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09:45 (금)
교수 92.6% “대학개혁보다 교육부개혁이 먼저다”
교수 92.6% “대학개혁보다 교육부개혁이 먼저다”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5.11.20 23: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별기획] 2015 전국대학교수 1천180명 의견조사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不信 깊어졌다 
“평교수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교수들의 분노가 심상찮다. 교육부가 2011년부터 시작한 대학구조개혁정책을 비롯해 △교수 신분·급여 체계 △총장선출제도 △강사법 △비리사학 해법 등 각종 고등교육 현안에 교수 대다수가 뚜렷한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수신문>이 지난 11일~17일 일주일간 전국 4년제·전문대학 교수 1천180명(전임 757명, 비전임 423명)을 설문한 결과 92.6%(1천92명)가 “대학개혁보다 ‘교육부개혁’이 우선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설문에 응답한 교수들은 교육부가 대학을 재정지원과 연계한 각종 평가로 묶어두면서 일부 대학의 주요 보직에 교육부 출신의 ‘낙하산 인사’를 강행한 데 따른 비판적 시각을 내보였다. 

교수들은 “교육부는 거대 ‘공룡’으로서 수많은 대학을 교육부 관료들의 관리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기본적으로 대학지원 부서 및 기구를 교육부에서 분리해 독립기구화하고 명실상부한 대학지원기구로 탈바꿈해야 한다” “교육부는 객관성, 공평성,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교육과 국가 위기를 초래할 것이다” 등 교육부가 대학지원의 역할을 강화하면서 대학엔 자율성을 보장해 줄 것을 촉구했다. 또 다른 교수는 “사회에서 통용되지 않는 교육부의 온갖 사업을 대대적으로 통폐합해 대학과 교수들이 ‘사업 신청’에 매달리고 있는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 정책에 대한 교수들의 비판이 외부로부터 불어닥친 ‘개혁’에 대한 반감에 기반하고 있다는 일부의 주장과 달리, 평가 위주의 정책이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왔다는 게 확인된 셈이다.

조사 대상자 가운데 사립대와 국공립대는 각각 60.3%(711명), 39.7%(469명)로 집계됐다. 응답자 가운데 전·현직 보직자도 37.2%(현직 127명, 전직 311명)에 달해 정부와 대학의 교육정책을 보다 가까이서 경험한 교수들의 의견이 상당수 반영됐다. 교수들은 교육부의 대학정책에 어떤 목소리를 냈을까. 

■대학구조개혁 평가= 특성화·링크·에이스사업 등 최근 교육부의 대학 재정지원사업은 평가를 통한 경쟁배분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평가는 많아진 반면 교육부의 사업담당부서는 제각각 운영되다보니 교육정책이 일관성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정부의 대학 재정지원사업으로 인해 오히려 비교육적인 효과가 악순환 되고 있다는 말이다.

이번 설문에 참여한 한 응답자는 “대학에 너무 많은 자금이 (한꺼번에) 풀리다보니 학생들이 특정한 혜택을 주지 않으면 (웬만한) 교육 프로그램에는 참여하지 않으려 하고, 교수는 교수대로 사업을 위해 죽을 맛”이라고 지적했다. 이 응답자는 “대학이 오직 사업성과, 취업률, 재학생 유지를 위한 활동만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대학개혁과 재정지원이 교육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전북지역의 한 사립대 교수는 최근 교육부가 실시한 대학구조개혁 평가에 관해 대학본부와 교수들에게 쓴소리를 남겼다. 보직을 맡은 경험이 있는 이 교수는 “대학의 자율성이 중요한데, 재정지원금을 타기 위해서 모든 역량과 가치가 편향·지배되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특히 일부 교수들이 정부 재정지원사업을 모든 활동의 핵심으로 삼고, 대학본부도 이를 ‘최우선’으로 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책이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기는커녕 교수와 정부만이 그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덧붙였다. 

대학현장이 이렇다보니 지난 8월 교육부가 발표한 ‘2015년 대학구조개혁 평가결과’에 대해서도 교수들은 강한 불신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에 처음 도입한 ‘5등급 평가’가 공정하게 이뤄졌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5.3%(770명)가 ‘그렇지 않다’고 바라봤고, 19.5%(220명)만이 ‘공정했다’고 응답했다. 이 가운데 ‘매우 공정했다’고 응답한 교수는 1.4%(16명)에 불과했다. 

이 같은 교수들의 ‘평가 불신’은 교육부가 대학구조개혁평가로 ‘하위 15% 대학’을 지정해오던 평가방식을 올해 처음으로 ‘A~E’ 5등급 평가로 전환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정성평가를 강화하면서 등급제가 임의선발제도로 변질됐다는 평가다. 실제로 지방 사립대의 한 교수는 일부 지방대를 예로 들며 “수학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대거 입학시키고도 정부 대학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받는 것은 웃지못할 해프닝 아니냐”는 의견을 보내오기도 했다.

