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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정자 있다면, ‘특채’로 뽑아 다수 피해 없도록 하자”
“내정자 있다면, ‘특채’로 뽑아 다수 피해 없도록 하자”
  • 김봉억 기자
  • 승인 2010.04.11 11:1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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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지원자들이 말하는 교수임용 개선과제

<교수 지원자들이 요구한 교수임용 개선과제>

● 제출 서류 간소화 및 절차 간소화
   -1차 서류 접수시 이력서·자기소개서 제출, 최종 면접시 증명서 등 세부서류 제출
   -논문 서류는 인터넷 통해 PDF 파일로 제출
   -탈락시 제출 서류 반환
● 지원자 예우하고 배려하는 풍토 조성
   -해외 지원자 여유있는 면접 일정과 교통비 등 경비 지원
   -임용 결정 후 6개월 이상 준비기간 부여
   -합격/불합격 알림서비스
● 비정규직 교수제도 개선
   -무분별한 비정년트랙 양산, 교수 질저하 초래
   -비정규직 교수 교원지위 회복
   -모호한 비정년트랙제도 정비
● 외부 심사위원 확대
   -학과 교수 영향력 줄여 공정성 확대
   -외부 심사위원, 인사위에서 추천
   -지원자와 학연·지연·혈연 심사위원 배제
● 무분별한 영어강의 의무화 개선
   -학과·전공 특성 고려해 실시
   -영어강의, 전공따라 가중치 부여
● 학벌 중시 임용문화 개선
   -서울대·미국 박사 맹신 풍토 개선
   -국내 박사 임용확대·역량강화 제도 도입
● 여교수 인력 확대
● 임용결과 공개 요구시 공개 의무화
● 사립대 이사회 개입 없애기
● 통섭·융합시대, 학-석-박사 전공일치도 평가 개선
● 강사 강의경력·실무경력 인정

"영어강의 가능여부가 학문의 질을 높이는 것과 동일하지 않을텐데, 연구의 질이나 실력을 떠나 영어강의만 너무 강조하고 있다.“
“어떤 과정을 거쳐 심사를 했고, 왜 누가 이번 심사에서 합격했는지 알려주면 좋겠다. 그래야 지원자는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보완하고 노력할 것 아닌가.”
“임용 0순위 내정자가 있는 경우, 대체로 그 사람이 뽑히는 경우가 많았다. 모집공고가 나더라도 신뢰가 가지 않아 지원 자체를 꺼리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교수임용 불공정 사례와 개선과제를 주관식으로 물었더니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대학은 ‘내정자 임용’을 막기 위해 공정성을 강화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지원자 입장에서 ‘내정자 임용’은 여전히 심각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설문에 응한 515명이 밝힌 불공정 사례와 개선과제는 “내정자 임용을 위해 형식적인 공고는 그만두라”는 것이 요지다. “아무리 문제제기를 해도 개선되기 어렵다”는 비관론도 많았다. 이 같은 인식 때문인지 다수의 피해자를 줄이는 개선방안을 내놓은 답변이 많았다.

“특정인을 임용하려면 특별채용해 다수의 지원자가 불필요한 시간낭비가 없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내정자가 없는 경우에만 공고를 내라.” “학과나 대학에서 사전에 내정자가 있는 경우에는 차라리 복잡한 공개모집 절차를 생략하고 바로 임용할 수 있도록 합법화 해주는 방안에 대한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교수임용 특성상 내정자 문제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지원자를 배려하지 않고 복잡한 서류 제출과 온라인 입력을 다 하고 교통비조차 안 챙겨 주기 때문에 탈락하면 억울한 면이 훨씬 크다.” 교육·연구 실적과 경력도 없이 납득할 수 없는 인물을 ‘특채’형식으로 뽑는 것은 분명 문제다.

학과와 대학에서 꼭 필요한 인재라고 판단한 인물이 있다면, 학과 내 합의과정을 거쳐 ‘특채’하는 것이 옳다는 지적이다. 형식적인 절차를 위해 다수의 지원자를 ‘들러리’ ‘허수아비’ ‘꼭두각시’ 만드는 일은 없도록 하자는 의견이다.

