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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정원 줄인 대학 ‘대학원 정원 자율화’해야
학부정원 줄인 대학 ‘대학원 정원 자율화’해야
  • 우응제 경희대 미래정책원장
  • 승인 2013.11.26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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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고] 대학 구조조정 시대, 정원 감축 어떻게 할 것인가 ②수도권 대규모 사립대

교육부가 새로 마련하고 있는 대학 구조개혁 추진방안의 핵심은 ‘정원 감축’이다. 평가제도 개선이 민감한 것도 결국은 어느 대학이 정원을 얼마를 줄일지 하는 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구조개혁 정책연구팀은 ‘모든 대학이 정원을 줄여야 한다’는 큰 방향만 밝혔을 뿐 아직 구체적 정원 감축 방안은 내놓지 않고 있다. 대학가 역시 큰 방향에는 대부분 공감하면서도 구체적 방안을 놓고서는 지역이나 규모, 설립유형 등에 따라 조금씩 생각이 다르다. 그래서 <교수신문>은 정원 감축을 어떻게 해야 할지 의견을 들어보는 자리를 연속으로 마련했다. 그 두 번째로 수도권 대학이 생각하는 정원 감축 방안을 들어봤다. 우응제 경희대 미래정책원장은 수도권 대규모 사립대 입장에서, 김민구 아주대 기획처장은 수도권 중규모 사립대 입장에서 각각 의견을 보내왔다.


우응제 경희대 미래정책원장
대학 구조개혁은 학부 정원 감축과 학술적 수월성 제고를 모두 이뤄야 한다. 둘 사이의 인과관계는 작아 보이고, 있더라도 다양한 요소들이 관련된다. 수도권 대규모 대학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

국내외 많은 대학들이 지금 여러 문제를 마주하고 있다. 재정 수입 감소, 교육·연구비용 증가, 온라인 교육의 급속한 전개, 학생과 교수의 세계적 이동, 융·복합 교육·연구 프로그램 개발, 지구적 문제 해결에 대한 역할 등이다.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따라 세계적 명문대학이 될 수도 있고, 퇴보할 수도 있다. 고등교육 환경 변화는 대학에게 위기이자 기회다.

우리나라 대학들은 또 다른 과제를 갖고 있다. 입시 위주의 교육 환경에서 성장한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교양교육, 소통교육(이해하기, 글쓰기, 말하기), 시민교육, 국제화 교육을 포함한 전인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평생학습 사회를 살아갈 지적 기반과 새로운 전문지식 습득 능력을 갖추게 해야 한다. 그리고 창의적 내부 혁신을 이루며 새로운 융·복합 지식을 만들어내야 한다. 학술적 성취를 기반으로 위상을 높여서 세계적 명문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과거 우리나라 대학들은 변화를 거부하는 기득권 집단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지난 수년간 등록금 동결과 인하로 대부분 대학은 운영 효율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한편 동일 기간에 우리나라 주요 대학들의 세계적 위상이 크게 상승했다. 재정적 어려움 속에서도 위상이 상승한 것은 대학 구성원의 노력과 지출 효율화를 통한 교육·연구 투자 확대에 기인한다. 재정적 어려움이 누적되는 앞으로가 문제다.

학부 정원 감축과 학술적 수월성 제고를 동시에 이루려면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대학의 공공성과 기여도를 생각해 볼 때,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대학을 지원해 국가 차원의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의 특성, 역량, 가능성과 성과에 대한 평가와 지원 방법을 잘 정해야 한다.

다양성, 자율성, 창의성을 존중하고 탁월성을 추구하는 대학들을 동일한 정량적 기준으로 비교평가하면 안 된다. 각 대학의 비전과 목표, 핵심가치, 특성, 학술역량과 프로그램, 창의적 혁신 아이디어와 구성원 의지, 학술문화와 자구 노력, 발전 가능성, 공적 기여도 등을 살펴봐야 한다. 이사회, 대학평의원회를 포함한 대학 거버넌스도 중요한 요소다.

국내외 석학과 대학행정 전문가로 세계 최고 수준의 평가단을 구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성과 목표가 유사한 세계적 명문대학과 비교해 발전 가능성과 목표 달성 여부를 평가해야 한다. 수도권 대규모 대학의 학부 정원 감축이 필요하다. 이로 인한 재정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가 학부 정원을 감축하는 대학을 평가해 장기간 지원해야 한다. 학부 정원 감축에 따른 재정 지원은 교양교육, 융·복합 전공교육, 온라인 교육 등 학부교육 수월성 제고에 투자해야 한다. 성과 평가를 통해 국고 지원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해 구조 변화와 수월성 제고를 함께 이뤄야 한다.

학부 정원을 감축하는 대학의 대학원 정원은 자율화해야 한다. 대학원의 학술적 성과를 신중히 평가하고 BK21플러스, 대학원 ACE 사업 등 대학원 교육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전문대학원과 특수대학원에는 직업 전환을 위한 실무 전문가 교육과 평생교육을 지원해야 한다. 탁월한 대학원 교육·연구 프로그램과 성과는 명문대학의 핵심 요소다. 세계적 대학원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이 학술과 재정 모두에 매우 중요하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대학의 재정 확충과 기반시설 개선이 필요하다. 대학의 인적, 지적 자산과 시설 및 부지를 활용한 수익사업을 지원하고 캠퍼스 내 관·산·학 협력 연구단지 육성을 더 적극 추진했으면 한다. 기숙사, International House, Convention Center, 도서관 등 공공성이 큰 기반시설 확충과 지식 나눔 공동체 등 지역사회 연계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도 확대했으면 한다.

대학에 대한 사회의 시선이 따뜻하지 않은 것 같다. 사익을 추구하는 비리 대학, 기득권 유지에 몰두하는 대학, 교육·연구에 전념하지 않는 대학, 치열하게 공부하지 않는 대학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커지면서 사회로부터 존중받는 대학이 줄고 있다. 학술적 탁월성을 갖추고 대학의 공적 기여를 다하는 대학, 사회로부터 존중받는 대학이 충분히 있어야 한다. 대학의 핵심가치와 공공성에 기초해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대학들을 선별하고 적극 지원해야 한다. 대학 구조개혁을 통해 규모와 구성의 최적화, 그리고 학술적 수월성 제고를 모두 이뤄내야 한다.

우응제 경희대 미래정책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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