된 곳은 건축물을 지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현대식 건물은 지울 수 없다. 전통건축에서 거주하는 주민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관광수익금 대부분을 전통마을 경관 유지에 과감히 투자하고 있다. 주민과 함께 하는 토지이용계획을 통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지역 뿐 아니라 섬 전체가 지속가능하게 발전하도록 추진하는 정책과 의지가 섬 전체에 투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해안 일주 도로가 미노르카에는 없다. 도로는 중세 수도인 치다델라(Ciutadella)시와 현재의 수도인 마오(Mao)시로 관통하는 동서국도와 몇 가지 주변 지방도로가 있을 뿐이다. 해안 일주 포장도로가 미노르카에는 왜 없는 것일까? 아마도 해안경관의 절경을 인공적인 도로에 의해 파괴됨을 허락하지 않는 이곳 주민들의 고집일 것이다. 더욱이 수천 년간 유지해 온 미노르카의 역사유적과 천혜의 자연자원은 불편함을 감내하면서도 섬에서 살 수 있을 만큼의 가치와 자부심을 주고 있음을 주민들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생물권보전지역의 지향점인 보전과 발전의 균형, 그것의 지속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스페인 지중해의 섬 미노르카는 우리나라 섬 관련 정책 수립에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주민들의 자연에 대한 존경심, 역사인식, 그리고 애향심이야 말로 섬의 발전 방향을 결정하는데 매우 중요한 나침반이 되고 있음을 미노르카 섬을 통해 알 수 있다.

섬의 발전 방향을 결정하는 나침반

미노르카의 유네스코 지역 관리시스템은 전 세계에서 매우 훌륭한 모델이 되고 있어서 섬 생물권보전지역 네트워크에 중요한 맏형 역할을 해 오고 있다. 얼마 전 우리나라 섬 생물권보전지역인 제주도와 미노르카와 협력체계를 갖추게 됐다. 우리나라 세 번째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신안다도해’의 경우는 제주도와 미노르카와는 다른 갯벌섬의 자연성을 가지고 있다. 고유한 역사유적과 자연자원을 비롯해 생태계, 문화, 전통지식 등 독특한 특성은 섬 마다 다르다. 또한 그것을 가치로서 확인하고 지키려 노력하는 섬 주민들의 의식과 자존심도 섬 마다 다를 것이다. 올 9월 제주도에서 개최하는 세계자연보전총회(WCC)에 ‘섬의 생물문화다양성과 전통생태지식’에 대한 워크셥이 있다. 그곳에서 우리나라 다도해를 포함해 섬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전개될 것이다.

홍선기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HK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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