최근 김희정·안홍준 새누리당 의원 등이 발의한 ‘구조개혁법안’에 대해서도 대다수의 교수들은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이 구조조정으로 인해 폐쇄 또는 해산 될 때 잔여재산의 일부를 설립자 등에게 돌려주지 말아야 한다는 데 76.1%(898명)가 반대의사를 밝혔다. 반면 이 법안이 올바르다고 바라보는 교수는 18.5%(219명)에 그쳤다.

■교수 신분·급여 체계= 정부가 국립대를 대상으로 추진하고 있는 ‘누적식 성과급적 연봉제’가 교육부의 기대처럼 “교수 간 경쟁 분위기를 제고해 대학의 연구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하고 있느냐는 물음에도 응답자의 78.9%(932명)가 ‘그렇지 않다’ 혹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경쟁 분위기가 연구역량에 도움이 된다고 바라보는 의견은 16.2%(192명)에 그쳤다. 

수도권 사립대 공과대학의 한 교수는 “분야별 연구성과를 판명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연봉제를 강행하기보다 분야별 교수평가와 이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하는 게 성숙된 연구·교육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반면 경북지역 국공립대 농학계열의 한 교수는 “해외 유수대학들처럼 개인별 연봉제 계약과 능력에 따른 대학 이동, 학과장의 책임경영제, 장기간 무능한 국립대 교수의 퇴출 등이 대학과 사회, 나아가 국가를 선진국으로 리드하는 지름길”이라고 바라봤다. 

■국공립대 총장선출제도= 교육부가 총장 직선제의 대안으로 국공립대에 권유하는 ‘간선제’에 대해서도 83.0%(980명)가 반대의사를 밝혔다. 교육부는 총장선거 과정에서 외부요인을 철저히 차단하려는 명분으로 이른바 ‘임의추출’ 방식의 간선제를 요구하고 있다.

교육부의 간선제 투표는 최근 <교수신문>이 보도(805호 ‘교육부가 바라는 공모제 직접 해보니…’ 참조)한 것처럼, 전체 교수들을 강당에 불러모은 후 로또추첨처럼 투표자를 현장에서 임의로 선발하는 방식이다. 선거운동의 과열양상을 방지하기 위해 교육부가 고안한 방법이다.

하지만 이번 설문에서 교육부의 간선제에 반대의 뜻을 밝힌 980명 가운데 대다수인 743명은 설문문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의 반대의사를 표할 수 있는 ‘전혀 그렇지 않다’에 답했다. 

■시간강사법= 2011년 제정된 이후 수많은 논란 끝에 두 차례 시행이 유예된 ‘시간강사법(고등교육법 14조2항 등 일부개정)’이 내년 1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 역시 응답자의 대다수인 73.5%(867명)가 ‘반대’했고, 17.1%(202명)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현행 시간강사법에 찬성하는 응답자는 9.4%(111명)에 불과했다. ‘계약제 전임교원(비정년 트랙)’이 크게 늘어나는 등 교수의 ‘계약직’ 신분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에 대해서도 92.6%(1천92명)가 바람직하지 않은 변화라고 응답했다. 

수도권 국공립대 인문계열의 한 시간강사는 “내년부터 시행될 시간강사법은 대량 실업사태를 유발하면서 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것이 분명하니 대학과 시간강사 모두가 반대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더 나은 대안이 없다면 차라리 기존대로 유지하는 게 낫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시간강사(충청 국공립대 인문계열)는 “현재 많은 시간강사들이 양산돼 있는 상태에서 무조건 세 강좌를 기준으로 강사를 수용한다면 오히려 더 많은 강사들의 생존을 위협하지 않을 수 없다. 공청회 등을 통해 새롭게 강사들의 의견을 들은 후 법안을 처리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교수들은 교육부의 대학정책에 깊은 불신을 드러냈다. ‘교육부가 비리분규사학의 문제를 올바르게 처리하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92.4%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고,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 역시 83.7%(987명)가 ‘올바르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정부가 국정화 반대여론에 올바르게 대처하고 있지 않다고 보는 의견은 93.1%(1천98명)에 달했다. 

지식인으로서 자율성과 독립성을 위협하는 요소로 71.3%(841명)가 ‘정치권력과 자본’을 꼽았을만큼 현재 교수들은 외부로부터 가해지는 각종 요구와 압력을 강하게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교수들이 원하는 대학개혁은 무엇일까? 교수들은 대학 안팎에서 일어나는 정치적 시도를 제한하면서 교육과 연구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혁을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수도권 사립대 예체능계열의 한 교수는 “예컨대 구조개혁평가의 경우 취지는 좋았지만 결국은 정치적 외압에 의해 평가결과가 왜곡됐다는 의혹이 있지 않나. 평교수 중심의 민간단체 또는 위원회가 대학을 평가해야 진정성 있는 대학개혁이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