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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잘못은 생각지 않고 비난이나 비판만 두려워한다는 의미
자기 잘못은 생각지 않고 비난이나 비판만 두려워한다는 의미
  • 김풍기 강원대·국어교육과
  • 승인 2011.12.17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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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올해의 사자성어 ‘엄이도종’은

 

김풍기 강원대·국어교육과(고전비평)

‘다사다난’하지 않았던 해가 어디 있겠는가마는 지나온 한해를 돌아볼 때마다 많은 곡절과 눈물과 웃음이 스며있음을 느낀다. 특히 경제적인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했을 때 국민들 대다수가 느꼈을 괴로움은 형언하기 어렵다. 더욱이 정부가 국민들의 괴로움을 공감하기는커녕 빠져나갈 궁리만 한다고 생각되면 깊은 절망감을 느끼게 된다.

 

 매번 발표되는 경제 수치는 선진국에 거의 가깝다고 하는데 우리의 살림살이는 갈수록 팍팍해진다면 정부와 국민 사이의 괴리감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우리가 지난 한 해 동안 느낀 어려움은 그 괴리감이 극복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에서 비롯된 듯싶다. 게다가 그동안 시행된 정책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어떤 결과로 나타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파악이 없으니 다른 것이야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춘추시대 진(晉)나라 범무자(范武子)의 후손이 다스리던 나라가 망할 위기에 처했다. 그 때 백성 중의 한 사람이 종을 짊어지고 도망가려고 했다. 그러나 종이 너무 커서 짊어지고 가기 어렵자 망치로 그것을 깼다. 종은 큰 소리로 울려 퍼졌고, 그 백성은 다른 사람이 종소리를 듣고 와서 종을 빼앗아 갈까봐 두려웠다. 급기야 그는 자신의 귀를 막고 종을 깼다고 한다. 『여씨춘추(呂氏春秋)』에 나오는 일화다.

자기 귀를 막고 종을 훔친다는 뜻의 ‘엄이도종(掩耳盜鐘)’은 자기가 한 일이 잘못된 것은 생각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비난이나 비판을 두려워한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송나라의 유학자 주희(朱熹)는 이 일화를 인용하면서 종소리가 다른 사람에게 들리는 것이 두려워 자신의 귀를 막는 짓은 지도자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했다. 이 사자성어는 『통감기사본말(通鑑紀事本末)』, 『문헌통고(文獻通考)』를 비롯한 많은 문헌에 널리 사용됐다.

국민들의 지지에 힘입어 출범했던 이번 정부는 한 해가 지나기도 전에 소통의 문제 때문에 질타와 우려를 자아냈다. 정치 경제에 문외한인 사람조차도 FTA 문제라든지 4대강 사업, 인사 청문회 과정에서 나온 잡음들을 떠올리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생각의 실질이 어떤지는 차치하고라도 정부는 많은 의문점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하고 소통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기보다는 국민들이 오해를 하거나 불순세력이 개입해서 문제를 키웠다는 식의 태도를 보인 것이 사실이다. 어떤 점이 오해인지, 어떤 세력이 어떻게 개입했다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그러니 시간이 흐를수록 국민들의 의혹은 커져 갔고 급기야 진실의 실마리를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엉켜버렸다. 게다가 서울시장 선거 전후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과 SNS에 대한 정부의 대응,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공격에 대한 의혹 등이 겹쳤지만,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설명은 거의 없었다. 여론의 향배에 관계없이 자신들의 생각만 발표하고 나면 그뿐이었다. 그저 들끓는 여론 앞에서 잠시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예전의 행태를 되풀이할 뿐이었다.

남의 비난에 귀를 막고 자기 행동만을 옳다고 여기는 것은 남을 속이는 것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자기 자신을 속이는 일이다. 소통할 의지도 없고 능력도 없다. 인간 개인도 그렇게 살면 안 되는데, 하물며 지도자임에랴.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돌아보는 반성적 사유야말로 지성인의 요건이다. 내 귀는 열려있는지 확인해 볼 일이다.


김풍기 강원대ㆍ고전비평
필자는 고려대에서 박사를 했다. 「고전 시가 교육의 역사적 지평」, 「조선 지식인의 서가를 탐하다」, 「옛 시에 매혹되다」 등의 저서와 『옥루몽』(전 5권), 『열하일기』(공저) 등의 역서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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