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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대 육성방안과 연계해 구조개혁 추진하자
전문대 육성방안과 연계해 구조개혁 추진하자
  • 최용섭 광주보건대 부총장
  • 승인 2013.12.23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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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고_ 대학 구조조정 시대, 정원 감축 어떻게 할 것인가 ⑧ 전문대 입장(끝)

교육부가 새로 마련하고 있는 대학 구조개혁 추진방안의 핵심은 ‘정원 감축’이다. 대학들이 평가제도 개선에 민감한 것도 결국은 어느 대학이 정원을 얼마나 줄일지 하는 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 구조개혁 정책연구팀이 ‘모든 대학이 정원을 줄여야 한다’는 큰 방향을 밝혔을 뿐 아직 구체적 정원 감축 방안은 결정되지 않았다. 대학가 역시 정원 감축이라는 큰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구체적 방안을 놓고서는 지역이나 규모, 설립유형 등에 따라 조금씩 생각이 다르다. 그래서 <교수신문>은 정원 감축을 어떻게 해야 할지 의견을 들어보는 자리를 연속으로 마련했다. 수도권 사립대와 지역 사립대, 국립대에 이어 마지막으로 전문대의 생각을 들어봤다.


최용섭 광주보건대 부총장
지난 2000년부터 정부는 대학 구조조정 정책을 추진해왔다. 이 시점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대략 11만명의 입학정원 감축이 있었다. 그 중 전문대학에서 10만여명이 감축됐다. 2000년부터 올해까지 문을 닫은 전문대학의 수도 20여개에 이른다. 대학 구조개혁의 직격탄이 전문대학에 쏟아졌음을 알 수 있다.

최근 또 다시 전체 대학 정원 감축을 골자로 하는 대학 구조개혁 방안이 발표됐다. 개혁의 여파가 지역대학과 전문대학에 집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규모 미충원 사태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당위성에는 공감을 표한다. 다만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을 총 망라해 정원 중심의 정량적 조정에만 초점이 맞춰진 것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 분명 전문대학은 일반대학과 확연히 차별화되는 독특한 색깔이 있으며, 그에 따라 구조개혁의 방법론 역시 달라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대학 관련 정책을 논할 때 가장 먼저 고려돼야 할 것은 전문대학의 교육목적이다. 전문대학은 국가 기간산업 및 지역 전략산업에 필요한 전문직업인 양성을 위해 설립됐다. 학술 및 연구를 주요 목적으로 하는 일반대학에 대한 정책을 그대로 똑같이 적용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와 함께 현 정부의 인력양성 방향도 다시 한 번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창조경제에 기여하는 인력, 중소기업 중심 산업구조 변화에 적합한 맞춤형 인력 양성에 중점을 두겠다고 강조해왔다. 이 또한 전문대학 인력양성의 방향과 궤적을 같이 한다.

일반대와 동일한 숫자로 재단할 수 없어

결국 전문대학 구조개혁 방안에는 일반대학과 동일한 숫자로 재단할 수 없는 다양한 요소가 녹아있어야 한다. 고등직업교육의 목표가 들어있어야 하고, 산업고용구조와의 수급이 고려돼야 한다. 이와 함께 국토 균형발전도 고려돼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전문대학에 대한 구조개혁의 방향이 바로 잡히고 실행지침이 수립될 수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구조개혁방안은 전체 대학을 5등급화하고 이에 따라 강제적으로 정원을 차등 감축하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현재의 방안은 과거의 예에서 보듯 또 다시 지역대학, 전문대학을 일방적인 희생양으로 몰고 갈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동안 전문대학은 일반대학과 비교할 때 엄청난 양적 정원 감축을 해오면서도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동시에 계속해왔다. 기관평가인증제도를 성공적으로 정착시켰고 NCS 기반 교육과정 개편작업 시행 등이 그 좋은 예다.

대학 구조개혁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전문대학의 구조개혁은 기존 정책인 전문대학 육성방안과 긴밀하게 연계된 상태에서 추진돼야 한다. 전문대학 육성방안에 담겨져 있는 특성화 100개교 전문대학 육성사업과 평생직업교육대학 사업은 입학정원 감축을 주요 평가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NCS 및 NQF 등과 연계한 수업연한 다양화 제도의 도입도 상당수의 입학정원 감축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위와 같이 전문대학 육성방안이 이미 전문대학의 구조개혁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 정책과 유리된 다른 구조개혁 방안의 시행은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이미 마련된 방안의 시행도 어렵게 만드는 부작용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원 감축을 전제로 한 대학의 구조개혁 추진은 필연적으로 대학재정의 악화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전문대학 교육의 대부분을 사립대학이 담당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재정 악화는 교육의 질 관리마저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구조개혁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 정부의 직접적인 재정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이와 아울러 정부의 재정지원비용이 대학 재정운용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인건비 항목 또는 시설비 항목 등에 폭넓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될 필요가 있다.

최용섭 광주보건대 부총장
경희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전문대학기획실장협의회장 등을 지냈고, 교육부 대학발전기획단 자문위원, 평가인증심의위원, 인증기관심의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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