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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우리를 직업교육기관으로 전환시키려 한다”
“교육부가 우리를 직업교육기관으로 전환시키려 한다”
  • 이재 기자
  • 승인 2015.07.20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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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교수의 방학 ③ 대학평가 예비 하위그룹 교무처장의 고백

수화기 너머 A 교무처장의 목소리는 착잡했다. 그가 재직하고 있는 대학은 교육부 대학구조개혁 평가에서 하위권 그룹을 형성한 충청권 대학 중 하나다. 교육부가 방학을 코앞에 둔 지난달 중순 예비 하위그룹을 지정한 ‘1차 평가’ 결과를 37개 대학에 개별통보하면서 그의 방학도 끝났다.

A~E 5개 등급으로 나누는 평가 과정에서 D·E그룹에 속하면 ‘부실대학’이라는 세간의 시선을 받아야 하고, 각종 정부재정지원사업의 참여 자격이 박탈된다. 이달 진행되고 있는 현장실사평가는 37개 대학 중 일부가 C등급으로 올라갈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A 교무처장은 마지막 패자부활전에 임하는각오로, 교수들의‘업적’을 끌어올려야 하는 막중한 중책을 맡고 있다. 지난 16일 오후, 기자와 전화통화 내내 그곳 사무실 전화벨은 끊임없이 울려댔다.

△교수들은 방학을 어떻게 보내고 있나.

“업적평가를 챙기고 학기중에 가기 힘든 해외학술대회에 참가한다. 우리 대학의 연구업적평가 기간이 전년도 9월~당해 8월이다. 8월에 출판된 논문까지 인정해준다. 이 기간에 맞추려면 6월부터는 출판 작업을 서둘러야 해서 바쁘다. 다들 최근에 몹시 바빴을 것이다.”

△지방대라 연구 외에도 신경 쓸 게 많겠다.

“교무처장으로서 연구를 독려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대학본부에서는 연구보다 교육에 신경써주길 바라는 눈치다. 대학평가 때문이다. 당장 취업률을 높여야 하니 대학본부에서 취업에 초점을 맞춘 부처를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평교수들은 연구를 해야 할지 학생 취업에 나서야 할지 중심을 잡지 못해 갈팡질팡한다.”

△혼란스러운 상황인 것 같다.

“지방대의 입지가 그렇다. 지표 자체를 완전히 교육·취업 쪽으로 유도할 수도 없고 연구에 올인(All-in)할 수도 없다. 연구실적 비중의 절반이 넘는 게 ‘국제평가’다. 생존을 위해 국내평가에 초점을 맞추면 국제적으로는 밑바닥 수준을 맴돌게 된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한다는 게 말처럼 쉽겠느냐.”

△대학이 비전을 갖지 못한다는 말인가.

“방학은 통상 다음 학기 혹은 더 먼 미래를 위해 계획을 수립하고 점검하는 시기였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우리 대학은 5~10년을 내다보며 나아갈 여력이 없다. 6개월~1년 단위의 생존에 급급하다. 현실이 그렇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으니 계획을 세울 수가 없다. 중장기 발전안이 쓸모가 없다.”

△이유가 뭔가.

“대규모 입학정원을 가진 수도권 대학들은 입학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으니 중장기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그러나 지방대의 경우 입학 정원은 채울 수 있을지, 졸업생들은 온전히 취업할지 걱정이다. 둘 중 하나만 무너져도 대학의 근간이 뒤흔들리지 않겠나. 결국 모든 교수들이 입학과 취업을 고민하다보니 중장기 발전이 불가능하다. 백년지대계의 일관성보다 그때그때 대응하는 임기응변이 더 중요해졌다.”

△중장기 발전안을 짜는 게 현실성 없다는 말로 들리는데.

“생존을 위해 중장기 발전안을 마련했지만 향후 재검토할 기회가 생긴다면 바꿀 수도 있다. 정부의 대학구조조정 정책이 지방 4년제 사립대를 직업교육기관으로 전환시키려는 흐름으로 가고 있다. 이에 맞춰 생존을 하려면 어쩔 수 없지 않겠느냐. 다만 우리 대학은 나름 4년제 대학으로서 연구력도 있고 훌륭한 교수진도 보유하고 있다. 자부심도 크다. 서울권 대학이 연구에 몰두하는 동안 우리는 직업교육기관으로 전환해야 하는 현실에 자괴감이 크다. 마음이 편치 않다. 하고 싶은 대로만 할 수는 없으니 우선은 ‘생존’에 집중하겠지만, 향후 다시 교육·연구중심의 대학으로 전환할 기회가 생긴다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이재 기자 jae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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