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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 공공성 확보할 수 있는 국가정책 요구한다
사학 공공성 확보할 수 있는 국가정책 요구한다
  • 조승래 민교협 공동의장(청주대 교수·역사문화학과)
  • 승인 2015.11.20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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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들이 교육부의 대학정책에 반대하는 이유

오늘날 우리사회의 치부 중의 치부가 바로 비리사학들이다. 비리사학들이 민주화 이후에도 계속 발흥하는 것은 그 비리가 우리사회의 구조적 모순에서 기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랜 정치적 압제와 압축성장과정에서 심화된 천민자본주의와 권위주의 문화가 청산되지 않는 한 사학비리 또한 근절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조승래 민교협 공동의장

아무리 소유권이 철저히 보장되는 자본주의 사회라고 해도 사립대학을 공공재가 아니라 한 집안과 개인의 사유물로 여기는 나라가 대한민국 말고 또 있을까? 재벌그룹이 대학재단을 인수했다고 좋아하고 부러워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 교주, 오너라는 말이 공공연히 사용되는 나라가 또 있을까?

학교 안에서 그들의 패악이 횡횡해도 사립학교의 자율성이라는 명목으로 교육당국과 사법당국은 적극적 개입을 꺼려하고, 설령 제재가 내려졌다고 해도 시간이 경과하면 원래 주인이었다고 기득권을 인정해 주는 나라가 또 있을까? 입법자들이 ‘먹튀법(대학구조개혁법)’을 발의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 그리하여 ‘비리 사립학교 개혁 국민운동본부’라는 단체가 존재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 

이번 <교수신문>의 여론조사를 통해 교수들이 이러한 문제들을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우선 교수들은 비리사학에 대한 교육부의 정책을 불신하고 질타하고 있다. 국립·사립을 막론하고 교수들의 90% 이상이 교육부가 비리분규 사학 문제를 올바르게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한 것이다.

이것은 교수들이 한결 같이 교육부가 사학재단에 경도된 태도로 일관하기 때문에 사학비리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음을 웅변으로 보여 준다. 그런데 교육부가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주지하다시피 정부나 여당은 사학비리 문제가 공론화되는 것 자체를 꺼려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교육부의 감사로 분명히 귀책사유가 밝혀진 이인수 수원대 총장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정감사 대상에서 늘 여당의 반대로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고 있다. 또한 수원대 해직 교수들에 의하면 이 총장을 고발한 지 일년이 넘었는데도 검찰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몸을 사려야 하는 교육부 관료들로서는 비리분규사학에 대해 이른바 ‘사학의 자율성’이라는 허울 좋은 원칙을 강조할 뿐 적극적인 문제해결을 시도하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상지대 이사회가 비리당사자인 김문기씨를 다시 총장으로 선출했을 때에도 교육부의 최초 반응은 유감이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보수언론들조차 이를 비판하고 나서서 여론이 악화돼 정부여당의 고위층도 이를 무시하지 못하게 되자 비로소 교육부는 행동에 나섰다.

이렇듯 더 이상 두둔할 수 없는 경우에만 특정인을 표적 제거해 문제를 최소화하려는 것이 비리사학에 대한 정부여당과 교육부의 확고한 방침이다. 교수들은 이번 여론조사에서 이러한 미봉책을 격렬하게 규탄하고 더 근본적인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다음으로 이번 여론 조사에서 학교법인이 이른바 경영권이라는 이름으로 대학 운영에 개입하는 것에 대해서도 국립과 사립을 평균하여 교수 90% 이상이 거부감을 표출하고 있다. 특히 교수 과반수가 이러한 재단의 개입을 전횡이라고 규정하고 있어 그 문제가 학교 현장에서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대학의 의사결정 과정에 재단이 개입할 여지를 최소화하고 대학 구성원들의 자기 결정권이 최대한으로 보장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들이 사립학교법과 그 시행령에 명확하게 규정돼야 한다. 또한 정부는 비리사학에 대한 엄격한 감사와 처벌을 통해 일벌백계의 비관용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2013년 헌법재판소는 사학도 국가 공교육 체제의 일부이기 때문에 사학 운영자들의 자율성보다 사학의 공공성이 우선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그럼에도 사학을 마치 자신의 사유물인양 착각하면서 교주를 자처하는 인사들과 그 추종자들은 현행 사립학교법의 미비점과 맹점을 악용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이들의 이러한 일탈적 행위를 자본주의 사회가 마땅히 인정해야 하는 사유재산권의 행사로 둔갑시키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를 여당 의원 몇몇이 발의한 먹튀법 안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이는 사학의 공공성을 철저히 부정하는 폭거로서 이번 여론조사는 이에 대한 교수들의 불쾌감과 반대를 단호하게 보여주고 있다.

조승래 민교협 공동의장(청주대 교수·역사문화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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