교수임용의 공정성 문제를 부각시키는 요인 중의 하나는 ‘행정편의주의’도 한몫을 한다. 지원자를 예우하고 배려하지 않는 권위주의적인 교수임용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제출 서류를 간소화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처음부터 과다한 서류제출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인터넷을 지원을 받으면서 제출 서류를 출력해 우편으로 보내라고 하거나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데도 각종 증명서를 제출하라는 요구는 지나치다.

 1차 서류를 접수할 때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연구·강의 계획서를 제출하고, 최종 면접 시에 증명서 등 세부 서류를 제출하도록 개선을 요구한다. 논문 서류도 별쇄본이 아니라 인터넷으로 PDF 파일로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임용심사에서 탈락하면 제출 서류 반환도 빠지지 않는다. 해외 지원자에게는 여유 있게 면접 일정을 잡고, 교통비 등 경비를 지원해야 한다는 점도 개선이 필요하다. 이런 제도 개선은 대학이 지원자를 배려하는 마인드를 갖추어야 실효성이 있을 것이다.

최근 영어강의 가능자를 우대 조건으로 내세우는 대학이 많은데, 이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학과·전공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영어강의 가능자를 우대하고, 영어강의를 의무화하는 것은 개선하자는 것이다. 영어자료 강독조차 어려운 현실에서 영어실력이 교수의 자질을 대신할 수 없고 영어강의 가능자 우대는 해외 박사를 임용하겠다는 속셈 아니냐는 지적도 많았다.

비정규직 교수 확대도 심각하다. 비정년트랙 교수가 무분별하게 양산돼 교수의 질 저하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과 모호한 비정년트랙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비정규 교수제도는 정규 교수가 되기 전에 이들의 능력과 자질을 검증하는 단계로 활용할 수 있도록 상호 문호개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교수임용제도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 심사위원을 더 확대해야 하고, 통섭·융합시대에 학-석-박사 전공일치도 평가도 개선이 필요하며, 임용결과 공개를 요구하면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규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공정성 강화 조치로 ‘블라인드’ 심사방식을 도입하자는 의견도 냈다. “객관적인 교수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학부와 박사학위 대학을 알리지 않고 공개강의를 통해 교수의 능력을 내외부 심사위원들이 판단해야 한다.” “서류심사시에 내외부 심사위원이 서로 누가 심사를 하는지 모르게 해야 한다.”

연구업적의 질 평가를 위해서도 천편일률적으로 한국연구재단 등재후보지 이상의 학술논문 수를 가장 중요한 업적평가 기준으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3~4년간의 연구실적을 수량적으로만 계산하는 실적 평가는 연구자에게 연구논문 편수만 늘리는 기술을 강요할 뿐 학문적 깊이에 도달하지 못하게 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지금 양이 질을 구축하고 있는 형국인데, 인문학에서 1년에 6~7편씩 써낸다고 하면 그 논문의 질적 수준이 보장될까요?” 전공분야를 따지지 않고 국제학술지 논문만 우대하는 조치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대학 스스로 공정한 교수임용은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에 제3의 기관이나 정부에서 ‘교수자격심사제도’를 마련해 국가가 교원자격을 부여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국가가 기본적인 교수임용자격을 엄격히 심사한 뒤 대학이 자격을 갖춘 교수를 자율적으로 임용할 수 있게 하자는 의견이다. 이와 비슷한 의견으로 국가 차원의 ‘교수임용위원회’를 운영해 전체 대학의 교수임용 업무를 관장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있었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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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모 2010-04-13 20:57:04
국가가 관리해도 비리가 일어나기 마련인데,
대학 자체심사는 학연-지연-혈연의 구조에서 절대로 벗어날 수 없다.
국가 관리하에 비리 적발자는 파직 등의 엄벌에 처하는 것이 마땅하다.

오광석 2010-04-12 21:56:34
‘국가 교수자격심사제도’에 적극 찬성한다. 지금의 임용은 인맥중심의 폐단을 막을 수 없다.