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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항쟁’ 성과물 총장직선제 ‘과열선거’ 논란 속에 위축
‘6월 항쟁’ 성과물 총장직선제 ‘과열선거’ 논란 속에 위축
  • 이재 기자
  • 승인 2015.08.18 2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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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개선한다던 교육부 공모제 도입하고 ‘코드인사’ 남발

故 고현철 부산대 교수가 몸을 던지면서까지 사수하려 했던 총장직선제는 뭘까. 

총장직선제의 역사는 지난 1987년 ‘6월 항쟁’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군부독재를 타파하고 제도적 민주주의를 확립한 것으로 평가받는 6월 항쟁 뒤 대학도 민주화 바람이 거셌다. 교육부의 통제를 받지 않고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총장을 선출하는 총장직선제는 목포대를 시작으로 전국 대학으로 확대됐다. 한때 전국 83개 대학까지 늘었다.

양적으로 팽창하면서 총장직선제는 ‘선거의 그늘’에 빠졌다. 일부 대학에서 선거를 둘러싼 파벌싸움과 논공행상식 인사전횡, 줄서기 등 탈법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특히 민주적 선출제도를 표방하면서도 교수들만의 직선으로 치러지는 선거방식은 직원‧학생 등 대학 구성원으로부터 비민주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김영삼정부부터 사립대를 중심으로 임명제로 전환되기 시작한 총장직선제는 일부국립대와 소수 사립대를 제외하고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지난 2012년 전남대 총장 선거가 금권선거로 치러지고 이 과정에서 검찰의 수사까지 받는 등 폐해가 많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교육부는 ‘정상화’를 명분으로 총장직선제 폐지를 강요하기 시작했다. 당초 이명박정부는 대선 공약에서 정부의 대학재정지원사업이 대학의 경쟁력 강화보다 관치의 수단으로 이용됐다며 이를 철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당선 뒤 이명박정부는 교육부의 대학 교육역량강화사업을 이용해 총장직선제 폐지를 유도했다. 당시 교육역량강화사업에서 13개 국립대가 신청해 4개 대학이 탈락했는데, 이 가운데 총장직선제를 유지키로 했던 경북대와 목포대, 전남대 그리고 부산대가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교육역량강화사업의 평가지표 가운데 ‘총장직선제 개선’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박근혜정부 역시 대학의 자율적인 발전을 공약으로 제시했으나 실상은 달랐다. 특히 ‘줄서기’ 등 총장직선제의 폐단을 해소하겠다며 간선제로 전환한 대학이 추천한 총장후보를 뚜렷한 이유없이 반려하거나 총장승인을 지연했다. 일부 국립대에는 親여권 인사가 총장후보로 추천되자 곧바로 총장승인을 내주기도 해 ‘코드인사’ 논란에도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법적으로 총장직선제는 위법이 아니란 것이다. 교육공무원법 제24조3항에 따르면 총장선출은 ‘해당 대학 교원의 합의된 방식과 절차’에 따르도록 돼있다. 도리어 이를 평가지표를 활용해 ‘폐지’토록 유도한 교육부의 행위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는 것이 많은 변호사들의 견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립대 총장은 “교육부가 총장직선제 폐지를 밀어붙이면서 오늘 같은 비극이 발생했다. 완벽한 선거제도가 존재할 수 있겠느냐. 도리어 교육부가 밀어붙인 총장 공모제가 정권의 눈치를 보는 대학 총장을 양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재 기자 jae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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