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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 감축 위해서는 ‘학부-대학원 총량 적용 평가’해야
균형 감축 위해서는 ‘학부-대학원 총량 적용 평가’해야
  • 조호현 부산외국어대 기획처장
  • 승인 2013.12.09 12: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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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고_ 대학 구조조정 시대, 정원감축 어떻게 할 것인가? ⑤지역 중소규모 사립대 입장

교육부가 새로 마련하고 있는 대학 구조개혁 추진방안의 핵심은 ‘정원 감축’이다. 평가제도 개선에 민감한 것도 결국은 어느 대학이 정원을 얼마를 줄일지 하는 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구조개혁 정책연구팀은 ‘모든 대학이 정원을 줄여야 한다’는 큰 방향만 밝혔을 뿐 아직 구체적 정원 감축 방안은 내놓지 않고 있다. 대학가 역시 큰 방향에는 대부분 공감하면서도 구체적 방안을 놓고서는 지역이나 규모, 설립유형 등에 따라 조금씩 생각이 다르다. 그래서 <교수신문>은 정원 감축을 어떻게 해야 할지 의견을 들어보는 자리를 연속으로 마련했다. 수도권 사립대에 이어 지역 사립대의 생각을 들어왔다. 조호현 부산외국어대 기획처장이 지역 중소규모 사립대 입장에서 의견을 보내왔다.  


조호현 부산외국어대 기획처장

요즘 우리나라 모든 대학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구조조정의 몸살을 앓고 있다. 2018년부터는 대입 정원과 입학자원이 역전되고 2020년 이후에는 초과정원이 급격히 증가한다는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정부에서도 그동안의 대학 구조조정 정책의 미흡함을 인정하고 보다 강력한 정책을 구상하고 이를 실천에 옮길 준비를 하고 있다. 정부의 새로운 구조조정 정책의 핵심은 모든 대학을 대상으로 절대평가를 해 5개로 그룹화하고 그룹별로 차등적으로 정원감축을 한다는 것이다.

모든 대학에 대해 차등적이나마 정원감축을 해 앞으로 닥칠 상황을 대비한다는 것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정책방향으로 판단된다. 현재의 대학의 위기는 우리나라 모든 대학의 위기이며, 이를 그대로 시장에 맡겨두면 필연적인 ‘시장실패’로 이어진다는 사실에는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모든 대학들이 고통분담을 한다는 가정 하에 일률적인 구조조정보다는 우리나라 고등교육 생태계를 감안해 일반대학·전문대학, 수도권·지방, 국립·사립대학 등 대학 유형에 따라 역할 분담을 하는 지혜가 절실히 필요할 때다.

2012년 수도권 일반대학 입학정원 비중은 35%이지만, 대학원까지 고려하면 그 비중은 40%를 상회하게 된다. 따라서 대학 정원만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한다면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 현상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이 지방을 죽이려 한다는 불신으로 지방대학의 극심한 반발이 우려된다.

예를 들어 수도권과 지방이 균형적으로 정원감축을 하려면 대학만이 아닌 고등교육의 발전이라는 거시적 틀에서 정부의 고등교육 주요정책에 나와 있는 ‘학부-대학원 총량 적용 평가’ 방식도 고려해야 할 때다. 수도권 대형 대학들은 대학원 중심, 연구 중심대학으로 세계 대학과 경쟁을 해야지 손쉬운 학부 운영에 매달린다면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미래를 감안해 큰 손실일 것이다. 또한 수도권 중소규모 대학들이 재학생 충원율, 취업률 등 주요지표에서 지방대학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면 이는 수도권에 입지한 때문인지, 아니면 진정으로 경쟁력 때문인지를 따져 묻는다면 너무 지나친 생각일까?

지방대학, 특히 지방 중소규모 대학의 입장에서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너무나 냉엄한 현실이라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지역의 교육, 산업, 경제, 고용, 문화, 복지 등에 있어서 지방대학은 지방대학으로서의 존재 이유가 있고, 수도권과의 상생이야말로 우리나라 고등교육 생태계를 건강하게 발전시킬 수 있는 길일 것이다.

역으로 지방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지더라도 생존을 보장받는다는 것은 또 다른 역차별의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지방 대형 또는 국립대학은 지역 거점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생존할 수 있고, 지방 중소규모 대학은 철저한 특성화로 나름의 존재가치를 증명해야만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적절한 사례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필자가 속한 대학은 우리나라에서 수도권의 한국외국어대와 더불어 특수 외국어과를 많이 갖고 있는 지방의 외국어 중심대학으로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학 중의 하나라는 소명의식을 갖고 있다. 특수 외국어과들은 경쟁률이 매우 높은 것도 아니고 시기에 따라 다소의 부침도 있지만, 어렵더라도 이를 통한 특성화만이 우리 대학의 존재 이유이며, 지역사회 및 우리나라에 공헌하는 길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지방 중소규모 대학의 입장에서는 대학의 특성화를 구현하는 동시에 대학 생존에 필요한 최적 규모의 정원과 이에 따른 새로운 대학경영모델을 세우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즉 특성화에 따른 학과 포트폴리오와 이를 유지하기 위한 최적 정원 규모의 산출, 그리고 이를 운영하기 위한 합리적인 조직 구성 등 지난한 과제가 지방 중소 대학의 앞에는 놓여 있다.

따라서 이러한 지방 중소규모 대학들의 자구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원 감축과 특성화라는 정부 구조조정 정책이 대학 유형별 역할 및 기능에 따라 합리적으로 적용돼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전제와 더불어 수도권 대학 및 국립대학들이 우리나라 고등교육 발전을 위해 구조조정 노력을 함께 했을 때 지방 중소 대학들은 현실을 수용하고 특성화 노력과 이에 맞는 자율적 정원 감축 노력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조호현 부산외국어대 기획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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