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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지킴이’ 섬, 그곳의 삶과 문화ㆍ자연을 만난다
‘바다 지킴이’ 섬, 그곳의 삶과 문화ㆍ자연을 만난다
  • 강봉룡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장
  • 승인 2012.04.18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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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이야기를 시작하며

 

갯벌이 인상적인 전남 신안군 지도읍 본섬 전경. 우리나라 서해안 갯벌은 세계 5대 갯벌의 하나다. 서해안 갯벌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전라남도의 갯벌은 독특한 ‘섬갯벌’의 양상을 띤다. 물이 빠지면 섬이 커지고, 물이 들어오면 섬이 작아지는, 살아있는 섬 경관은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세계적인 볼거리라 할 수 있다. 사진=전남 신안군

 

‘섬 이야기’를 시작하며

18세기 흑산도 주민 김이수는 한양으로 상경했다. 수원으로 능행을 다녀오던 정조의 어가를 가로 막았다. ‘격쟁’을 울린 것이다. 격쟁이란 백성이 억울한 사정을 국왕에게 직접 상소를 할 수 있는 제도이다. 김이수는 전남 흑산도에서 한양까지 그 머나먼 길을 떠나 정조에게 무엇을 알리고 싶었을까. 러ㆍ일 전쟁 때 전남 신안군 하의면 옥도에 세워진 일본 해군 비밀기지인 팔구포방비대를 아시는지? 울릉도를 개척한 거문도 사람들. 파도에 굴하지 않고 담대하게 자라도록 배운 섬사람들의 이야기. 홍어장수 문순득의 우이도 표류기.

목포대 島嶼문화연구원(원장 강봉룡)에서 ‘섬과 바다’를 연구하고 있는 11명의 연구원들이 흥미진진한‘섬 이야기’를 전한다. 경기ㆍ충청지역, 호남서부, 남해 서부, 남해 동부 등 국내 해안 지역은 물론 일본, 중국, 스페인 등 해외 지역의 섬 이야기도 곁들인다. 재밌는 섬 이야기와 함께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섬과 바다의 진귀한 모습을 사진으로 만나 볼 수 있다. 20회로 기획한 이번 섬 이야기를 매주 싣는다. 이번 연재는 한국해양재단이 함께 한다.

우리에겐 섬에 대한 편견이 있다. 바다로 둘러싸여 육지와 단절되어 있는 고립공간, 무언가 뒤떨어진 사람들이 사는 후진지역이라는 편견이다. ‘섬놈’, ‘뱃놈’, ‘갯것’이라는 비칭이 이러한 편견의 반영이다. 지금 그 편견은 많이 엷어졌지만 우리의 인식에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근래에 섬은 독도 문제를 기화로 뜨거운 화두로 대두하고 있다. ‘우리 땅’이 분명한 독도를 일본인들이 ‘자기 땅’ 다케시마라고 우기는 것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독도를 섬이 아닌‘땅’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새삼 반성적으로 되돌아 볼 것을 권한다. 독도 문제의 본질이 독도라는‘작은 땅’의 문제만이 아니라 독도를 중심으로 관철되는‘큰 바다’의 문제에 있다는 당연지사를 함께 환기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그러고 보면 국가 간의 바다 분쟁이 흔히 섬 분쟁으로 표출되는 사례를 주위에서 종종 본다. 독도 분쟁 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 사이의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분쟁, 러시아와 일본 사이의 쿠릴열도(북방4개 섬) 분쟁, 중국과 베트남 사이의 남사군도 분쟁 등이 그것이다. 멀리 영국과 아르헨티나 사이의 포클랜드군도(말비나스) 분쟁은 1982년에 전쟁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이러한 섬 분쟁은 결국 섬의 군사적 중요성과 함께 그 주위 바다에 부존해 있는 자원을 둘러싼 분쟁인 셈이다. 이처럼 국가 간 바다 이권 분쟁의 중심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섬의 가치는 중차대하다. 그런데 이 뿐만이 아니다. 섬은 그 자체 국가의 보물과 같은 존재로 인식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보자. 그리스가 경제 파탄 위기에 몰려 유럽연합의 경제지원을 받아야만 했던 작년 3월에 독일은 지원의 조건으로 그리스에게 섬을 내다팔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그리스는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상징적 문화유산으로 인식해오던 섬을 판다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6월에 이르러 경제 상황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아 디폴트의 위기에 내몰리면서, 결국 섬의 일부를 팔겠다는 비장한 자구노력의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었다. 그리스인들에게 섬은 최후까지 지켜내야 했던 자존심이었던 것이다.

섬이 세계적인 명소로 알려진 사례도 허다하다. 베트남 하롱베이의 섬들은 자연경관이 빼어나 세계적인 명소가 됐다.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최고의 문명을 꽃피운 섬의 도시로 저명하다.

그렇다면 우리 다도해의 섬들은 어떤가? 자세히 들여다보면 빼어난 자연경관도 있고 독특한 생태자원도 있으며, 문명의 흔적과 문화의 꿈틀거림도 있다. ‘자연과 문화의 어우러짐’이야말로 우리 다도해의 섬들이 세계적 명소로 부상할 수 있는 특장점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서 필자는 섬은 ‘작은 땅’에 불과한 것이 아닌 ‘큰 바다의 지킴이’이면서, 그 자체 소중한 가치를 내포하는 국가의 보물 같은 존재라는 사실을 다시금 강조한다. 이제껏 우리 내면에 자리잡아왔던 땅(육지) 중심의 인식을 섬과 바다로 확대시키는 공간인식 패러다임의 전환을 감히 촉구한다. 오랫동안 무심히 지나쳐왔던 우리의 섬들에 눈을 주고 귀를 기울여보자.

독도 역시 ‘섬’이라는 관점으로 다시 한 번 들여다보자. 그러면 섬에 대한 편견이 자연히 해소될 것이고, 섬의 가치가 우리의 인식 속에 새롭게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알고 보면 지구의 30%에 불과한 땅(육지)은 그 자체가 70%를 차지하는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거대한 섬이 아니겠는가.

도서문화연구원은 30년간‘섬을 통해서 바다를 보고, 바다를 통해서 세계를 본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며‘섬의 인문학’을 주창해왔다. 이제 연구원의 파일에 담아왔던 다채로운 섬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끄집어내, 편견 없는 우리의 친근한 이야기로 공유하고자 한다. 제현의 관심과 성원, 그리고 질책을 바란다.

강봉룡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장

강봉룡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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